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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동아시아문화도시 사무국장

위대한 예술은 모두 극적인 순간에 탄생한다. 문명의 진화과정 또한 그러하다. 주민들의 투표나 탕평책을 통해 예술을 만들고 문화를 빚으며 문명의 궤적을 일군 사례는 많지 않다. 세계가 주목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개개인의 창의적인 역량과 번뜩이는 영감, 그리고 불꽃같은 열정을 통해 탄생했다.

세계 최초로 젓가락페스티벌을 국제행사로 개최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냉소적이었다. 일상에 쓰이는 가장 작은 것, 사소한 것을 소재로 행사를 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고, 시민사회의 합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예술은, 그리고 문화라는 것은 가장 작은 것에서 가장 큰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사실 청주시가 젓가락페스티벌을 개최하게 된 것은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되면서 한중일 3국이 하나되는 문화콘텐츠를 구상하던 중 2천 년 넘게 사용해 온 궁극의 디자인이자 짝의 문화인 젓가락을 소재로 한 축제를 하자는 동아시아문화도시 이어령 명예위원장의 제안이 있었고, 일본과 중국에서도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물론 청주시민들로 구성된 시민위원회의 동의가 있었으며 사업에 대해 여러 차례의 브리핑과 의견교환도 있었다.

드디어 젓가락페스티벌의 막이 올랐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뜨거웠다. 특별전, 학술심포지엄, 젓가락의 날 행사로 구성되면서 하찮게 생각했던 젓가락이 축제콘텐츠로, 국제적인 문화 아이콘으로, 시민들의 행복공감으로 탄생하는 새 역사를 창조했다. NHK WORLD에서는 주요 내용을 생방송으로 세계 150개 지역에 소개했다. 아랍계 방송이 알자지라tv도 꼼꼼하게 취재했다.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는 서구 사회는 이것을 축제로 발전시킨 사례가 없는데 어찌하여 청주라는 듣도 보도 못한 한국의 작은 도시에서 젓가락페스티벌을 개최하는 것인지 상세하게 취재하라는 본사의 특명이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화답했다. 젓가락은 포크와 나이프보다 훨씬 오래된 2천년 궁극의 디자인이며, 생명문화를 담고 있는 콘텐츠인데다 짝의 문화, 나눔과 배려의 문화이다. 동아시아는 이미 오래전부터 젓가락으로 교육, 문화상품, 스토리텔링, 젓가락장단 등의 수많은 문화예술의 장르를 개척해왔고 의식주 서브컬처와 연계된 생로병사의 비밀을 간직해 왔다. 이 소중한 가치를 한중일 3국이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고 새로운 비전을 담으려는 것이며,그 중심에 청주가 있는 것이라고.

젓가락페스티벌은 극적이다. 첫 행사였기에 아쉬움 또한 많지만 그 가능성은 시민들과 세계가 공감했다. 젓가락이라는 작은 도구에 생명문화가 담겨 있고, 시민들을 행복하게 하며, 지구촌을 하나되게 하는 큰 힘이 있다는 것에 놀라운 반응이었다. 청주시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었다는 반응에서부터 더 큰 축제로 발전시키자는 의견과 세계적인 문화상품, 세계적인 공연콘텐츠로 만들자는 의견 등이 쏟아졌다.

오랫동안 시민들의 관심밖에 있던 청주백제유물전시관에서 특별전을 개최한 것도 극적이다. 당초 전시, 학술, 경연대회 등 모든 행사를 국립청주박물관에서 개최하려 했으나 협의과정에서 장소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아픔이 있었지만 그 아픔은 성장통에 불과했다. 2천여 점에 달하는 진기명기 젓가락문화를 만나면서 우리지역의 문화공간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학술심포지엄에서는 한중일 3국이 함께 젓가락문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자는데 의견을 모으는 결실을 보았고, 청주가 금속수저 유물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갖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제숙공처 젓가락, 분디나무젓가락 등 스토리텔링으로서의 가능성과 문화콘텐츠로서의 가치 또한 뛰어나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 모든 것이 극적이지만 운명처럼 다가오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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