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2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충북의 맛, 스토리텔링 식탁에 오르다 - 괴산 올갱이국

조선시대 선비, 청렴=작은 집=다슬기로 인식
김종직 '다슬기집에 몸붙이고 뽕을 따고 배타니"
'올갱이' 표현은 충북 중에서도 일부 지역만 사용
괴산지역 올갱이, 까끌이· 뺀질이 등 종류도 여럿

  • 웹출고시간2013.06.24 18:14:3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편집자 주

오늘부터 '충북의 맛, 스토리텔링 식탁에 오르다'를 제목으로 한 기획기사를 총 8회에 걸쳐 연재한다. 음식맛과 관련된 기사는 지면이나 공중파방송 등을 통해 자주 접할 수 있으나 하나같이 '홍보과잉' 현상을 보이고있다.
따라서 어떤 음식점은 'TV에 소개되지 않은 진짜 숨어있는 맛집'이라는 문구를 창문에 써붙이고도 있다. 이번 기획기사는 그점 때문에 착안했다.
일방적인 홍보가 아닌, 음식을 먹으면서 식탁을 사이에 두고 나눌 수 있는 이런저런 정담(情談)의 소재가 없을까를 생각했다.
특정 음식이 지니고 있는 문헌, 역사, 어문, 음식사적 배경을 들춰내 이를 스토리텔링으로 엮을 예정이다. 물론 허구가 아닌 사실에 기초한 스토리텔링이다.

올갱이국은 갓잡은 올갱이를 처음부터 집어넣고 끌여야 제맛이 난다.

ⓒ 사진= 괴산 청천 '우리한식 식당'
괴산지역의 올갱이국은 특유의 쌉싸레한 맛 뿐만 아니라 건강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올갱이국을 가열할 때 우러나는 파란색의 액즙은 간(肝) 건강에 좋은 것으로 소문이 나 있다.

영양학계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 "아미노산을 많이 함유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영양학계는 올갱이국에는 부추 또는 아욱이 궁합이 맞는 식재료라고 말하고 있다.

올갱이는 음양상 찬 성질을 지니고 있는 반면 부추와 아욱은 따스한 성질을 지니기 때문에 둘을 함께 조리할 경우 궁합을 이룬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괴산 올갱이국과 관련해 또 하나 눈여겨 볼만한 것은 '올갱이'를 표현하는 언어가 무척 다양하게 발달해 있다는 점이다.

괴산지역 올갱이는 서식환경에 따라 모습이 약간씩 차이가 난다.

'올갱이'류의 표현은 충청도나 강원도 일부 지역의 사투리로, 표준말은 '다슬기'다. 그러나 변종언어인 '올갱이'는 괴산지역에서 그 생김새와 모양에 따라 또 한번 세분돼 불려지고 있다.

괴산지역에서 올갱이를 잡는 사람들은 껍데기에 오돌토돌한 작은 융기가 있는 것은 '까끌이', 껍데기가 다소 맨질맨질한 것은 '뺀질이'. 그 중간의 것은 '반까끌이', 약간 둥그스럼한 것은 '사발이'라고 표현한다.

이중 '뺀질이'는 물 흐름이 빠른 계곡에서, '까끌이'는 물 흐름이 적은 댐 하부 등지에서 나온 것이며, 맛은 '뺀질이'가 가장 좋고, '사발이'는 계곡 깊은 곳에서 잡히나 근래에는 잘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괴산지역 올갱이가 다시 세분되는 것은 서식지의 유속과 바닥환경이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올갱이는 충주 쪽의 하류로 내려가면 한번 더 변형을 해 '비트로 올갱이'라는 표현도 사용되고 있다.

'다슬기'와 관련된 조선시대 고문헌의 표현

'올갱이'에 대한 혼란적인 표현은 우리말 뿐만 아니라 한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표>에서 보듯 올갱이(표준어 다슬기)는 16세기 후반이후 한문으로도 매우 다양하게 표현돼 왔다.

본초강목은 蝸牛(와우)·田螺(전라)·蝸螺(와라), 동의보감은 蝸牛(와우)·田螺(전라)·錄상螺(녹상라), 재물보는 蝸螺(와라)·田螺(전라), 물명류고는 鳴螺(명라)·田螺(전라)·蝸螺(와라)·錄상螺(녹상라) 등으로 표현했다.

이중 사용 빈도가 비교적 높았던 표현은 蝸螺(와라)였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선 후기의 학자인 이만영(李晩永)의 저서 '재물보'에서 올갱이를 '호수나 시냇물에 있으며 논우렁보다 작다'라고 표현했다.

반면 홍만선(洪萬選·1643~1715) 지은 산림경제에는 지네에 물렸을 경우 '와우(蝸牛)를 즙내어 발라준다', 또 허준은 동의보감에는 소변이 막혔을 경우 '전라(田螺)를 생으로 짓찧어 배꼽 위에 덮어 놓는다'라고 서술했다.

