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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원과 함께라면 죽더라도 기쁠 것이다"

처형당한 실학자 충주 유수원

  • 웹출고시간2015.09.22 16:04:29
  • 최종수정2015.09.22 16:04:29

조혁연 대기자

[충북일보] 조선 영조-순조 연간을 산 인물로 성대중(成大中·1732-1809)이 있다. 그는 서얼 출신이었으나 영조 탕평책의 일종인 서얼통청운동에 의해 벼슬길에 나갈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박제가·박지원 등 당대 실학자들과 교유했다.

서얼청통(庶孼通淸)은 서얼이 청요직에 오를 수 있도록 한 것을 의미한다. 청요직(淸要職)은 홍문관·예문관·춘추관 등 지위는 그리 높지 않지만 학식과 덕망이 있어야만 오를 수 있는 직책이었다.

성대중의 저서 가운데 《청성잡기》(靑城雜記)가 있다. '청성'은 그의 호이다. 청성잡기에는 조서후기 심약이라는 인물과 기생 첨섬(翠蟾)에 얽힌 이야기가 등장한다. 취섬은 함양 출신 기생으로 미모와 재주가 뛰어나 일찍이 서울로 뽑혀갔다. 그녀가 서울에서 지낸 지 몇 년 만에 협객과 한량들 간에는 취섬이 사는 골목을 모르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길 정도였다.

취섬이 서울 생활을 마치고 함양에 돌아올 때 심약이 이웃 고을 수령으로 있으면서 그녀를 소실로 삼았다. 그러나 얼마 뒤 심약이 그의 형 심악의 역모에 연루되어 먼 북쪽 변방으로 귀양을 가게 됐고, 그러자 취섬은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그곳까지 따라가 정성을 다해 심약을 섬겼다.

심악이 "유수원과 함께라면 죽더라도 기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영조실록' 31년 5월 26일자.

심약이 남해로 이배(移配)되자 취섬은 그곳까지 따라가서 허름한 옷에 맨발로 진흙을 밟으며 물을 깃는 등 역시 헌신했다. 이 이야기는 허구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심약이 형 때문에 연좌제에 의해 남해안으로 유배된 내용은 실록에도 등장한다.

'요즘 들으니, 이광사(李匡師)·심약(沈·)이 북쪽 변방에서 목숨을 붙이고 있어, 지방인들을 많이 모아서 글과 글씨를 가르치고 있다 합니다. 변방의 어리석은 풍속이라 어찌 선동하여 어지러운 데에 빠져드는 근심이 없을 것을 알 수 있겠습니까· 청컨대 회령부(會寧府)에 안치한 죄인 이광사와 갑산부(甲山府)의 노비로 삼은 죄인 심약을 모두 절도로 이배하시고….'-<영조실록 38년 7월 25일자>

이후 심약은 흑산도, 추사 김정희와 더불어 조선후기 화단을 양분했던 이광사는 신지도로 유배지를 옮겨야 했다. 1762년 심약의 형 심악이 유수원과 같은 역모죄로 임금 영조가 친히 심문하는 친국장으로 끌려나왔다. 이 자리에서 그는 두 가지 의미있는 진술을 했다. 먼저 이렇게 답변했다.

"유수원을 정법(正法)한 것을 신은 그 이유가 흉언 때문인 것으로 알았지 대역(大逆)으로 정법한 것인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신은 유수원의 역절(逆節)을 나라를 향한 정성이라 생각하였고, 유수원의 흉언(凶言)을 대역이 아니라고 생각하였습니다."-<영조실록 31년 5월 26일자>

그는 '유수원이 흉언을 한 것은 맞지만 역모를 도모하지는 않았다'라는 취지로 진술을 했다. 그리고 그는 "유수원과 함께 죄를 입는다면 죽더라도 기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몽골이 송연해질 정도의 순교자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심약의 말대로라면 유수원은 역모를 도모하지 않았고, 정치적 약자의 위치로 인해 억울하게 희생된 것이 된다. 유수원도 뿐만 아니라 심악도 모두 소론계 인물이었다. 노론의 소론 인물 씨말리기 작업은 이때가 끝내기 단계였다.

심약은 이 발언이 끝나자 마자 곧바로 정법(처형)을 당했다. 유수원이 처형당한지 하루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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