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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규

청주시 흥덕구 건설과 주무관

한 달 전쯤 당직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면서 오랜만에 시내버스를 탔다. 한 10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고성이 들렸다. 내려야 할 정류장을 놓친 승객이 버스기사에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차를 세우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버스기사는 별 대꾸 없이 운행을 계속했다.

그 승객은 계속 소리를 지르며 차를 세울 것을 요구했고, 버스기사는 여전히 대꾸 없이 다음 정류장도 그대로 지나쳤다. 이에 감정이 폭발한 승객이 곧장 버스기사 옆으로 가서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뉴스에서나 보던 장면이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제야 버스기사는 흥분된 감정을 자제하는 듯 낮은 목소리로 승객에게 말했다. "버스에서 내리시려면 벨을 누르셔야죠."

이번 일은 단순히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회 갈등의 축소판이다. 승객의 실수로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쳤음에도 불구하고 버스기사는 싫은 소리를 듣게 됐으며, 버스 안의 다른 승객들은 불쾌한 상황을 맞닥뜨렸다. 결국 버스 안에 있는 사람 모두가 피해자가 된 것이다. 예기치 않은 작은 실수가 보다 큰 갈등을 낳은 셈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회 갈등이나 분쟁이 없었던 때는 없다.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크고 작은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게 사람 사는 세상이다.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인간의 욕구가 서로 부딪치면서 숱한 파열음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갈등은 어떻게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법과 제도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법질서는 아직 선진국 기준에 못 미치는 게 현실인 것 같다. 법치는 기득권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강자의 논리일 뿐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고, 사회적 약자들은 다른 수단, 이를테면 단체행동이나 무력충돌, 또는 틈새 이익을 노리는 단체의 힘에 기대어 호소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해 법과 제도가 작동하지 않을 때는 소통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대화와 양보를 통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러한 소통의 방법에도 단계가 있다.

먼저 협상이다. 제3자의 개입 없이 당사자끼리 마주 앉아 갈등 요인을 해결하는 방식이며, 단순한 갈등은 이렇게 대화만으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알선이다. 당사자들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제3자가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셋째로 중재가 있다. 당사자들이 협상에 실패했을 때 중립적인 제3자의 결정에 따르기로 합의하고 제3자가 절충안을 내놓게 된다. 이때 당사자들은 제3자를 믿어야 하고 제3자가 내놓는 절충안은 어느 정도 구속력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정이다. 중립적인 제3자가 개입해 갈등 당사자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서로 양보하게 해 절충점에 이르도록 도와주는 방식인데, 제3자가 개입하지만 타협점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점에서 중재와 다르다.

이러한 소통 방법을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럴수록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버스 소동의 당사자인 승객이 만약 버스기사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정중하게 문을 열어 달라고 요청했다면 버스기사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겸손한 사과와 미안함의 표현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과 함께 마음을 열게 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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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