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가경동 창작인형공방 '팬더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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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4 16:55:09

가수 장재인을 생각하며 만든 구체관절인형 '재인'

ⓒ강병조기자
[충북일보] 제페토 할아버지는 나무를 정성스레 깎고 다듬었다. 옷을 입히고 모자를 씌웠다. 그리곤 '피노키오'라고 이름 붙였다. 한낱 나무에 불과했던 피노키오는 어느새 인형을 넘어 그의 친구가 됐다. 인형을 만드는 일은 또 하나의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창작인형공방 '팬더의 하루' 이한은(39) 대표에게 인형은 새로 맺은 인연이다. 젊은 시절 이어오던 금융업을 그만두고 상경해 인형 제작을 익혔다. 때로는 친구에게 신세를 지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짬짬이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만의 피노키오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워낙 새롭게 배우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에요. 미술, 금속 공예, 액세서리 등 손 쓰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았어요. 자연스레 창작 인형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요. 물론 어릴 적 집안 형편상 마음껏 갖지 못한 기억도 있어요. 인형 창작은 이제껏 배워왔던 것들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가장 큰 매력이었죠."

창작인형공방 '팬더의 하루' 이한은 대표

ⓒ강병조기자
청주 가경동에 공방을 차린 지는 올해로 2년이다. 그런데도 신인 작가의 티가 나지 않는다. 공방 곳곳 인형들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름다움을 위해 몸의 비율을 지나치게 늘이거나 줄이지 않았다. 완벽한 인간이 없는 것처럼 평범한 얼굴과 몸을 정감있게 표현했다.

비스크(도자기)와 석고 재료로 만든 구체관절인형은 유독 빼어나다. 구체관절인형은 만드는 데 한달에서 길게는 여섯달이 걸린다. 땅에 설 수 있는 '자립'과 팔·다리 등 '대칭'을 고려하면 도안을 그리는 일부터 시시각각 신경써야 한다. 인내와 끈기의 시간이다.

"인형 제작은 점점 속도가 붙었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는 현실적 제약이 있었죠. 대개 일하는 여성들이 그렇듯 6살 난 아이를 챙기면서 공방 일을 하긴 쉽지 않았어요. 게다가 전 늦은 밤에 작업해야 능률이 오르는 '올빼미족' 스타일이었으니까요."

이 대표가 만든 구체관절인형

ⓒ강병조기자
힘든 육아였지만 이 대표는 그마저도 인형을 더 이해하는 계기로 삼았다. 인형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에게 인형 이름을 붙이고 이야기를 담아주자 금새 친숙해졌다. 단순 인형에도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아이들과 달리, 어른들을 위한 인형은 눈과 코, 입 등 상상력을 직접 표현해주는 게 중요하단 사실도 깨달았다.

요즘 이 대표는 육아, 강의, 창작, 전시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얼마 전부터는 구체관절인형 외에 펠트, 아크릴을 이용한 천인형 '패피돌'을 제작하고 있다. 체력적으로 힘에 부칠 법도 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자기계발을 멈추지 않는다. 해외 작가들의 SNS를 살피며 영감을 얻고 새로운 창작을 위해 고민한다.

구체관절인형 제작 중인 이한은 대표

ⓒ강병조기자
"강의도 좋지만 사실 제 작품에 더 몰두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공방 대표 이전에 창작인형 작가니까요. 최근에는 3D프린터를 이용한 인형 제작법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아날로그 트렌드가 유행이긴 하지만 그것에만 너무 갇혀 있어선 안 돼요. 다른 분야를 배울 때야말로 오히려 그 가치가 더욱 빛날 수 있는 법이죠."

젊은 예술가, 공방 대표,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를 이한은 대표다. 이 중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꿋꿋이 버텨내는 비결이 무얼까. 공방 문 앞에 앉아 있는 파마머리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가수 장재인을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재인'. 재인을 바라보는 이 대표의 눈빛. 둘은 서로의 든든한 친구였다.

/ 강병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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