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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맛, 스토리텔링 식탁에 오르다 - 진천초평 붕어찜

저수지는 물을 가둔 대신 '맛'을 선물했다.
시래기로 비린 맛 없애면서 대중화에 성공
경각의 정조가 먹은 음식도 푹곤 붕어국물
고문헌 속 붕어, 활력과 고향 생각의 소재

  • 웹출고시간2013.08.05 17:38:34
  • 최종수정2013.08.05 17:38:34

역사에 있어 '가정'을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많은 역사가들은 만약 개혁군주 정조(正祖·1752~1800)가 단명하지 않았으면 조선의 운명이 바뀔수도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정조는 말년에 부스럼이 피부를 파고드는 병인 절후(癤候)라는 악질을 심하게 앓았다. 정조는 병세가 최고의 위험수위에 달할 무렵 약원(藥院)의 신하인 심인과 정윤교를 불렀다.

"밤이 깊은 뒤에 잠깐 잠이 들어 잠을 자고 있을 때 피고름이 저절로 흘러 속적삼에 스며들고 요자리에까지 번졌는데 잠깐 동안에 흘러나온 것이 거의 몇 되가 넘었다. 종기 자리가 어떠한지 궁금하므로 경들을 부른 것이다."-<정조실록>

이때 약원의 두 신하가 약이 되는 음식으로 권한 것은 '푹 곤 붕어의 국물'이었다.

"피고름이 이처럼 많이 나왔으니 근이 이미 다 녹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앞으로는 원기를 보충하는 면에 한층 더 유념하지 않을 수 없는데 부어고(附+魚魚膏)를 본원에서 봉하여 올리겠습니다."-<정조실록>

'부어고'가 바로 푹 곤 붕어의 국물이다. 이렇듯 조선시대 '부어' 혹은 '즉어'(魚+卽魚)로 적었던 붕어는 음식을 넘어 약재로도 많이 인식됐다. 조선후기 인물로 우리고장 단양군수를 지낸 홍만선(洪萬選·1643~1715)은 '산림경제'라는 실학서를 저술했다. 그는 일종의 향촌 경제서인 '산림경제'에서 붕어를 이렇게 표현했다.

하늘에서 내려본 초평저수지 전경

'모든 고기는 모두 오행(五行 수(水)ㆍ화(火)ㆍ목(木)ㆍ금(金)ㆍ토(土))의 순채와 합하여 국을 끓여 먹으면화(火)에 소속되었으나 붕어만은 토(土)에 소속되었다. 그래서 조위(調胃)하고 실장(實腸)하는 공효가 있다.'

인용문 중 '조위'는 위장병을 고치고, '실장'은 장을 튼튼히 한다는 뜻이다. 그는 '순채와 합하여 국을 끓여 먹으면 위가 약해져서 밥이 내려가지 않는 데 주로 좋다. 회(膾)를 만들어 먹으면 오래된 적백리(赤白痢)에 주로 좋다'라고 적기도 했다.

인용문중 적백리는 이질의 일종을 말한다. 붕어를 소재로 한 한시는 의외로 많지 않다. 조선전기 문신인 서거정(徐居正·1420~1488)은 붕어에서 활력의 느낌을 얻었다.

'봄 시내에 비 내려 물이 한창 불었으니 / 순채는 매끄럽고 붕어는 팔짝팔짝 뛰겠지 / 갑자기 나의 강촌 흥취를 일으키건만 / 서글퍼라 생각만 할 뿐 그리도 못 가나니'-<서거정의 사가집>

반면 김시습(金時習·1435~1493)은 타향에서 만난 붕어를 보고 고향을 생각했다.

'단풍잎과 갈대꽃이 낚시터를 쓰는데 / 타향에 벼가 익고 붕어 살찐다 / 별포에 바람이 생기매 찬 기러기가 울고 / 외로운 성에 해가 떨어져 사립문을 닫는다 /…/.'-<동문선>

食과 文의 노출빈도가 낮았던 붕어는 지난 1980년대 우리고장 진천에서 '시래기'를 만나면서 상업적으로 대중화된 음식의 반열에 올랐다.

ㄹ자 초평저수지

초평저수지는 전반적으로 'ㄹ자' 모습을 하고 있다. 두타산에서 봤을 때 '한반도를 닮았다'라는 말을 그래서 나오고 있다.

초평저수지는 1942년 공사를 시작하여 1958년 한미 협조로 준공했고, 이후 1986년 종전의 댐보다 2㎞ 하류에 다시 댐을 축조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완공된 초평저수지는 저수량 1378만t으로, 진천군뿐만 아니라 청원군 6개면에 물을 대고 있다. 저수지 둘레는 29㎞로, 충북도내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저수지로 기록돼 있다.

