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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산

천주교 청주교구 문화동본당 주임

레바논은 이스라엘 북쪽에 붙은 조그만 나라다. 레바논은 송백나무 숲으로 유명하다. 아름드리 송백나무들이 옛날부터 좋은 목재로 사용된다. 수명이 길고 좋은 향기가 나는 이유로 왕궁이나 신전을 지을 때 사용돼 왔다. 솔로몬 왕도 예루살렘성전을 지을 때 레바논에서 잘라온 송백나무를 많이 사용했다. 그런 관계로 레바논의 국기에는 송백나무가 항상 가운데 자리 잡고 있고, 우표에도 송백나무를 볼 수 있다.

오늘은 숲속에 있던 세 송백나무의 꿈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다. 첫 번째 송백나무는 자신의 꿈을 이렇게 말했다. "나는 훌륭한 임금님의 어좌가 되고 싶어." 두 번째 송백나무는 "나는 세상의 악을 쳐 이기는 일을 하고 싶어." 세 번째 송백나무는 "나는 사람들이 나를 쳐다볼 때 마다 하느님을 생각하며 찬미하면 좋겠어."

꿈과는 너무 다른 현실이 이뤄졌다. 하루는 도끼와 톱을 든 사람들이 와서 첫째 송백나무를 잘라서는 널판을 켜고 뚝딱뚝딱 못질을 해서 소, 돼지, 당나귀 등을 위한 외양간을 짓고, 남는 널빤지로는 여물통을 만들었다. 그 송백나무는 원망과 불평의 나날을 보내며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내 가치를 몰라줘도 너무했어!!!"

둘째 송백나무는 커다란 식탁이 되어 가구점으로 팔려갔는데, 어떤 사람이 사다가 집에서 식탁으로 사용하게 됐다. 식구들이 식사를 할 때 반찬과 국물 등이 식탁을 지저분하게 만들곤 했다. 그 나무는 원망과 불평하면서 지냈다. 셋째 송백나무는 켜서는 아무도 사가는 사람이 없어 어두운 창고 속에 들어가 있게 됐다. 그 나무는 "아, 내 팔자!"하면서 속상해했다.

세월이 흘러가고 그러던 어느 날 별이 초롱초롱 빛나던 밤, 한 젊은 부부가 외양간을 찾아 들어왔다. 시내 여관에서는 만원이라서 방을 구하지 못한 가난한 부부였다. 만삭이었던 젊은 부인은 그날 밤에 거기서 아기를 낳아서 여물통에 짚으로 자리를 만들고 강보에 싸서 아기를 누였다.

그때 하늘에 큰 별이 나타나 외양간을 비추고, 천사들의 노랫소리가 "하늘 높은 데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마음이 착한 이에게 평화!"하며 들려왔다. 근처에서 밤새워 양떼를 치던 가난한 목자들이 찾아와 아기 앞에 무릎 꿇고 경배를 드렸다. 바로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 첫 번째 송백나무 안에서 탄생하신 것이다. 그리하여 꿈이 이뤄졌다.

세월이 또 흘러 30년 후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둘째나무로 만들어진 식탁 둘레에 모여왔다. 그중 스승으로 보이는 분이 식사 도중에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에 띠를 두르고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하나씩 씻어줬다.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섬기어라"하고 말한 뒤 빵을 축성하시고 나눠주며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바칠 내 몸이다."

포도주가 담긴 잔을 나눠주시며 "너희는 모두 이 잔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너희와 모든 사람의 죄를 사하기 위하여 흘릴 나의 피다"라고 말했다. 이때 송백나무는 깨달았다. "세상의 악을 쳐 이기는 길은 바로 사랑, 용서, 봉사, 섬김이다."

그 다음날 창고 문이 열리더니 세 번째 송백나무를 끌어내어 사람들이 큰 십자가를 만들어서는, 한 죄인을 끌어다가 십자가를 지우고서 성 밖의 골고타(해골산) 언덕으로 끌고 가서는 손발에 쇠못을 박아서 십자가를 세웠다. 송백나무는 너무 기가 막혔다. "아니, 사형 죄인의 목숨을 죽이는 나무가 되다니!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그런데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아버지, 이 사람들을 용서 하소서"하고 오른쪽에 못 박힌 강도에게는 "너는 오늘 나와 함께 천국에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로마군 백부장은 이렇게 고백했다. "이 사람이야말로 하느님의 아들이로다." 십자가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닿는 곳마다 죄가 씻기고 새 생명이 생겨나서 하느님의 자녀들이 탄생했다. 이제 십자가는 하느님 사랑의 표현, 그 구원의 상징이 됐다.

세 송백나무의 꿈은 예수님을 만남으로써 실현됐다. 우리의 소망 또한 예수님을 만날 때에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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