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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동아시아문화도시 사무국장

"지금부터 내 얘기를 듣고 가슴이 떨리지 않는다면 함께 갈 수 없습니다" 그날은 시작부터 비장했고 엄숙했다. 맹자는 "그 사람의 말을 듣고 눈동자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언어가 한 사람의 인생을 추락시키기도 하지만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엄연한 사실이다.

동아시아문화도시 이어령 명예위원장의 화두에 사람들은 잔뜩 긴장했다. 만남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설렘이 있지만 중요한 메시지가 쏟아질 것 같은 엄숙한 분위기에 사람들은 숨죽여야 했다. 한 주가 멀다하고 만나는 나조차도 그 때마다 두근거림이 요동쳤는데, 처음 만나는 사람들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더군다나 그 날의 이야기는 6시간 가까이 계속되면서 말의 성찬을 넘어 역사와 철학과 미학의 경계를 넘나들었으니 격정을 가누기 쉽지 않았다.

이야기의 핵심은 젓가락이었다. 지구촌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으며,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생활도구가 바로 젓가락이라는 것이다. 가장 작지만 그 속에는 가장 많은 문화콘텐츠가 담겨있지 않던가. 젓가락을 중심으로 다양한 의식주 서브컬처가 만들어지고, 역사·문화·예술·교육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삶의 양식을 만들어 왔다. 국가간의 동질성과 이질성을 찾으며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이슈거리를 만들 수 있다. 음식은 물론이고 춤과 노래를 비롯한 삶의 모든 양식이 젓가락과 무관하지 않다. 젓가락 앞에서는 계급도 없고 부의 간극도 없다. 오직 평등하게 먹을 수 있는 권리만 있을 뿐이다.

생명문화도시 청주와 젓가락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의 공동체다. 세계 최초의 태교서적 '태교신기'의 저자가 청주 사람이고, 조선의 베스트셀러 '명심보감'도 청주에서 인쇄되었으며, 금속활자본 '직지'에도 생명의 가치를 중시하고 있지 않던가. 세종대왕은 초정행궁에서 조선의 르네상스 꿈을 펼쳤고, 현대에 와서는 오송 바이오, 오창 생명쌀 등 생명의 가치와 교육문화의 가치를 특화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의 출발은 젓가락이다. 젓가락과 숟가락을 사용하는 한국인만의 우성인자(DNA) 때문에 이 나라가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수 있는 것이다. 손가락은 작은 우주다. 만지고 사용할 때마다 뇌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국인이 세계적인 창조 DNA를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청주가 세계 최고의 문화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역사성을 찾고 문화상품으로 특화하며 글로벌 축제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의식주에서부터 공연과 체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특화하고, ICT 젓가락을 통해 세계시장을 선도하며, 젓가락 마을을 만들어 관광자원화, 교육프로그램화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유럽 사람들조차도 젓가락질 하도록 하며 미래의 식량자원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작은 것이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으며, 청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가장 값싸지만 가장 고급으로 만들 수 있고, 가장 한국적이지만 가장 세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청주를 세계 최초로 젓가락 특화도시가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수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동아시아의 갈등을 화해와 평화로 이끄는데 젓가락이 한 몫 할 것이며, 청주가 그 중심에 서야 한다.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는 곧 세계의 한계"라고 했듯이 6시간의 격정이 모든 것을 웅변할 수는 없다. 말로 다 하지 못한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두근거림의 열정을 조국과 민족을 위해 어떻게 펼쳐나갈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아픔으로 기억되는 6월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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