그러나 이때의 '와우'와 '전라'가 괴산지역 올갱이와 같은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여러 정황상 이만영이 재물보에서 언급한 '논우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갱이는 사람이 보기에는 무척 느린 걸음을 한다. 때문에 蝸牛(와우)라는 표현도 생겨났다. 뿐만 아니라 올갱이가 사는 집은 협소하기 그지없다. 때문에 조선시대 지식인들은 올갱이 집을 청렴과 안빈낙도에 비유했다.

김종직(金宗直·1431~1492)은 조선 사림파의 개조로 말년에는 고향 경남 밀양으로 내려와 유유자적하는 삶을 살았다. 그때 다음과 같은 한시를 지었다.


김종직은 '작은 집'의 의미로 '蝸牛舍(와우집)'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인용문에 등장한 '응천'은 경남 밀양의 옛지명이다.

국순전의 작자로 유명한 고려 중후기의 문신인 임춘(林椿·?~?)도 비슷한 이미지의 한시를 남겼다.

'장마비 뒤의 장안에(長安霖雨後) / 나를 생각해 멀리 찾아왔네 그려(思我遠相過) / 이 적막한 다슬기집 앞에(寂寞蝸牛舍) / 머무른 말 네마리가 끄는 수레(徘徊駟馬車) /…/ 문간에 이름을 적지 말고 가소(莫署吾門去) / 세상에 내 이름이 다시 날까 두렵네(聲名恐更多)'

/ 조혁연 대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도움말= 충북도 농업기술원, 충북도 문화재계, 괴산군청

"혀를 낼름거리는 것이라야 생올갱이지"

청천시장 입구에서 '생올갱이'를 팔고 있는 김소제 할머니.

괴산 청천면에 사는 김소제(72) 할머니는 평일에는 청천시장 입구, 그리고 농협도지부 직거래 장터가 열리는 금요일에는 청주에서 '생올갱이'를 판매하고 있다.

김 할머니는 "살아 있어 혓바닥을 낼름낼름 내미는 놈을 생올갱이라고 부른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 할머니가 팔고 있는 올갱이는 어디서 잡은 것인가.

"괴산 청천 일대에서 손자 둘이 잡은 것이다. 이것 봐. 아직도 살아 있어 혀를 낼름거리지 않고 있나."

- 바깥 어른은 올갱이에 관심이 없나.

"청천일대 올챙이잡이 선수였지. 한 30년 했는데 이제는 기력이 부쳐 손주들에게 넘겨줬어."

- 올갱이 팔아서 생계가 유지되나.

"그래도 이것 가지고 아들딸 공부시키고 손주 2명까지 공부시켰어. ㎏당 2만원 정도 받으니까 그럭저럭 벌이는 돼."

- 올갱이국은 언제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나.

"봄, 가을이 제철이라고 봐야지. 여름 올갱이는 아무래도 장마 때문에 흙냄새가 조금 나."

- 올갱이국은 어떻게 끓여야 맛있나.

"국을 끓일 때 올갱이를 통채로 넣어서 끓어야 국물이 시원하게 우러나. 올갱이만을 따로 삶아 국에 놓으면 제맛이 안 우러나."

- 올갱이 잡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이 물음에 대해서는 언제 나타났는지 남편 김태호(74) 할아버니가 "옛날에는 납이 달린 그물을 사용했는데 지금은 동(銅)이 달린 그물을 사용하고 있지, 굉장히 비싼 편여. 그리고 나중을 생각해 씨가 잘은 올갱이는 물속에 도로 놓아줘. 그러면 더 큰 놈이 돼서 돌아오거든."

올갱이, 우렁과 골뱅이가 결합된 말

우렁이 언어지도 모습으로, '올갱이'라는 표현은 녹색지역에서만 사용된다. 표준말은 '다슬기'다.

ⓒ 지도=네이버 백과

분류상 '우렁이계 3군'에 속하는 방언

어문학자들이 작성한 이른바 '우렁이 언어 지도'의 모습이다. 우렁이의 방언형은 크게 '우렁이'계, '골뱅이'계, '고동이'계 등으로 나눠지고 있다.

'우렁이'계에는 우렁이, 우렝이, 우링이, 우렁(이상 1군), 울벵이, 울빙이(이상 2군), 울겡이, 울깅이, 올갱이(이상 3군) 등이 속하고 있다.

'골뱅이'계에는 골뱅이, 논꼴뱅이, 논꼴비(이상 1군), 논꼴부리, 못꼴부리, 왕꼴부리, 동꽁뱅이(이상 2군)이 해당되고 있다.

이밖에 '고동이'계에는 고동이(논꼬동이), 고딩이, 할미고딩이, 소라꼬딩이, 황새고딩이(이상 1군), 고동, 논꼬동, 논꾸둥, 박꼬동(이상 2군) 등이 속하고 있다.

<표>에서 보듯 괴산지역의 '올갱이'라는 표현은 '우렁이계-3군'에 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녹색 부분) 어문학자들은 '올갱이'를 '우렁'과 '골뱅이'가 결합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표현으로 보고 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