초평 저수지 축조 당시 저지대에 삶던 주민들은 지대가 높은 지금의 화산리 일대로 이주해야 했다. 이주민들은 처음에는 낚시꾼들의 심부름이나 매운탕 정도의 식당을 운영하며 호구지책을 해결했다.

흐름을 바꿔놓은 음식은 이송애(88) 할머니가 고안한 '비린내없는 시래기 붕어찜'이었다. 이 할머니는 처음에는 '시래기+미꾸라지 조림'을 내놨으나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 대타로 나온 것이 '시래기+붕어찜'으로, 초평저수지 일대에 '붕어찜 타운'이 형성되는데 못자리 역할을 했다. <상세 내용 인터뷰 참조>

화산리에 있는 '초평 붕어마을' 비로, 살찐 붕어의 모습이 잘 형상화됐다.

이렇듯 초평저수지는 물을 가둔 대신 이주민들에게 맛을 선물하는 공정성을 보였다.

종류는 약간 다르지만 역사속의 붕어음식은 우리고장 제천에서도 유명했다.

말년을 충주에서 보낸 인물로 '오주연문장전산고'라는 백과사전류의 책을 지은 이규경(李圭景·1788∼1863)이 있다. 그는 제천의 붕어 음식을 이렇게 적었다.

'호서의 제천현 의림지 붕어는 먹으면 비린 맛이 없고 맛도 제일이라는 말이 있는데 사실이며….'

이 부문은 약간 이해되지 않는 면이 있다. 유독 제천에서 나는 붕어만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고 표현한 것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서두에 홍만선의 글인 '순채와 합하여 국을 끓여 먹으면'을 언급한 바 있다. 이규경도 직접적인 기술은 하지 않았지만 순채 때문에 비린내가 없어진다고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붕어음식은 비린내가 관건이 되고 있다. 진천초평 붕어마을은 시래기로 그 비린 맛을 뛰어 상업적 대중화에 성공했다.

/ 조혁연 대기자

도움말: 충북도 농업기술원, 충북도 문화재계, 진천문화원, 젠한국식문화연구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불을 잘 다뤄야 좋은 맛이 나온다"

초평 송애집 신군식씨


붕어찜 가업 3대 전수

중부고속도 개통되자 서울손님 급증


진천 초평저수지 주변에는 20곳에 가까운 붕어찜 음식점이 '타운'을 이루고 있다. 타운의 못자리 역할을 한 음식점은 송애집(대표 신군식·66·사진)으로, 지난 80년대 붕어찜 음식을 처음 개발했다.

지금 송애집에서는 도시서 인터넷 사업을 하다 들어온 아들 선호(42) 씨가 6년째 붕어찜 수업을 쌓으면서 3대째 '맛의 대물림'이 이뤄지고 있다. 다음은 송애집 대표 신씨와의 대화 내용이다.

- '송애집'의 상호가 다소 특이하다. '송애'는 어디서 따온 이름인가.

"우리 어머니 이름(李松愛·88세)이다. 30여년 전인 지난 1982년부터 붕어찜 음식점을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줄곧 사용해온 식당명이다."

- 어머니는 어떤 것이 계기가 돼 붕어찜 음식점을 시작했나.

"처음에는 낚시꾼들에게 매운탕을 끓여주는 정도였으나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후 개발한 '시래기 붕어찜'이 손님들의 입맛을 끌기 시작했다."

- 부 식재료로 '시래기'를 고집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당시에는 크게 주목하지 않던 무청잎의 일종 아닌가.

"꼭 이것이다라고 의식하지는 않았다. 다만 매운탕과 시래기 붕어찜은 약간 차이점이 있다. 매운탕은 국물음식인데 비해 붕어찜은 말 그대로 찜음식이다. 이 맛궁합이 손님을 끌기 시작했다. 시래기를 넣으니까 붕어 특유의 비린내가 크게 감소했다. 이것이 손님들의 점수를 땄다."

- 지금도 송애집은 '비린내 없는 시래기 붕어찜'으로 유명하다. 시래기 소비량이 만만치 않을터인데.

"처음에는 근처에서 다른 사람 무잎을 수집, 저장했다가 사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만으로는 안 돼 시래기가 많이 나오는 단무지 무를 직접 밭에서 경작하고 있다."

