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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환

충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경남기업 성완종 회장의 자살로 대한민국이 여전히 시끄럽다.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돈과 건강, 마음까지 다 바쳤던 자수성가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정치권에 배신당했다는 냉혹함에 절망한 나머지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제 자살 관련 보도는 언론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익숙한 기사거리가 되었다. 대한민국은 자살공화국이다. 1983년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8.7명 수준으로 총 자살자 수는 3천417명이었다. 그 후 30년이 지난 2013년 자살률은 던 것이 28.5명으로 3.3배 증가하여 총 자살자 수는 1만4천427명에 달했다. 이는 하루 평균 40명, 36분마다 한 명씩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자살을 시도해본 사람의 숫자는 자살 사망자의 10배로 추정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1년에 약 15만명 정도가 자살을 시도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자살은 20∼30대 청년들의 사망원인 1위이며, 노인인구의 자살도 심각한 수준이다.

자살하는 이들을 보면서 필자는 "인간이 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각 개인마다 살아가는 목적이 다를 수 있겠지만, 결국은 행복하기 위해서 살아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자기는 불행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확신이 차있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자살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행복이란 무엇이고, 인간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는 없을까?"

톨스토이의 유명한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가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다르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이 말은 인간은 누구나 같은 이유로 행복하지만, 서로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는 의미이다. 남자와 여자 중에서 누가 더 행복할까? 톨스토이는 여자가 더욱 행복하다고 보았다. 남자는 일에 얽매여야 하고 윗사람이나 아랫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걱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행복할 수는 없다. 여자가 행복하려면 물론 아름다워야 한다. 결혼한 여자는 결혼하지 않은 여자보다 더욱 행복하다. 외롭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의 남편은 사회적 명망과 경제적 풍요를 함께 갖추고 있어야 한다. 톨스토이가 이러한 행복의 모든 조건을 갖춘 인물로 설정한 주인공이 안나 카레니나였다. 톨스토이가 맞벌이가 보편화된 현대 시대에 살았다면 전문직 여성이나, 혹은 남자를 행복한 사람으로 상정할 수도 있었겠지만, 행복에 대한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톨스토이는 그가 창조한 완벽하게 행복한 인물을 현실 속에 살아가게 만든다. 그러나 러시아의 귀족이자 고관의 부인이었던 안나는 끝까지 행복할 수 없었다. 그녀는 젊고 예뻤기 때문에 유혹에 빠지게 된다. 젊은 기병대 장교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지지만, 이미 결혼한 몸이었기에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만다. 그녀는 결국 시련의 아픔 속에서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져 비참하게 자살을 하고 만다. 그녀에게 행복의 조건이 동시에 불행의 조건이 된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인물이 가장 불행한 인물이 되어버렸다.

톨스토이는 이 작품을 통해서 이 세상에 완벽한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행복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말은 역설적으로 불행도 마찬가지로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이 작품을 통해 달이 차면 기울듯이 행복하면 언젠가는 불행해 질 수 있으며, 초승달이 나날이 커지듯이 불행한 삶도 세월이 지나면 언젠가는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 삶이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살아 있다는 자체가 행복하다는 톨스토이의 교훈은 자살이 급증하는 우리 사회에 주는 함의가 크다.

자살은 단순하게 한 명이 자신의 목숨을 끊는 것이 아니다. 자살은 주변과 사회에 큰 충격과 파장을 남긴다. 자살자에게는 남겨진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지인들이 있다. 또한 자살자가 사회에서 수행하던 업무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충격과 파장을 경제적으로 환산했을 때 3조원에 다다른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또한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자살을 막기 위한 더욱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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