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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4.13 17:55:30
  • 최종수정2017.04.13 17:55:30

김규완

충북중앙도서관 관장

"중국의 제일 장관은 저 기와 조각에 있고, 저 똥덩어리에 있다."

깨진 기와 조각으로 담을 쌓거나 뜰 앞에 깔아 진창을 막고, 말똥을 거름으로 쓰는 중국인들을 보고 박지원이 한 말이다.

연암 박지원은 1,780년 8촌형 박명원이 청나라 건륭황제 70회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정사로 낙점을 받자, 그를 따라 자제군관의 자격으로 사신 일행에 참가한다. 그 해, 5월 한양을 출발해서 8월 초에 북경에 도착했지만, 아뿔싸 청나라 황제가 그만 여름 별장인 열하(熱河)로 떠나 버린 다음이었다. 황제를 알현하고 한 마디라도 듣고 돌아와야 하기에 사신 일행은 북경에서 육백 여리 떨어진, 청나라 황제 여름 별장이 있는 열하의 '피서산장(避暑山莊)'으로 다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 때, 박지원이 청나라 사신 일행으로서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것이 열하일기(熱河日記)이다. 열하일기가 오늘날에도 주목 받는 이유는 단순히 이 책이 길따라기 기록이거나 견문 내용을 단순히 정리, 기록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속에는 작가의 뚜렷한 주관, 기존의 통념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열하일기 중에서 한밤중에 아홉 번의 강을 건너면서 깨달은 바를 기록한 것이, 그 유명한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이다. 작가는 이 글에서 우리 인간은 눈에 보이는 사물과 현상에 현혹되지 말아야 하며, 정작 중요한 것은 이성적 판단, 즉 마음가짐에 따라 얼마든지 만물이 달라짐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이 박지원의 담고자 했던 생각이며, 이 시대 독자가 활용해야 할, 시대를 뛰어넘는 가치인 것이지 모른다.

연암에 비해 약 반 세기 뒤를 살았던 또 한 사람, 다산 정약용이다. 정약용은 역사 시간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조선후기 실학자로 정조의 총애로 수원성 축조에 기여했으며, 무엇보다 실학을 집대성한 대학자이다. 정약용은 정조 이후 박해를 받아 전남 강진에서 18년 동안 기나긴 유배생활을 하면서 목민심서를 비롯한 방대한 저서를 남겼다. 그런 그의 저서 중에서 우리가 눈 여겨 볼 만한 책이 하나 있다. 바로 고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이다. 형제와 가족들에게 보낸 61편의 편지를 후대에 따로 묶은 것이지만, 이 책에서 우리는 실학자다운 정약용의 면모와 사상 이외에도 시대를 꿰뚫어 보는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편지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자식에 대한 자애로움이 주로 담겨져 있지만, 시대를 통찰하는 그의 생각이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학연, 학유 보아라.

(중략) 일본은 본래 백제를 통해서 서적을 얻어 보게 되었으므로, 전에는 매우 무지몽매하였는데, 그 후에는 직접 중국의 절강 지방과 교역을​ 하면서부터 중국의 좋은 서적은 사가지 않은 것이 없었다. 또, 우리와 같이 과거 공부를 할 부담이 없어 지금은 그들의 문학이 우리나라보다도 앞서 가고 있으니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일본은 조선보다 미개하다는 종래 인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중국 문물을 수용하면서 학문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일본에 대한 작가의 인식이 드러나 있다. 적극적인 외래 문물 수용으로 문화적으로 조선보다 융성한 일본을 꿰뚫어 보고 있다. 일본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읽고 생각을 꿸줄 아는 정약용의 그 혜안이 그저 놀랍다. 100년 후, 일제의 침략 지배를 받은 우리의 비극적 역사를 그는 이미 예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독서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여행 견문록처럼 길 따라가기의 유형에 맞춰 작가가 보여주고 알려주는 부분을 알고 이해하는 1차적 독서는 분명 아니다. 진정 참된 독서는 글에 나타난 작가의 생각 너머를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하며, 능동적이며 차원 높은 독서로 이어져야만 완성된 독서이다.

요즘 미래 시대 흐름을 예견하는 화두는 단연 4차 산업혁명이다. 사물 인터넷(internetofthings) 시대가 도래하여 생산기기와 생산품 상호간 통체계를 구축하는 시대가 곧 온다는 것이다. 이제는 새로운 기계의 발명이 아니라, 기계에 인간의 생각을 입히고, 그들과 소통하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바로 생각의 힘, 즉 창의적인 생각이다. 미래를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혜안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래서 교육의 주된 이슈도 창의적인 교육이고, 창의적인 사람을 만드는 것을 목표를 두고 있지 않는가·

어떻게 창의적인 사람을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출발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생각을 확장시키고 혜안의 모태가 되는 책이다. 책은 인류의 발자취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생각의 힘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무한한 에너지 저장소이다. 인간의 창의력을 길러주는 발전소가 바로 책인 셈이다. 그러기에 창의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연 독서가 으뜸이다. 단순하게 내용 이해의 독서가 아니라 생각하는 독서, 능동적 독서, 이를 통해 나만의 생각을 꿰어 미래를 꿸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이자, 올바른 독자의 자세인 것이다.

똥을 보면서 더럽다는 보편적 생각을 뛰어넘어, 거름 똥으로 인해 청나라 물자가 풍족한 근원임을 꿰뚫어볼 줄 알았던 박지원! 독서는 그런 혜안의 눈을 갖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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