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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청주중앙여자고등학교 교사

나는 어딘가 지속적으로 가야 할 곳이 있을 때, 반복에서 오는 무료함을 달래고 신선한 자극을 얻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관찰하는 버릇이 있다. 이를테면, 매일 걷는 길에 서 있는 나무가 오늘은 얼마만큼 더 싱그러워졌는지 눈을 맞춰 보기도 하고, 오늘은 하늘의 높이가 얼마나 자랐는지 가늠해 보기도 하고, 동네 빵집에서 새로 구운 빵에서 쌉쌀한 커피향이 나는지 상큼한 블루베리향이 나는지 후각을 곤두세우기도 하고, 도서관에 매일 나오는 한 친구를 관찰하면서 친구의 버릇이나 장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기도 하면서, 개체가 지닌 하나하나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에 남몰래 감격하곤 하는 것이었다.

그런 나의 습관은 교사가 된 후에도 죽 이어졌는데, 학교에서 관찰하고 싶은 좋은 선배 선생님을 만나는 일은 정말 신나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선배 선생님들에게는 내가 도저히 가질 수 없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경험'이었다. 선배님들의 '경험'은 교사인 나에게 반짝이는 눈으로 부러움 가득 바라보게 하는 보물 창고였다. 그 선생님들은 나에게 멘토가 되었고, 그렇게 멘토로 삼은 선배 선생님들이 하나 둘 늘어갈 때마다 교사인 내가 가진 시간의 상자에 경험이라는 보물이 하나씩 쌓이는 기쁨을 느끼곤 하였다.

교직 3년 차에 만난 나의 선배님은 뛰어난 수업 능력에다가 섬세한 감각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마음을 잘 읽고, 잘 움직이는 능력을 지니고 계셨다. 특히 수업 시간에는 말 한 마디, 눈빛 하나만으로도 남자 고등학생들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매력이 발휘하셨다. 나는 선생님의 지적인 카리스마를 동경하였다. 몇 년 후에 만난 또 다른 나의 선배님은 학생들을 잘 웃게 만드시는 능력이 있으셨다. 다른 선생님께 혼이 나서 입을 삐죽거리다가도 그 선생님께 꾸중을 들으면 배시시 웃으며 금방 감정이 녹아내리고, 행동도 변하였다. 나는 학생들을 자꾸만 까르르 웃게 만드는 선생님의 능숙한 재치에 감동을 하곤 하였다. 얼마 전에 알게 된 또 다른 나의 선배님은 뛰어난 판단력을 지닌 분이셨는데, 알쏭달쏭한 이런저런 고민거리들을 항상 속 시원하게 해결해 주셨다. 학생을 지도하면서 생기는 문제이거나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이거나, 쪼르르 달려가서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해결책이 불쑥 나오곤 하였다. 그 선배님의 판단력의 원천은 지혜로움이었다. 나는 그 지혜로움이 좋아서 그 선배님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선배님들은 그 분들 말고도 많이 있다. 그러나 그 선배님들은 내가 그분들을 멘토로 삼고 있었다는 것을 모르신다. 그래서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선배님들을 바라보고 있는 지도 모르실 거다.

며칠 전에 우리 도에서는 86명의 선생님들께서 정년퇴직을 하셨다. 우리 학교에서도 퇴직을 맞이하신 선생님이 한 분 계셔서 학교에서 선생님을 보내드리기 위한 행사를 마련하였다. 아기자기하고 화기애애한 이벤트 중간 즈음에 선생님의 젊은 시절 사진이 몇 초 동안 잠시 화면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는데, 나에게는 그 사진이 정지 화면처럼 눈에 콕 와 박히어 버렸다. 흑백사진 속의 선생님은 첫 부임의 설렘을 표정에 가득 담고 계셨다. 그 설레는 웃음의 이유는 선생님을 둘러싼 학생들 때문이었으리라. 나는 바쁘게 살아온 선생님의 젊음에 더해진 30년 혹은 35년의 세월에 대한 존경심으로 벅차올랐다. 강당 위에 서 계신 선생님의 웃음이 그때와 똑같은 색깔로 설레고 계셨기 때문이다. 그 때도 나는 나직하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선배님, 우리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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