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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6.24 16:19:09
  • 최종수정2014.06.24 16:19:09

조혁연 대기자

조선 숙종~영조 연간에 활약했던 문인화가로 이윤영(李胤永·1714-1759)이 있다. 그는 1751년부터 1755년까지 약 5년간 단양 지역에 은거하면서 시·서·화를 남겼다. 특히 그는 단양의 풍광을 너무 좋아해 자신의 호를 '준화재'(濬華齋)에서 '단릉산인'(丹陵山人) 또는 '단구처사'(丹丘處士)로 바꾸기도 했다.

그가 단양 은거를 결심한 것은 멀리는 증조부, 가깝게는 부친의 근무지와 관련이 있다. 그의 증조부는 이행(1657-1702)은 1689년 기사환국 때 같은 노론계 인물인 우암 송시열과 김수항이 사약을 받는 것을 보고 충청도 결성, 즉 지금의 충남 홍성으로 낙향했다.

이 때문인지 이윤영도 벼슬길에 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평생 산수를 즐기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런 가운데 이윤영은 부친 이기중(李箕重)이 단양군수 발령받은 것을 계기로 단양을 처음 찾았다. 이때 단양의 경치에 반해 훗날 단양을 다시 찾아와 은거하며 '사의적(寫意的) 산수화'를 주로 그리게 된다. 이윤영과 동시대를 산 이운영이라는 인물이 '기년록'이라는 글을 남겼다.

"단릉공은 단양의 산수를 매우 좋아해 한두 명의 친구들과 이곳에 복거할 것을 약속하였다. 임신년에 구담에 창하정을 세우고 계유년에는 사인암에 서벽정을 세우고 매번 친구들을 불렀다.

사인암에 새겨진 '獨立不懼 遁世無憫'(독립불구 둔세무민) 암각자 모습.

인용문 중 '단릉공'은 바로 이윤영을 말한다. 남긴 문집으로 볼 때 당시 은거지는 '서벽정'이라는 정자가 있는 사인암 근처로 추정된다. 조금 전에 언급한 '사의적 산수화'는 철학이 접목된 개념이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진경산수화는 중국화풍을 흉내 냈던 조선 전·중기와 달리 우리나라 경관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사의적 산수화'는 우리나라의 경관을 그리되 그 경관에 화가의 주관적인 감정을 이입하여 작가 자신의 정신성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윤영이 우리고장 사군산수를 소재로 남긴 '사의적 산수화'로는 '구담도', '옥순봉도', '도담삼봉도' 등이 있다. 이중 '도담삼봉도'를 살펴보면. 정선의 진경산수화와 달리 중앙의 큰 바위를 단단한 느낌의 필선으로 기하학적으로 그렸고 채색은 절제를 했다. 바로 이같은 기법이 '사의적 산수화'다.

정신세계를 강조한 이윤영의 태도는 암각, 즉 바위에 글자를 새긴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익히 알다시피 단양지역 여러 바위에는 수많은 암각자가 존재하고 있다. 이중 가장 유명한 암각자는 이윤영이 사인암에 새긴 '독립불구 둔세무민'(獨立不懼 遁世無憫)이라는 암각자다. '홀로 서있어도 두려울 것이 없고 / 세상에 은둔하여도 근심할 것이 없다'라는 뜻이다. 단양 대강면 깊은 골까지에 홀로 우뚝 서있는 사인암의 모습이 의인화돼 있다.

서두에 서술한 대로 이윤영의 단양 은거는 대략 5년 정도였다. 이윤영은 1755년 서울로 돌아와 실학자 박지원에게 주역 등을 가르친 것으로 나타난다. 아마도 이웃에 살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 탓인지 실학자 박지원은 이윤영의 그림을 다음과 같이 평했다.

"붓질을 줄여 불과 몇 차례만 움직이는데 산에는 주름이 없고, 물에는 파도가 없고 나무에는 가지가 없게 그렸다." 여기서도 이윤영의 작가의 주관적 정신성을 대상에 이입하는 결기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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