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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5.27 16:26:55
  • 최종수정2019.05.27 16:26:55
[충북일보] "여기는 정상,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1977년 9월15일 산악인 고상돈(高相敦)이 남긴 말이다. 한국인 최초의 에베레스트(8848m) 등정 성공 소식이었다. 하지만 40년째 그의 말을 듣지 못하고 있다.

*** 진정한 '충북인'으로 대우해야

고상돈은 청주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졸업 후 전매청 청주연초제조창에 근무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청주대 2년을 수료했다. 1965년 충북산악회에 가입했다. 산악인으로서 첫 출발이었다. 겨울등반을 특히 잘했다.

그는 세계 최고봉을 등정한 최초의 한국인이다. 한국을 세계에서 여덟 번째 에베레스트 등정 국가로 만들었다. 포스트·몬순 기간 등정 세계 세 번째라는 기록도 세웠다. 한국산악인의 자랑이자 자존심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명성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호사다마(好事多魔) 화불단행(禍不單行)이었다.

그는 1979년 알래스카 최고봉 매킨리(6191m)원정대장을 맡았다. 5월29일 무리 없이 정상도 밟았다. 하지만 등정 성공 후 하산하다 추락사했다. 충북의 세계적 영웅은 그렇게 갑자기 사라졌다. 에베레스트 등정 성공 2년도 안 돼 영원히 산에 머물고 있다. 함께 했던 2명의 대원과 함께 '매킨리의 신'이 됐다.

그리고 40년이 지났다. 그런데 그를 기억하는 추모열기가 없다. 충북산계에서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충북산악계가 그를 '제주인'으로 여기는 탓이다. 그는 제주에서 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를 산악인으로 만든 건 충북이다. 그는 충북의 자양분으로 세계적인 산악인이 됐다.

그는 청주에서 학교와 직장을 다녔다. 대학도 2년 수료했다. 그의 산악활동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결국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다. 그의 첫 등정은 모두에게 값진 의미였다. 개인은 물론 충북과 대한민국에 쾌거였다. 대한산악연맹이 9월15일을 '산악인의 날'로 지정했을 정도다.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다.

당시 그는 최고의 영웅이었다. 대한민국을, 충북을 빛낸 영광의 얼굴이었다. 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곳이 많았다. 태극기와 에베레스트가 그려진 기념우표도 발행됐다.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태극기를 들고 서있는 사진이 실린 주택복권도 나왔다.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충북은 그를 진정한 '충북인'으로 대우해야 한다.

그가 떠난 지 올해로 40년이다. "여기는 정상이다. 바람이 너무 세고 추워서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사진을 찍고 하산하겠다. 지원해준 여러분들에게 감사한다"고 등정 성공의 쾌거를 알렸다. 하지만 그날의 그 말은 유언으로 남았다. 제주도에선 지금도 그를 기리고 있다. 그를 문화상품으로 만들어 전국에 알리고 있다.

그의 업적을 기념해 '고상돈로'까지 만들었다. 고상돈기념사업회는 거기서 매년 11월 '고상돈로 전국걷기대회'를 열고 있다. 영웅을 기억하며 기리고 있다. 고향에서 추모사업을 나쁘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영웅을 만든 곳에서 추모라면 더 값질 것 같다. 고상돈 추모사업은 충북의 산악문화발전과 깊게 연관될 수밖에 없다.

그는 대한산악연맹 충북연맹 이사도 지냈다. 두말 할 것도 없이 분명한 충북산악인이다. 출생지와 상관없이 충북이 배출한 세계적인 산악인이다. 그는 충북을 자양분으로 삼아 산 사람이 됐다.

*** 영웅 기릴 기념관도 필요하다

경남 고성은 엄홍길의 고향이다. 그곳에 가면 '엄홍길기념관'이 있다. 3세 때부터 생활한 의정부시에도 있다. 서울엔 '박영석기념관'이 있다. 물론 업적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에겐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에베레스트 국내 최초 등정기록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국내 산악사의 큰 획이다.

5월29일은 그가 영원히 산이 된 날이다, 그의 자취는 산악사에 불멸의 자취로 남아야 한다. 충북산악계가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꽃은 저절로 피지 않는다. 인고의 고통이 한참 머물러야 한다. 적어도 그의 도전정신이 후대에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충북에서 다시 세계적인 산악인이 나올 수 있다.

순수의 열정은 불굴의 의지를 낳는다. 인간 한계를 극복하는 에너지로 거듭난다. 기념관이나 전시관은 그런 정신을 배우도록 하는 공간이다. 그의 영광이 과거에 머물러선 안 된다. 현재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실패라고 다 나쁘지는 않다. 달라지면 된다. 충북산악계에 회광반조(廻光返照)와 조고각하(照顧脚下)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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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김진현 ㈜금진 대표이사

[충북일보] 독일의 생리학자 프리드리히 골츠의 실험에서 유래한 '삶은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이라는 법칙이 있다. 끓는 물에 집어넣은 개구리는 바로 뛰쳐나오지만, 물을 서서히 데우는 찬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온도 변화를 인지하지 못해 결국 죽는다는 뜻이다. 올해 창업 20주년을 맞은 벽지·장판지 제조업체 ㈜금진의 김진현 대표이사는 현재 국내 중소기업을 이에 비유했다. 서서히 악화되는 경기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결국 도산에 직면한다는 경고다. 충북에서는 유일하게 지난해 중기부의 '존경받는 기업인 10인'에 선정된 김 대표를 만나 현재 중소기업이 처한 상황을 들었다. ◇청주에 자리 잡은 계기는 "부천에서 8남매 중 7째 아들로 태어났다. 공부를 하고 있으면 선친께서는 농사일을 시키지 않으셨다. 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되고 싶었다. 슈바이처를 존경했고 봉사활동을 좋아했다. 인천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인하대학교가 어디에 있는 지도 몰랐다. 의대에 원서를 넣었지만 떨어졌고, 평소 수학과 화학 과목에 소질이 있는 것을 알고 계셨던 담임선생님께서 인하대에 원서를 써 넣어 주셨다. 인하대 화공과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뒤에도 의대 진학에 대한 미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