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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7.21 16:32:57
  • 최종수정2015.07.21 16:32:57

조혁연 대기자

1748년(영조 24) 문의 이지서(李之曙) 괘서사건에는 다양한 인물의 군상이 등장하고 있다. 이영손(李榮孫), 박민추(朴敏樞), 박철택(朴哲澤), 박험백(朴驗白), 김재형(金再炯), 순세재(順世才), 오수만(吳遂萬), 오명후(吳命·), 이항연(李恒延), 박취문(朴就文), 이태위(李泰渭), 우규장(禹圭章). 당시 영조는 금상문(金商門)에 나아가 이들을 친국(親鞫)했고, 거명된 이름들은 그 과정에서 불거져 나왔다.

이영손은 이지서의 아들이다. 박민추는 문의향교를 출입하던 교생(校生), 즉 당대의 지식인이었다. 박철택·김재형 등은 신분이 확인되지 않으나 신문 과정의 언어 구사력을 보면 사족(士族)으로 추정된다.

박험백은 박민추의 배다른 동생인 서얼이었고, 순세재는 역노(驛奴)였다. 오수만과 오명후는 부자간으로 사족층이었다. 이항연도 문의의 사족이었고 박취문과 이태위는 박민추의 사촌으로 무신란에 참여했다가 도망한 인물들이다. 이지서는 괘서사건을 일으킨 이유를 묻자 다음과 같이 답했다.

"그런 계획을 세운 것은 첫째는 나라를 원망하는 마음에서 나라에 해를 끼치게 하기 위해서였고, 둘째는 인심을 동요시켜 피란하게 되면 부자들의 곡식을 가난한 사람들이 얻어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영조 24년 5월 25일자>

이지서의 마음 속에 '나라를 원망하는 마음'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당색(黨色)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는 무신란 신천영과 같은 남인(南人) 집안이었다. 영조가 오명후를 친국하자 그는 이렇게 공초하였다. 공초는 죄인이 신문 과정에서 진술하는 말을 일컫는다.

"금년 3월 이지서가 와서 도정(都政)의 일에 대해 말하기를, '이런 하늘 밑에서 남인이 어떻게 벼슬을 할 수 있겠는가.' 하였고…."-<영조실록 24년 5월 23일자>

후자 '부자들의 곡식을 가난한 사람이 먹는다'는 표현은 이지서의 또 다른 체제비판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이를 통해 당시 빈부격차가 매우 심했고, 따라서 빈곤층은 식량 절대부족 단계까지 내몰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조 친국에 혐의자들이 진술한 공초에서는 조선후기의 생활상도 엿볼 수 있다. 박철택을 신문하자 그는 이렇게 공초했다.

"신의 어미가 지난해 3월 사망했기 때문에 금년 소상(小祥)에 신이 제수를 준비하기 위해 직접 조탄(鳥灘)의 시장으로 가는 길에 형강(荊江)을 건너게 되었는데, 배가 고파 요기하는 즈음에 갑자기 박민추를 만났습니다."-<영조실록 24년 5월 23일자>

문의읍치 앞을 흐르는 강이 형강이었다. 고지도 <지승>

형강은 문의 앞을 흐르던 강(현재는 대청호 수몰)을 말하나 조탄은 명확하지 않다. 신분상 오명후는 사족이었고 순세재는 역의 노비였으나 둘의 관계는 매부-처남이었다. 순세재는 이렇게 공초하였다. "좌수 오수만이 첩을 얻어 딸을 낳았는데, 두 남자를 거쳐 신에게 시집왔습니다."-<〃>

앞서 오수만과 오명후는 부자지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 관계는 이렇다. 오수만이 첩을 얻어 딸을 낳았으니 그 딸은 어머니를 따른다는 수모법에 따라 서녀(庶女·양민 출신의 첩에서 난 딸) 혹은 얼녀(孼女·천민 출신의 첩에게서 난 딸)가 되는 등 무조건 천민이다. 그렇다면 순세재의 아내는 본래 천민 출신이었고, 그녀에게 역노 순세재는 세번째 남자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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