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4.07.10 15:24:20
  • 최종수정2014.07.10 15:24:44

이화영

음성민중연대 운영위원

"고향 부군수로 일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기쁨보다는 두려움과 걱정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나 군청 가족 여러분과 함께하면서 걱정은 사라지고 희망을 보았습니다. (중략) AI 발생에 따른 살처분은 농민은 물론 우리 공직자들의 가슴도 아프게…"

음성군청 6층 대회의실. 중년의 신사는 목이 메었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를 지켜보던 동료 직원들의 박수를 받고서야 감정을 추스르고 준비한 자료를 읽어 내려갔다. 지난 3일 오전 조병옥(57) 음성부군수의 이임식 현장의 모습이다.

조 부군수는 마른 체격에 껑충한 키, 넓은 이마에 베이스 톤의 묵직한 음성, 싸늘함마저 풍기는 첫인상은 깐깐하고 권위적인 관료의 모습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음성에서 근무한 177일은 직원들이 '닮고 싶은 공직자'로 표현할 만큼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는 음성고등학교 재학시절 총학생회장을 맡을 정도로 리더십이 강했고 공부도 잘했지만, 매점에서 일해야 할 만큼 집안이 가난했다. 힘들고 어렵게 공부하고 생활한 때문인지 성실함과 남을 위한 배려는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다.

올해 1월 초 음성부군수로 부임하고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행하자 궁금한 점이 있으면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해결했다. 전화로 해결이 안 되면 사무실을 방문해 담당자 옆에 놓인 보조 의자에 앉아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담당과장이나 팀장에게 전화하거나 불러서 물어보는 게 보통이지만 상식을 거슬렀다. 또 직원들의 시간을 뺏지 않으려고 내부망 쪽지로 직원들과 소통하길 즐겼다. 부하직원이라는 권위의식보다 동료라는 수평적 사고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

그는 궂은 일에 늘 앞장섰다. 누구도 들어가길 꺼리는 AI 살처분 현장에서 사진만 찍으려고 시늉만 한 게 아니라 구슬땀을 흘리며 매몰작업을 했다. 기름 유출 사고가 났을 때도 그랬고, 우박피해 농가 돕기를 나섰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책상에서 지시하기보다 몸으로 부딪히고 현장에서 답을 찾는 '깨어 있는 리더'였다.

또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실행한 공직자였다. 도로명 주소 홍보를 자청해 함께하는 등 직원들의 업무를 직접 도와주며 '열심히 해줘서 고맙고 고생이 많다'는 말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한 직원은 "부군수께서 의견을 냈어도 담당자의 생각을 최대한 존중해 주면서 해결책을 찾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개관사정(蓋棺事定). '사람이란 자리를 뜨고 난 뒤에야 올바른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사자성어다. 조 부군수가 자리를 뜨자 '따뜻하고, 배려 깊고, 열정적인 신사', '인간미 넘치고,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공직자', '탈 권위주의, 닮고 싶은 공직자'란 음성군청 내부망의 글이 지난 6개월의 행적을 대변해 주고 있다.

누구나 선후배와 동료로부터 존경받고 좋은 기억에 남길 원한다. 실천 없이 입으로만 하는 사랑과 진정성이 담기지 않은 구애는 모래성에 불과하다. 지난 177일, 조 부군수의 진한 사랑의 흔적은 음성군 공직자들의 가슴과 기억에서 큰 울림으로 남지 않을까?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