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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8.18 18:10:06
  • 최종수정2014.08.20 16:40:02
떠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떠났다. 4박5일의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갔다.

방한 기간 동안 많은 족적을 남겼다. 한국 사회에 많은 의미를 남겼다. 수많은 어록도 남겼다. 음성 꽃동네에서 뇌성마비 아이에게 건넨 교황의 손가락은 강렬했다. 아직도 그 울림이 크다.

***상대의 마음부터 들여다보자

사람이 일생 동안 무언가를 남기는 일은 아주 의미 있다. 그 중 사람은 이름 남기기를 가장 큰 명예로 생각한다.

남긴 이름이 사랑과 희망과 연결되면 더 없이 좋다. 각종 장기 기증으로 세상에 생명을 남긴 이들도 있다. 김수환 추기경은 각막기증으로 세상에 빛을 남겼다. 사는 동안에도 쭉 사랑과 희망을 선물했다. 그래서 그 이름은 우리에게 여전히 빛이 되고 있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겨우 4박5일 동안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줬다. 많은 것을 남겼다. 8월의 크리스마스를 선물했다. 두려움 없는 사랑을 실천하고 갔다. 물론 우리가 해야 할 숙제도 함께 주고 갔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지난 16일 음성 꽃동네를 방문했다. 행사 중 문득 걸음을 멈추고 뇌성마비아이에게 다가섰다. 이내 초점을 잃은 아이의 입에 자신의 검지를 들이밀었다. 어느새 아이는 교황의 손가락을 쭉쭉 빨고 있었다. 잠시 후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사랑의 기적이었다. 벅찬 감동이었다. 교황의 손가락이 엄마의 젖꼭지가 됐다. 교황의 사랑이 아이의 닫힌 마음까지 열었다. 교황은 침 묻은 손가락을 닦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한참동안 아이만 바라봤다. 사랑의 눈빛이 가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외되고 가난하고 상처받은 이들을 보듬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방한 첫날 세월호 유가족의 손을 맞잡고 위로했다. 15일 대전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는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을 위해 기도했다.

16일 광화문광장 시복 미사 집전에 앞서 카퍼레이드서도 교황은 배려와 위로의 삶을 몸소 보여줬다. 소탈하고 격의 없이 낮은 데로 임했다. 아이들이 눈에 띄면 어김없이 카퍼레이드를 멈추고 아이들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세월호 유족들이 모여 있는 곳에 다다르면 차에서 주저 없이 내렸다. 내려 이들의 얘기를 들어줬다. 많은 유족들이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시민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공감은 사람의 마음을 여는 힘이다. 그리고 그 공감의 열쇠는 결코 다른 곳에 있지 않다. 내 마음에 있다. 낮은 곳으로 임하는 진짜 마음이 상대의 마음을 여는 공감의 열쇠다. 내 자신의 단단한 벽부터 헐어야 가능하다. 내 입장을 버리지 않으면 결코 상대 마음을 얻을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메시지는 쉽고 명료하다. 우리가 어떤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함축하고 있다. '나'보다 '우리', 개인적인 행복보다는 공동체의 행복을 앞세우고 있다. 그리고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그의 가르침은 아주 구체적이다.

세월호 유가족이 전한 노란 리본을 방한 일정 내내 왼쪽 가슴에 단 의미는 진지하다. 아픔을 겪고 있는 희생자 가족을 어루만진다는 뜻이다. 물론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생각의 실천이기에 의미가 깊다.

내 입장에서 상대를 백번 설득해봐야 소용이 없다. 상대가 먹는 밥을 먹어봐야 그 사람의 생활정도를 알 수 있다. 그 사람이 신는 신발을 신어봐야 그 사람의 불편함을 알 수 있다.

***정답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양보

교황이 세월호 유가족을 만난 까닭이 뭘까. 소통과 공감의 방식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세월호 희생자만을 보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어두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신음하고 고통 받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을 전하자는 촉구다. '네 탓, 내 탓' 전에 먼저 들어주고 이해하고 안아주라는 메시지다.

음성 꽃동네에서도 교황은 손님이 아닌 친구였다. 그들과 같은 눈높이로 바라보고 대화했다. 낮은 모습으로 그들과 함께했다. 사랑의 실천이었다.

프란체스코 교황의 메시지는 결국 한 가지다. 아픔 없는 나라 만들기다, 궁극적으로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 갔다. 그런데 우리의 정치권은 아직도 모르는 듯하다. 교황의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정치권의 몫이다.

정답은 이미 제시돼 있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양보다. "나는 등반가에게 조언을 해 줄 수는 있지만, 그를 위해 대신 산을 올라 줄 수는 없다"는 말이 전부를 전하는 듯하다. 프란체스코 교황이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의 요약처럼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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