- 음식점이 성공하러면 맛이 한결같아야 하고, 맛이 한결같으려면 나름의 노력을 해야 한다.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양념 등 모든 식자재는 정확한 양이 들어가야 제맛이 나고 맛이 한결같다. 그런 의미에서 맛은 과학이다. 여기에 모든 음식은 불을 잘 다룰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센불로 확 끓인 후 약불로 조리를 마무리한다. 이 부분은 경험으로 터득한 것이다."

- 초평 붕어마을은 언제가 전성기였고, 일년 중에는 어떤 때의 붕어찜 맛이 가장 좋은가.

"지금도 전성기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도 굳이 전성기를 꼽으라면 중부고속도로 개통 직후일 것이다. 접근성이 좋아지자 서울 손님들이 서너시간 전에 전화예약을 한 후 마구 밀려왔다. 지금이 여름철이지만 붕어찜맛은 솔직히 찬바람이 불고나서 이듬해 봄까지가 가장 좋다. 이때가 육질이 가장 단단하고 두꺼운 편이다."

-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붕어찜은 맛은 좋은데 가시 때문에 잘 안 찾게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붕어찜은 어떻게 먹어야 하나.

"붕어를 한쪽으로 뉘여놓고 젓가락으로 갈비뼈를 결대로 한 칸씩 긁어내리며 먹으면 가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말 음식용어 차이를 아세요?

'볶음'과 '덖음', 그리고 '튀하기'와 '한소끔'

썰기기법도 무척 다양, 맛·시각에 직접영향


진천 초평의 붕어음식은 보기에 따라서는 '찜'이 아닌 '지짐'으로도 볼 수 있는 면이 있다. 우리말 조리 용어는 '과정과 상태'를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미묘한 면이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음식의 맛과 시각적인 면은 각종 '썰기 방법'으로부터도 적지 않는 영향을 받는다. 가령 시원한 국물맛을 내는데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무의 경우 '얄팍썰기'가 가장 어울린다. 우리 음식의 각종 용어도 살펴본다.

'찜'은 고기나 채소에 여러 가지 양념을 하여 찌거나 국물이 바특하게 삶은 음식을 말한다. '바특'은 국물이 적어 묽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조림'은 고기나 생선, 채소 따위를 양념하여 국물이 거의 없게 바짝 끓여서 만든 음식을 일컫는다.

'볶음'과 '덖음'은 비슷한 면이 있으나 분명한 차이가 있다. '볶음'은 물기가 거이 없거나 적은 상태로 열을 가하여 이리저리 자주 저으면서 익힌 음식을 말한다.

이에 비해 '덖음'은 물기가 조금 있는 고기, 약재, 곡식 따위를 물을 더하지 않고 타지 않을 정도로 볶아서 익히는 것을 뜻하고 있다. 찻잎 건조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다. .

이밖에 '튀하기'는 육류나 가금류를 끓는 물에 잠깐 넣었다가 건져내는 것을 말한다. 닭이나 꿩의 털을 뽑기 위하여 끓는 물에 잠깐 넣었다가 건져낼 때 '튀하기'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반면 '한소끔'은 한번 끓어오르는 상태를 일컫는 낱말이다. 가령 '대합은 오래 끓리면 질겨짐으로 대합의 입이 벌어지면 한소끔만 끓이고 물을 분다' 정도가 된다.

한편 우리음식 식재료의 썰기 방법은 어슷썰기, 채썰기, 저며썰기, 통썰기, 진단썰기, 얄팍썰기, 골패썰기, 깍아썰기, 막대썰기, 마구썰기, 당초무늬썰기, 반달썰기, 십자썰기, 솔방울썰기 등 매우 다양하다.

대다수의 썰기 기법은 표현 그대로 생각하면 된다. 가령 어슷썰기는 대각선 방향으로 써는 경우(예, 파썰기), 채썰기는 채의 형태로 써는 경우(예, 감자채)를 말한다.

그러나 단번에 와닿지 않는 표현도 적지 않다. 저며썰기는 얄팍하게 사선으로 베는 것(예, 생선회 뜨기)을, 통썰기는 채소를 가로로 놓고 평행하는 써는 것(예, 연근자르기), 진단썰기는 마름모꼴로 써는 것(예, 계란고명)을 일컫는다.

얄팍썰기는 얄팍하면서 네모나게 써는 것(예, 두부전), 골패썰기는 골패처럼 얇으면서 직사각형 모양으로 써는 것(예, 조림 때의 무), 반달썰기는 말 그대로 반달처럼 써는 것(예, 비빔밥에 들어가는 호박)을 말한다.

이밖에 십자썰기는 반달썰기를 한번 더 한 것(예 조림 때의 감자)이고, 솔방울썰기는 겉면을 솔방울 모양처럼 흠을 것으로 오징어 조리에서 많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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