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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12.23 16:58:4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혁연 대기자

아비가 묘터를 스승이 비문을, 제천 정보연 정철은 윤선도와 함께 조선시대 2대 문호로 일컬어지고 있다. 정철의 가계는 아들 정종명(鄭宗溟), 손자 정양(鄭瀁), 증손 정보연(鄭普演·1637∼1660) 순으로 이어진다.

정종명과 정양은 문벌의 자손답게 문관의 벼슬을 했다. 증손 정보연도 처음에는 그 길을 걸었다. 특히 부친 정양의 뜻에 따라, 어려서부터 우암 송시열(宋時烈)의 문하에 들어가서 수학했다. 정양은 1600년생, 송시열은 1607년생이다. 따라서 송시열은 생전에 정양을 '형'이라고 호칭했다.

"송시열은 정형 안숙(어릴 적 이름)의 영구가 서울을 출발하여 동쪽으로 충주를 지나간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병들어 깊은 산골에 엎드려 있는 처지이므로, 몸소 조제(노제를 지칭)의 자리에 나가지 못하고 삼가 아들 기태(基泰)를 보내어 대신 영연(靈筵)에 곡하게 하면서 고합니다."-<송자대전>

정보연 일대기가 쓰여 있는 송자대전.

송자대전 행간에는 정보연이 지조가 있었으며, 청아하고 고매한 인품을 지니고 있었던 인물로 그려져 있다. 대범하여 세속의 일들에 연연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송시열로부터 총애를 받았다.

우암은 일찍이 그의 단아한 인품을 칭송하여 공자(孔子)의 제자인 안연(顔淵)에 비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조선왕조실록이나 사마방목에는 그의 이름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사마방목은 조선시대 생원·진사 합격자의 명단을 적어놓은 명부를 말한다. 이는 그가 과거시험을 보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그는 당시의 혼란한 정세에 염증을 느껴 출세에 대한 뜻을 접고 과거에 응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태백산 골짜기에 은거하여, 자연을 감상하며 유유자적하게 살았다. 그러나 그는 단명도 아닌 24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그러자 우암은 정보연의 미망인 민씨에게 한글 편지를 보내 비통함을 전했다. 우암은 상주가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석달 동안이나 흰 띠를 매었다.

'7월 초하루는 갑인 문인 정보연의 부고가 오자, 석 달을 흰띠를 띠었다. 정공은 곧 진선 정양의 아들인데, 일찍이 가족을 이끌고 선생에게 따라와 성심으로 복종하며 아버지처럼 섬기므로 선생이 매우 사랑하고 중하게 여겼었다.'-<송자대전>

송자대전은 이어지는 문장을 '불행히 일찍 죽게 되자, 선생 자신이 상을 당한 것처럼 애통하게 여기며 그를 위해 석 달을 흰 띠를 띠었고, 그의 아들과 아내를 가족처럼 보되, 그 아들을 데려다가 교육하고, 매양 손수 편지를 써 그의 아내 민씨에게 존문하며 가사를 지도하여, 힘입는 바가 있게 하였다'라고 적었다.

우암은 제자 정보연의 묘지명도 썼다. 우암은 묘지명에서 '숭정 경자년 6월 24일에 나를 버리고 죽었다. 아! 나를 버리는 것은 그래도 괜찮으나, 어찌 차마 그 부친을 버릴 수 있단 말인가'라고 애통해 했다.

그는 아버지 정양보다 8년 앞서 타계했다. 이어지는 문장에는 '아비가 길지를 골랐고, 스승이 비석에 새겼다'라는 절창의 표현이 등장한다. 정보연의 묘 역시 아버지와 같은 제천시 금성면 월림리에 위치하고 있다.

'하늘이 이미 해독을 내려 또 죽게 하였네. 아비가 길지를 골랐고 스승이 비석에 새겼으니, 후사는 끊기지 않고 그 명성은 없어지지 않으리.'-<정보연 묘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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