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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7.01 19:57:1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지게 다리에 작대기 두르려 장단 맞춰 콧노래 부르며 아침저녁으로 넘나들던 재 넘어 오솔길은 풀과 잡목으로 우거져 어디가 길 이었는지 어림잡을 수도 없지만 눈을 감으면 또렷하게 떠오르는 고향의 그 언덕.

의무교육이 생기면서 자식에게는 지게지우지 않겠다던 아버지. 그 등에는 삶의 무게가 더 무거워져 멜빵과 등태가 닿는 곳이면 굳은살이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두꺼워지게 만들었던 지게.

농사철엔 들로, 겨울엔 산으로, 아버지의 분신처럼 등에 붙어 다니던 지게.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라는 유행가 노랫말처럼 지게는 벗어날 수 없는 농사꾼의 굴레이자 멍에였다. 몸으로 때워야 했던 시절에는 마누라보다 등을 대는 시간이 더 많았고 생계를 걸머진 가장의 신분이었다.

학교에 갔다 오면 부엌에가 찬장에서 찬밥 한 덩이를 찾아 먹고 낫을 갈았다. 그리고 지게 다리에 매인 멜빵끈을 두어 바퀴 돌려 감아 지게가 몸에 밀착되어 무게 중심이 허리에 오게 조절한 다음 쇠풀을 베러 나갔다. 겨울에는 뒷산에 고주박을 캐다 굴뚝 옆에 차곡차곡 쌓아 놓으면 바쁜 농번기 때 어머니께서 땔감으로 사용하셨다.


지게는 소나무 두 개를 베어다 응달에서 잘 말린 다음 깎고 다듬어 구멍을 파 짜 맞추는 방법으로 못 하나 쓰지 않고 만들었다. 멜빵은 짚으로 댕기 따듯 엮어 달고 등태는 허리부분에 무리가 가지 않게 푹신하게 짚으로 등태를 달았다. 이곳마저 마찰 횟수가 거듭되면서 반들거렸다. 지게는 작대기 바소구리 이렇게 있어야 궁합이 맞는다.

작대기는 Y자 모양의 긴 나무로 지게를 세울 때 받쳐 놓고 짐을 지고 일어 설 때 몸을 지탱하며 힘을 쓸 수 있는 막대이고, 바소구리란 가늘고 긴 싸리 가지를 조개모양처럼 둥글넓적하게 엮어 만든 것으로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 지게와 탈부착이 용이하게 끈으로 고리를 만들어 달아 짐의 용도에 맞춰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게 했다.

이러고 보면 지게는 자동차에 버금가는 엄청난 발명품이었다. 연식을 불문하고 모델도 바꾸지 않고 오랜 세월 전국 시장을 독점했던 전천후 제품이었다.

아마 등골이 빠진다는 속담도 지게질에서 나왔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 들어 힘 못쓰면 젊어서 이골이 난 지게질로 몸의 진기가 빠졌기 때문이라고 소곤거렸다.

아무튼 한 칸짜리 오두막에 살아도 지게는 그 집 남자수대로 놓여 있었다.

어릴 적 형들과 지게에 누가 더 많은 짐을 얹나 내기도 하고 때론 너무 많은 짐에 휘청거리며 산비탈에 곤두박질도 했던 유년시절.

좁은 길이나 산 비탈진 곳 등은 어김없이 지게를 이용해야만 농사도 가능했다. 또한 동네에서 넉넉한 집에 나무를 해다 주고 하얀 쌀 반 됫박을 얻어 오던 시절도 있었다.

지게는 힘든 노동의 상징이다.

가난을 숙명으로 여겼던 아버지들은 막걸리에 취기가 오를 때면 속내를 드러내곤 했다.

'자식만큼은 지게지우지 않겠다'며 자식 놈을 지게에 태워 마당을 한 바퀴 돌면서 "이놈아 무식한 애비 본받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라"하시며 혀 꼬부라진 소리를 늘어 놓았다.

서울역이나 남대문시장에는 옛날처럼 소나무가지를 이용해 만든 지게는 아니지만 철제로 된 지게들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수고로움을 대신해주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어쩌다 일이 많으면 활기가 돋지만 일이 없는 날은 양지바른 곳에 옹기종기 모여 신세를 한탄하던 지게꾼들. 밑천 이래야 몸에 익은 지게질이 전부다 보니 공치는 날에 내뿜는 이들의 담배연기는 따뜻한 봄날 더없이 처량하게만 보였다.


자식만큼은 지게지우지 않겠다던 아버지의 소원대로 당신은 등골이 휘고 어깨가 빠지도록 짐을 지신결과 우리의 삶은 나아지고 아버지를 실망 시키지 않았다는 스스로의 위안을 삼으며 살아 왔다. 그렇지만 이제 무덤 앞에 쪼그리고 앉아 듬성듬성 난 잡풀을 뽑으며 나지막이 아버지를 불러야 하는 불효자는 눈물이 난다.

글 / 홍대기 작가

사진 / 홍대기·석길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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