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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3.03 14:18:40
  • 최종수정2014.03.03 14:18:40

최현식

충북보과대 보건행정과 교수

봄이라고 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실내보다 바깥이 더 따스한 걸 보면, 봄은 오고 있는 것 같다. 오랜만에 겨우네 쌓여있던 집안의 먼지도 털어내고 더불어 마음의 무거웠던 상심도 비우며 봄기운을 담고자 주말에 부지런을 떨어 보았다.

크지 않은 집이라 만만히 보았는데 양파껍질 벗기듯, 방을 치우다 책상을 정리하게 되고 책상을 정리하다 서랍을 정리하는 등 몇 시간째 한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땀을 흘리며 한참을 정리하다 기운이 빠져 쉬면서 생각해 보았다. 게으름이 부른 결과인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인가. 물끄러미 정리하고 있던 방바닥을 보니 폐지와 아이들의 학습서가 여러 박스에 담겨 있었으며 모아둔 여러 종류의 펜이 서랍에 한 가득이었다.

갑자기 어릴 적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몽당연필을 볼펜대에 끼워 사용하던 기억, 공책의 반을 접어 사용하고 그것도 모자라 양면으로 접어 쓰던 기억 등. 그 당시에는 모두 다 어려웠던 시절이었기에 당연한 것이었고 부끄럽기보단 습관화된 생활들로, 미소를 띠게 하는 기억들이다. 그땐 물질에 대한 욕구가 컸기 때문에 다다익선(多多益善)의 생활방식을 행할 수 있는 집이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그런 기억들을 애기할 수가 없다. 전혀 다른 생활방식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세대에게 지난날의 어려웠던 추억이야기는 구시대의 고리타분한 기성세대로 비춰지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소통을 저해하는 대화법으로 생각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근자에 집에서나 대학에서 청소년들을 접하며, 넉넉함이 지나치다는 생각과 동시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의 필요성이 떠오르곤 한다. 이는 단순히 물질의 소중함에 대한 부재가 아닌 가치의 부재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게 한다. 사물에 대한 가치를 경시하는 것이 아닌 주위의 소중한 것에 대한 가치관도 희미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가치의 부재를 심어준 것이 기성세대의 다다익선의 생활방식이 아니었을까. 신학기가 되면 늘 학용품과 학습도구를 유행하는 새로운 것으로 사주곤 했던 행동, 아이의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값비싼 명품을 사주는 구매양식 등. 그 모습에는 자신의 만족감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나침이 청소년들의 창의적사고와 삶에 대한 노력을 경감시키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부족하다는 것은 채워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고, 그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아이들은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다. 다소의 부족함은 그것을 채우려는 노력을 이끌어 낼 것이며, 노력 속에 창의력도 함께 키워질 것이다.

신학기가 시작되고 있다. 아이들에게 스스로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공간과 사고를 만들어주자. 스스로 부족함을 채우면서 체득한 경험과 만족감은 삶의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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