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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사에 가장 긴 기간 동안,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양김(兩金)으로 불리는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양김은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경쟁과 협력을 반복하며 정치판을 풍미했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한국 정치는 양김 중심으로 움직였다. 숱한 정치인들이 양김을 따라 정치계에 입문했고, 이들이 무리를 이뤄 양김을 수장으로 하는 계파를 형성해 상도동계와 동교동계라는 보스 지향적 계보정치가 만개했다. 양김이 정치인과 정치권을 분할해 주무르며 분열과 화합을 주고받는 과정이 곧 한국 현대 정치사라 할 만큼 양김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양김은 현대 정치의 역사-

영향력의 차이는 있지만 오늘 이 순간도 양김은 한국 정치의 중심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았다. 양김은 여전히 말과 행동으로 정치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정치사가 이를 빠짐없이 기록하는 중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MB 정권을 창출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만으로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YS가 이끌었던 상도동계 출신 다수가 현역 정치인으로 뛰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권 내에 있으며 당의 투쟁전략이나 노선을 정하는데 '김심'을 직간접으로 고려한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민주당 정치인 가운데 DJ와 무관한 인사를 찾는 게 어려울 정도이다.

양김은 정치적 라이벌이자 동지관계였다. 둘은 많은 부분 닮았고, 많은 부분 달랐다. 집요하고, 단호하며, 응징하는 정치 스타일은 유사하지만 이를 위해 동원하는 수단은 서로 달랐다. 양김의 유사점과 차이점, 그에서 비롯된 정치 스타일, 양김의 정치를 보고 배운 계파들이 숙명적 경쟁자와 전략적 동반자 사이를 오가며 엮어낸 최고의 결과물이 바로 민주화 업적이다.

민주화야말로 양김이 이룩한 가치의 절정이며 YS와 DJ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양김 정치가 보스중심 파벌정치이며 지역감정을 교묘히 악용한 망국적 병폐라는 질타 속에서도 흔들리기는커녕 YS와 DJ가 번갈아 대통령을 할 때까지 강고한 대오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민주화 세력으로서의 원형질이 있었다. 국민들이 양김 모두를 대통령에 당선시켜준 것은 민주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보여준 용기와 희생에 대한 보상에 동의했다는 뜻이다. 양김은 대통령 재임 시절의 공적보다 민주화의 업적이 더 크고 값진 의미를 갖는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적 추앙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오랜 세월 민주화 투쟁을 벌인 역정은 길이 기억될 게 분명하다.

평생 정치를 업으로 살아 온 계파정치의 상징 양김은 노년이 돼서도 현실정치에 깊숙이 개입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민감한 이슈가 생기면 여지없이 예의 계보정치를 했다. 또, 서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날선 공방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양김의 대결을 더 이상 접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위중한 상태에 처해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DJ에게 병문안 간 YS가 '화해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DJ와 공동으로 한 화해선언은 아니지만 기자들에게 공식적으로 확인한 YS의 화해발언이므로 효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YS와 DJ의 화해는 역사적 사건이다. 비록 내일의 건강을 확신할 수 없는 노구(老軀)에 이르기는 했으나 한국 정치를 양분해 주름잡던 애증의 노 정객들이 기나긴 대결에 종지부를 찍고 화해하겠다는 것은 상서로운 징조임에 틀림없다. 양김의 대결은 영남과 호남의 대결구도를 유지 고착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동서의 불화는 지역 간 끝 모를 증오를 양산하는 단초를 제공한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양김의 화해는 영남과 호남의 화해에 진정 기여 하는 바 적지 않을 것이다. 양김의 화해만으로 동서대립 구도 해체의 조건이 충족되지는 않으나 양김의 화해 없는 동서화해는 사실상 힘들다는 점에서 정치 행위 이상으로 소중하다.

-통합의 메시지 던지는 화해-

양김의 화해는 각양각색으로 분열돼 있는 우리 사회에 통합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 가운데는 통합의 의지와 실천 부족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양김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대적 임무에는 작금의 혼란상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 통합을 촉진시키는 것도 포함된다고 본다. 정치를 위해 불화를 자초하고, 계파를 위해 분열을 선택했던 양김 시대는 간다. 양김의 화해 움직임은 통합의 가치가 절실한 현실을 웅변으로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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