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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의 여자 정지용'으로 불러도 될 듯

옥천출신 여류시인 이옥봉

  • 웹출고시간2014.01.28 17:39:38
  • 최종수정2014.01.28 17:40:05

조혁연 대기자

조선시대 여류문인으로는 신사임당, 허난설헌 등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이에 못지 않은 여류 시인으로 16세기 인물인 이옥봉( 李玉峰·?-?)이 있다. 조선의 남성 지식인들은 그의 작품을 매우 호평했다.

권응인(權應仁·1517-?)은 '송계만록에서 "옥봉의 시는 청원장려(淸圓壯麗)하여 부인의 손에서 나온 것 아닌 듯 매우 가상하다"라고 평했다. 인용문 중 '청원장려'는 맑고 모나지 않으며, 힘이 있으면서 아름답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허균(許筠·1569∼1618)도 학산초담에서 비슷하게 평가, "이옥봉은 그 시가 몹시청건( 淸健)하여, 거의 아낙네들의 연지 찍고 분 바르는 말들이 아니다"라고 했다. '청건'은 맑으면서 건강하다는 뜻이다.

서예 시제로 출제된 이옥봉의 시 '몽혼'(夢魂).

그녀는 다양한 내용의 시를 남겼으나, 특히 임을 기다리며 그리워하는 마음을 운율로 잘 표현했다. 일반인에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고 서예대회 시제로도 자주 등장하는, '꿈속의 넋' 정도로 해석되는 '몽혼'(夢魂)이 있다.

'요즈음 안부 어떠시냐고 물으신다면(近來安否問如何) / 달이 비친 사창에서 저의 恨도 많답니다.(月到紗窓妾恨多) / 만약 꿈속에 다닌 길 자취가 있다면(若使夢魂行有跡) / 문 앞의 돌길이 반쯤은 모래가 되었을 겁니다.(門前石路半成沙)'

옥봉은 당시의 자기 심정을 '달이 비친 사창에서 저의 한도 많답니다'라고, 어떤 이유로 떠난 임을 그리워하고 있다.

뒷 문장 '만약 꿈속에 다닌 길 자취가 있다면'이라는 표현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그러나 옥봉을 떠나간 임을 원망하기 보다는 '문앞의 자갈돌길이 반쯤은 모래가 되도록' 그리워하고 있다. 그만큼 임을 그리며 문앞 돌길을 많이 서성이기도 하고 지나다녔다는 뜻이다.

'여인의 마음'(閨情)이라는 시도 거의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평생 이별의 恨이 육신의 병이 되어(平生離恨成身病) / 술로도 달랠 길 없고 약으로도 못 고치네(酒不能療藥不治) / 이불 속으로 흐르는 눈물 얼음장 밑 물과 같다(衾裏淚如氷下水) / 밤낮으로 길게 흘려도 아는 이 없네(日夜長流人不知).'

지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그렇지 그녀는 우리고장 옥천출신으로, 아버지는 이봉(李逢, 1526~?)이다. 이봉은 종실, 즉 양녕대군의 후손으로 임진왜란 때 상당한 활약을 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는 임란후 사헌부 감찰, 옥천 군수를 지냈다. 이때 옥봉이 태어난 것으로 보인다.

보다 후대 지식인인 윤국형(尹國馨·1543-1611)과 신음흠(申欽·1566-1628)의 인물평도 그녀의 문재가 매우 뛰어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윤국형은 문소만록에서 "근세에 와서 규수로는 허난설헌이 제일 뛰어났고 자운 이봉(李逢)의 서녀도 시를 잘 짓는다는 명성이 있는데, 내 친구 조원이 데리고 살았다"라고 썼다.

신흠은 '청창차담'(晴窓軟談)에서 "근래 규슈의 작품으로는 승지 조원의 첩인 이씨의 것이 제일이다"라고 했다. 이때의 이씨는 이옥봉을 말한다.

이쯤되면 그녀를 시제는 맞지 않지만 '옥천의 여자 정지용'으로 불러도 될 듯 싶다. 그리고 그녀를 기리는 몫은 오늘을 사는 충북인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출생지 옥천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그녀의 시비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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