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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9.24 18:24:03
  • 최종수정2013.09.24 18:24:03

조혁연 대기자

세종대왕이 탄 어가는 한양도성을 출발한지 닷새만인 1444년 3월 2일 청주목 초수리(초정약수)에 도착했다. 이때 신하들중 누가 세종대왕의 어가를 호종, 즉 뒤따랐는지 실록에는 명확히 기록돼 있지 않다.

이보다는 박팽년(朴彭年·1417∼1456)의 유고문집인 '박선생유고'에 여럿의 인명이 등장한다. 유고문집은 '世宗幸椒井。時河公演,李公塏,申公叔舟,崔公恒,黃公守身,李公思哲及安平大君等竝扈駕'이라고 기술했다.

해석하면 '세종이 초정에 거둥했다. 이때 하인, 이개, 신숙주, 최항, 황수신, 이사철 및 안평대군 등이 함께 어가를 뒤따랐다' 정도가 된다.

그러나 박선생유고에 빠진 인물이 있다. 바로 당시 우의정 신개(申槪·1374∼1446)이다. 그는 태조 이성계가 실록을 몰래(?) 보자고 할 때 그 부당함을 강력히 주장할 정도로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신개의 글을 모은 '인재문집'.

'그 시대의 임금과 신하는 그 시대의 역사를 숨겨서 뒷세상에 전하였으므로, 호령(號令)과 언어·행동의 즈음에 이로 인하여 경계로 삼아 감히 그릇된 짓을 하지 못하였으니, 그 사관(史官)을 설치한 뜻이 깊었던 것입니다.'-<태조7년 6월 12일자>

이성계는 사관이 자신을 어떻게 평했는지 무척 궁금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번 말고 그 이전에도 실록을 보고자 했으나 역시 신개에 의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아무리 국왕이지만 신개의 논리적인 주장을 꺾을 수 없었다.

'을해년에 전하께서 또한 이를 관람하고자 하셨다가 마침내 그치고 말았으니, (…) 지금 또 이러한 명령이 있게 되니, 신 등은 알지 못하지마는, 그 옳고 그른 것을 보아서 뒷세상의 경계로 삼고자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거짓과 실상을 열람하여 그 이치에 틀린 점을 바루고자 하는 것입니까.'-<〃>

강직한 성품의 신개가 이번에는 초수리까지 함께 온 대신들을 대신해 세종에게 약수를 칭송하는 말을 올렸다.

"열자(列子)에 말하기를, '호령(壺領) 마루에 구멍이 있어 이름하기를 자혈(慈穴)이라 하고, 물이 솟구쳐 나오는 것을 이름하여 신분(神O)이라 하는데, 내음새는 초란(椒蘭)보다 더하고 맛은 요례(O醴)보다 낫다' 하였삽고…"-<세종26년 3월 6일자>

중국의 고사가 인용되다 보니 어려운 표현이 꽤 많이 등장했다. 열자는 노자(老子)·장자(莊子) 등과 함께 도가사상(道家思想)을 담고 있는 중국 고전을 말하고, 요례는 단술의 한 종류를 일컫고 있다.

신개는 그 뒤를 "이제 이 초수(椒水)의 냄새와 맛이 옛 글에 실린 바와 비슷하오매, 즐거움과 기쁨을 이길 수 없습니다"(〃)라고 아뢰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약수 중 단연 으뜸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세종의 반응은 '겸양' 그 자체였다. 세종은 일체의 번거로운 의식을 하지 못하도록 엄명했다.

"이 물이 과연 예천(醴泉)과 비슷하나, 지리지를 상고한즉 청주(淸州) 땅에 초자소(椒子所)가 있다 하였으니, 이 물이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경들은 하례하지 말 것이며, 외방에서 들으면 또한 이것을 보고 반드시 와서 하례하러 올 것이니, 외방으로 하여금 하례를 들이지 말게 하라."-<〃>

인용문 중 '하례'는 축하를 올리는 의식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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