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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정책제언 - 청주고인쇄박물관

'직지 이데올로기' 냉정히 평가해야
직지 빙자한 '위인설관' 요소 없었는지
'동몽선습'·'훈몽자회' 모두 충북 연고
중세한글 인쇄물도 콘텐츠 포함시켜야

  • 웹출고시간2010.09.23 18:42:0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증도가자(證道歌字) 파문이 일자 청주시와 고인쇄박물관 등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위상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직지의 인쇄사적 위상에 어떤 흔들림이 있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논리상 금속활자는 1차 사료가 되고, 그것으로 찍어낸 책은 2차 사료가 된다. 이때 2차보다 이른 시기의 1차 사료가 나왔을 경우, 2차 사료의 위상을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이번 파동을 계기로 '고인쇄'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하고, 또 박물관이 추구할 방향성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이름처럼 우리나라의 고인쇄 문화를 주요 콘텐츠로 하고 있다. 그러나 고인쇄 범위가 시간적으로 어디서 어디까지를 말하는지 분명하지 않다.

직지가 워낙 강조되다 보니 일반인들은 중세 금속활자문화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이 부분에서 '고인쇄 문화의 범위가 왜 조선시대 한글문화로는 확대하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기고 있다.

국한문 혼용으로 쓰여진 '훈몽자회'와 '동몽선습'은 모두 충북과 직접적인 연고를 맺고 있는 고서적으로, 한국 문자사의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

국한혼용으로 쓰여진 동몽선습(좌)과 훈몽자회 모습으로, 모두 충북과 직접적인 연고를 맺고 있다. 한국 문자사를 논할 때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훈몽자회(訓蒙字會)는 어린이 한자학습을 위해 1527년(중종 22) 최세진이 을해자(乙亥字)라는 금속활자로 간행한 책이다. 최세진은 '괴산 최씨'의 시조에 오른 인물로, 유년시절 괴산에서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동몽선습(童蒙先習)은 천자문 다음에 배웠던 교과서 개념의 책으로, 괴산읍 검승리 태생의 박세무가 명종 때 목판본으로 찍었다.

따라서 조선시대 어린이들은 천자문-동몽선습-훈몽자회 순으로 문자학습을 했다. 천자문이 중국서 수입된 것임을 감아하면 조선시대 아동용 교과서는 모두 충북인이 주도한 셈이 되고 있다.

근래들어 신미대사 한글창제 주도설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이 설은 당시 속리산 복천암 주지였던 신미대사가 세종대왕을 도와 한글을 주도적으로 만들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볼 때 훈몽자회, 동몽선습, 신미대사 등은 박물관 위상과 기능을 높이는데 중요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지역어문 전문가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이번 기회에 직지를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려시대 직지를 세계 정보화 혁명의 원조격으로 알고 있으나, 다른면이 있다.

상정고금예문의 사례로 볼 때 직지는 많아야 30권 안팎 정도가 인쇄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규모를 가지고 정보화 혁명의 원조를 운운할 수 없다.

어문 전문가들은 직지가 표의문자(뜻글자)인 한자로 쓰여진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표의문자로는 궁극적으로 완벽한 형태의 디지털적 정보화 혁명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현재 중국인들은 유구한 자국 문자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반드시 영어식 알파벳 발음기호를 쳐야 모국문자인 한자를 불러 올 수 있다.

일본문자인 히라카나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소리글자이기는 하나 자모음이 분리되지 않는 음절문자이기 때문에 한자와 비슷한 불편함을 지니고 있다.

가령 'こ'(고)라는 문자를 불러오려면 'か'(가) 행을 5번 치거나, 영어 알파벳 'KO'를 쳐야 한다.

이에 비해 소리글자이면서 음소문자인 한글은 자모음이 자유자재로 조합되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소리를 문자로 표현할 수 있다.

이같은 환경에서 청주고인쇄박물관의 위상과 기능을 높이려면 △고인쇄 문화 범위를 조선시대 한글까지로 확장하고 △이를 위해 연구직을 보강해야 하며 △반면 직지와 관련된 이벤트적 요소는 과감히 축소·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직지에 대한 과대 홍보는 이제 우상을 넘어 이데올로기 차원으로까지 발전했다. 혹자는 이를 '직지 이데올로기'라고 부르고 있다.

시민들은 이른바 'OO 댄스 페스티발', 'OO 체육대회' 등을 개최하는데 왜 직지관련 예산이 들어가야 하는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직지를 빙자한 관료들의 위인설관적인 요소는 없었는지 △지금까지 누적 사용된 수백억원의 전체 사업비와 관련, 과연 그 만큼의 직지 홍보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를 명확히 검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아니더라도 직지는 그 표지와 내용이 한자로 쓰혀 있기 때문에, 적어도 외국에서 직지를 홍보하면 할수록 중국문자가 홍보되는 역설을 지니고 있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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