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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1.05 19:28:14
  • 최종수정2014.01.05 19:28:14

물이 흐른다. 강이 없는 도시에 낸 작은 물길은 실핏줄처럼 곳곳을 누비며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들어준다. 40년 가까이 방치되었던 청주체육관 앞 사직2공원이 공공디자인 조성 사업으로 세모의 12월, 새롭게 단장되었다. 삭막하던 이미지는 '물의 순환'을 주제로 새롭게 변모한 것이다.

청주 시내 중심가로 접어드는 관문에 위치한 사직2공원은 1975년 기존 임야지대를 공원으로 지정한 후, 38년간 조성사업이 추진되지 못했다. 그러자 도로변을 따라 노후 무허가 주택이 생겼고 불법 무속행위가 성행했다. 또한 임야 잡목과 고사목이 방치되어 도시미관을 해쳤다. 고심 끝에 청주시는 사직2공원 주변 도심환경을 개선하고 인근 지역주민들에게 질 높은 휴게공간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2005년에 본격적으로 대로변 노후건축물 14동을 사들여 철거하고 조경 나무를 심어 환경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토지소유자의 보상거부와 예산 부족으로 진척이 없었으나,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디자인 사업으로 '사직2공원 조성사업'이 선정되어 국비 26억원을 확보해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하게 되었다.


마침내 사직2공원은 2012년 10월 착공한 '사직2공원 공공디자인 조성사업'의 공사를 순조롭게 마치고 2013년 12월 23일 오후 2시 준공식을 가졌다. 청주시 관계자는 "청주의 주 관문인 사직대로에 공원이 조성돼 도시미관이 개선되고 주민들을 위한 새로운 문화공간이 마련됐다"며 "옛 국정원부지와 더불어 친환경적인 시민문화, 휴식공간으로 시민들에게 가깝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 위를 거니는 풍경을 상상해봤나. 흔히 높은 빌딩 스카이라운지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풍경은 그저 정적이지만, 이곳은 자연의 바람을 맞으며 도시 위를 거닐 수 있으니 다분히 역동적이다. 사직2공원은 지대가 유달리 높다. 무심천에서 청주체육관으로 오르는 도로는 가파르다. 가파른 언덕 위에 다시 작은 산이 맞춤 맞게 솟아 있으니 청주의 지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사직2공원에서 산길로 연결된 산책로는 그야말로 천연의 '하늘 산책로'로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청주체육관 맞은편에서 옛 국정원 사이 약 300m 구간은 '물의 순환'을 주제로 폭포와 계곡을 이미지화해 마치 숲속 산책로를 거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공원이다. 청주 시내 중심가로 접어드는 관문에 위치하고 있는 사직2공원의 특징은 도로변에 설치된 하향분수, 워터스크린, 워터샤워, 벽천, 조형동굴 등을 갖추고 있다. 이는 물이 변화돼 만들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부대시설로는 산책로, 파고라, 경관조명 등을 설치해 시민들에게 새로운 휴식장소와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직동에 사는 정소영(64)씨는 "을씨년스럽던 사직동 언덕이 이렇게 조성이 될 줄은 몰랐다. 바뀌고 보니 너무 좋다. 이곳 사직동 주민뿐만이 아니라, 청주시민에게도 좋은 선물이다"라며 "특히 청주체육관을 기점으로 관광버스 등 유동인구가 많은데 이곳에 쉴 곳이 생겨 정말 좋다."라고 말한다.

도로변에 설치된 물의 조형물들을 요모조모 들여다 본 후, 산길로 올랐다. 새롭게 세워진 조경수 받침목에서 짙은 나무향이 풍겨왔다. 방금 구입한 새 물건에서 나는 냄새처럼 이제 막 조성된 공원에서도 '새로운' 향이 났다. 그것은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처럼 독특한 향기로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출발을 알리는 듯 했다. 눈이 군데군데 녹지 않아 미끄러웠지만,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환하다. 나뭇가지 사이로 사직동 푸르지오 아파트가 보이고 뒤돌아보면 멀리 청주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산 아래로 차들이 빠르게 오가지만, 걸음은 지극히 느리고 한유할수록 좋다. 속도의 멀미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이곳에 오는 이유는 느림의 미학을 찾고 싶어서일 것이다. 이곳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길이긴 하되, 목적을 둔 길이 아니다. 그저 거닐고 주변 풍경을 즐기며 사유(思惟)하는 걸음인 것이다. 산길 아래로는 차들이 수없이 오가지만 거대한 숲이 방음막이 되어주는지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청주시민을 위한 숨은 산책길이 또 하나 탄생한 것이다.

겨울풍경은 여름과는 확연히 다르다. 여름에는 초록 잎들로 벽을 만들어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겨울이면, 엷은 블라인드를 친 것처럼 돔 형태의 청주체육관이 설핏 보인다. 2014년 농구대잔치 표어가 눈길을 끈다.

'열광하라!'

나는 지금, 이 새로운 신세계에 대해…그리고 먼 훗날 울창한 공원으로 거듭날 풍경을 상상하며 마음 가득 열광하고 있다. 그 누구보다도.

산 위에서 만나는 겨울하늘은 유독 파랗다. 군데군데 만들어진 나무 벤치는 보는 것만으로도 여유를 안겨준다. 춥지만 않다면 좀 더 하늘을 바라보며 한참을 앉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춥다 해도 그 옅은 추위가 감미롭기까지 한 행복한 산책길이었다.

밤이 되면 흐르는 물속에 하나, 둘 가로등이 켜지리라. 산위로 우뚝 솟은 사직동 아파트도 물 안에 잠겨 한 집, 두 집 불을 밝히리. 아직은 어린 나무가 듬성듬성 서 있어 발길이 어쩐지 허전하기도 하지만, 먼 미래에 울창하게 우거질 숲길을 생각하니 마음이 저절로 따뜻해져 온다.

/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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