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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청주중앙여자고등학교 교사

"선생님! 소화도 안 되고 입맛도 없어요. 머리는 어지럽고 심장은 하루 종일 쿵쾅거려요. 밤마다 울어요. 머릿속은 자꾸 하얘져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는 교사지만 가끔 의사가 되어야 한다.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처방을 익혀두어야 한다. 이 학생은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선생님! 제가 만약에 시험을 못 보면 좋은 대학에 못 들어가겠죠? 그러면 제 인생도 망해 버리겠죠? 부모님이 미워하시겠죠?"

진단명은 시험 스트레스다. 시험 불안을 앓고 있는 학생들에게 혹시나 네가 빵점을 맞는다고 해도 너의 인생이 망하는 일은 결코 없을 거고, 부모님께서 너를 조금 미워하실 수는 있지만 하루만 지나면 다시 너를 엄청나게 사랑하시게 될 거라며 등도 도닥도닥하고 손바닥도 꾹꾹 눌러준다.

수능 디데이 하루다. 시험을 앞둔 까칠한 공주님들과 얄미운 왕자님들의 짜증 지수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까칠함과 우울함이 널뛰기를 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어휴! 수능만 지나봐라'를 속으로만 외치며, 참을 인(忍)자를 수백 번 되새기고 있을 어른들이 많다. 그래도 가장 고달픈 이들은 수능 대작전을 치르는 우리 학생들! 그동안 쌓아온 실력이 만만치 않은데 시험 스트레스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금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실력은 영어 단어 하나, 수학 문제 하나보다는 감정을 잘 컨트롤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 이면에 도사린 내면의 욕구를 즐겼으면 한다. 불안의 감정 이면에는 성공적인 시험에 대한 욕구가 있다. 시험에 실패했을 때의 좌절감을 상상하지 말고, 시험에 성공했을 때의 기쁨을 상상하라. 승리의 함성을 마음속으로 그리면서 큰 시합의 중압감을 즐기는 운동선수들처럼 대학생이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시험과 대면하길 바란다. 그리고 내 안에 움츠리며 떨고 있는 불안이라는 여린 고양이가 자신의 감정을 가지고 놀 수 있도록 준비 운동을 하라. 온몸에 힘을 빼고 천천히 숨을 쉬면서 '사탕'이든 '초콜릿'이든 기분 좋은 단어를 열 번만 읊어보자. '사탕'을 쥔 내 고양이는 자신의 최대 능력을 뽐낼 기분 좋은 상태를 그 짧은 시간에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란 양면성을 지닌 것이어서 그것이 못되게 굴 때는 불안으로 나타나지만, 고삐를 틀어 방향을 바꿔주면 사랑스런 설렘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한 번에 붙어!"라고 외치고 싶지만 그건 마음뿐이고, 자녀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마음 수련 중인 수험생 학부형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은 움직이지 말고,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다. 자녀를 관심 있게 지켜보되, 자녀의 욕구를 추측해서 움직이지 말고, 자녀가 명확하게 요구하는 것만을 도와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신체 혈당을 높이면서 뇌에 에너지를 공급해 시험 잘 보게 한다는 아침식사를 준비하며 마음을 다스리자.

내일, 아무리 마음속에 까칠한 고양이 한 마리씩을 키우고 있는 우리 학생들이라도 사랑 가득한 아침식사 앞에서 '엄마, 엄마'를 열 번씩 읊으며 감정컨트롤을 시도할 것이다. 우리 학생들의 총명함이 수능 시험지 위에서 맘껏 뛰어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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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