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순교의 땅, 자애의 교황을 맞이하게 되다

'솔뫼 성지'와 '해미 성지'를 찾아서

  • 웹출고시간2014.08.11 17:57:35
  • 최종수정2014.08.11 17:57:35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 땅을 밟을 날이 불과 이틀 후로 다가왔다. 세월호 사건을 위시해서 병영의 가혹 행위 등 국민들의 마음은 아프고 쓰리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라도 교황의 자애 속에서 위무 받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다. 198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엎드려 한국 땅에 입맞춤하는 모습은 가슴 뭉클한 장면이었다. 지금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대 누구보다도 낮고 가난한 자를 섬기는 실천적 행동을 보여 주어 전 세계인의 신망을 얻고 있다. 그 교황이 방문할 우리나라의 대표 천주교 성지를 미리 찾아보았다.

당시 '서학'에 빠진, 양반과 천민을 아우른 조선의 백성들과 천주교 교리가 공명되는 지점은 무엇이었을까. 그 접점을 찾아 떠난 발걸음이기도 했다.

솔뫼성지

김대건 신부의 솔향 같은 믿음이 서린 곳 '솔뫼성지'

8월 15일, 교황을 맞게 되는 당진 솔뫼 성지는 한국인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이곳은 1946년 김대건 신부의 순교 100주년 기념비가 세워지면서 조성되었다. 솔뫼성지 입구의 아레나 홀에서 생가를 지나 성당이며 기념관과 조화를 이루는 것은 굳건한 기상의 소나무들이다. 불과 스물 다섯의 나이로 자신의 믿음과 신념을 죽음으로써 지켜낸 젊은 신부의 의지와 기백이 그 소나무로 현현(顯現)된 것만 같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솔뫼성지에서 6,000명 청년들과 대화시간을 갖고 문화프로그램을 함께 한다. 원형 야외미사가 열리는 아레나 홀은 2,000명의 예비수도자가 앉을 자리이고, 뒷편 솔밭에는 15,000명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날 유럽은 오전 4시30분부터 이 장면을 생중계로 방영할 예정이라도 한다.

가톨릭 신자라면 아레나홀부터 솔밭 뒷편으로 연결되어 있는 '십자가의 길'을 따라 1처소부터 천천히 순례하며 14처소까지 기도드리는 것도 감동적인 신앙 체험이 될 것이다. 비단 신자가 아니더라도 14처를 하나하나 찾아 가면서 묵상에 잠겨 내적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면 마음이 놀랍게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솔바람 속에서 이루어지는 안식과 묵상의 시간에 세상을 향한 마음도 좀 더 밝고 따뜻해지리라.

해미성지

무명의 순교자들이 지켜낸 신앙의 땅, 해미성지

교황은 17일, 해미의 첫 순교자 인언민(마르티노, 1737∼1800), 김진후(비오, 1739~1814), 이보현(프란치스코, 1773∼1800) 등 3위가 피를 흘린 해미에서 아시아ㆍ한국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주례한다.

그들이 뜨거운 피를 뿌린 곳은 이제 나무 그늘 은현(隱現)한 공원이 되어 있었다. 믿음의 희생과 헌신은 후세에 안락한 성소를 만들어 주었다. 그 중 야외 예배소에 앉기 좋게 놓인 예배석들이 인상적이었다. 그 중 하나에 앉아 믿음으로 스러져간 이들을 추념(追念)해 본다.

해미순교성지는 정사박해(1797년)때부터 병인박해(1866년)까지 치열했던 믿음의 현장으로 1935년 생매장 순교자 유해를 찾게 되었다. 순교자들이 죽음의 행렬 중 읊조렸던 예수마리아 기도소리가 지켜보던 이들의 귀에는 여수머리로 들렸기에 생매장터는 '여숫골'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또한 순교자들이 압송되며 넘었던 죽음의 고개인 한티고개, 투옥 고문 처형이 있었던 해미읍성과 호야나무, 그리고 지금도 핏자국을 볼 수 있는 자리개돌이 보존되어 있다. 또 순교자들을 수장시켰던 '진둠벙이'도 남아 있다. 기록으로만 확인되는 순교자 수만 해도 179명 이상이 된다. 아마 비공식적으로 수천 명 이상이 순교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해미성지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생매장 순교 터와 그 순교자의 유해가 확인 발굴되고 보존되어 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순례자들은 옛 복식과 형구로써 해미읍성에서 순교 성지로 이어지는 '십자가의 길'을 체험해 볼 수도 있다.

갖가지 처참한 죽음의 형극에서도 순교자들이 애절히 갈구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주여 우리를 매 맞아 죽지 않게 하소서

주여 우리를 굶어 죽지 않게 하소서

주여 우리 어미 아비 자식이 한데 모여 살게 하소서

그들이 바란 것은 조선을 전복시켜 신세계를 맞이함이 아니었다. 천주교 박해를 다룬 소설 김훈의 '흑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위와 같은 기도처럼, 그들은 그저 가족과 함께 하는 소박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원했던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 사랑과 화평에 대한 염원을 이 땅에 빛처럼 전파하러 곧 온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