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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시절, 아이들은 하나로 된 책걸상에 둘이 앉아 공부를 했다. 책걸상은 짝꿍 둘이서 공유하는 학습공간이다. 아이들은 자로 재어 책상 한가운데 금을 그었다. 공유공간 속에서도 자기의 독립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사이좋게 책상을 나누어 썼으나 유독 힘이 센 아이 하나가 횡포를 부렸다. 성적이 형편없는 그 아이는 책상의 금을 번번이 다시 그었다. 중간에다 금을 긋는 게 아니라 자기 쪽으로 거의 한 뼘 가량을 더 확보해놓고 이 선을 넘어오지 말라 윽박질렀다. 아이들은 이게 부당한 일인 줄 알면서도 힘에 눌려 그냥 지냈다. 그 후로 아이들은 그 힘센 아이와 짝꿍이 되어 앉게 되면 너, 나 할 것 없이 울상을 지었다.

그의 위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새로 부임한 젊은 담임선생이 이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벌을 주었다. 그러면서도 "공동생활에서 그러면 못 쓴다고" 그 아이를 달랬다. 그 아이는 "누가 고자질을 했냐"고 반 아이들을 위협했다. 늘 죽어지내던 아이들 중 한 아이가 흑기사로 등장했다. "우리가 힘을 합쳐 대항하면 그 애도 꼼짝 못할거야" 우리는 흑기사의 지도(·)아래 여러 명이 단체로 대항했다. 그 사건이후 아이의 횡포는 사라졌다. 동문회 때 마다 이 이야기는 단골 메뉴로 등장하며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고 그 당사자도 계면쩍은 듯 히죽 히죽 웃으며 받아 넘겼다.

사회라는 공동체에서는 모두가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법제화된 규칙은 벌이 무서워 잘 지키는 편이지만 법제화되지 않은 도덕상의 규범에 대해선 아직도 이를 무시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동네 목욕탕에만 가도 이런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대개 공중탕에 들어갈 때는 일차로 샤워를 한 다음 들어가는 게 예의다. 목욕탕에 들어서자마자 온탕 속으로 직행하기 일쑤고 사우나탕에서 땀을 흘린 채로 공중탕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그런가하면 어떤 사람들은 목욕을 시작하면서 끝날 때까지 샤워기를 틀어놓는다. 이렇게 해서 허비되는 물이 만만치 않다. 더구나 그 물은 자연수가 아니다 보일러를 통과하며 데워진 물이다. 물과 에너지의 손실이 이만 저만한 게 아니다.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들은 전용 목욕탕이라도 되는 듯 물장구를 치고 다이빙을 한다. 그것을 제재하면 아이의 아버지가 나타나 큰 소리를 치니 알몸으로 싸울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식당에선 왜 그리 시끄러운지 모를 일이다. 주문소리도 고함소리가 태반이다. 식당에서 무슨 계(契)모임이라도 있을라치면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유럽의 어느 식당에서 한국인 관광객 일행이 큰 소리를 쳤다가 쫓겨났다는 일화는 이제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다.

한국사람 만치 노래하고 춤추기를 좋아하는 민족도 드물다. 노래방에서 한창 흥이 오르면 마이크 쟁탈전이 벌어진다. 아무리 잘하는 노래도 3곡정도 부르면 그만 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 사람은 마이크를 잘 놓지 않는다. 한 번 잡으면 대여섯 곡은 보통이다. 옆 사람은 앉아서 구경이나 하란 말인가. 장기간 마이크 무단 점유로 인해 노래 한 곡도 못 부르고 노래책만 이리저리 뒤적거리다 그냥 나가는 경우도 흔히 발생한다.

공공주차장에서 차를 삐딱하게 대는 사람도 많다. 운전이 미숙해서 그랬다면 몰라도 능숙한 솜씨에 삐딱하게 대었다면 필경 마음이 삐딱해서 일게다. 주차 선을 따라 정확하게 대면 3대를 댈 수 있는데 한 사람이 그 선을 넘어 어중간하게 대어 2대 밖에 못 대는 수도 많다. 더 양심 불량한 사람은 차 뒤꽁무니에 대어놓고 차 문을 잠근 채로 증발한 사람이다. 핸드 브레이크까지 올려놓아 빠져나갈 수 없도록 만들어 놓고 연락처도 남기지 않으면 참으로 난감하다. 얼마 전, 지하철 '개똥녀'가 논란이 됐듯 개를 끌고 외출을 하거나 산을 오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공중화장실에 비치해놓은 화장지나 비누를 가져가는 사람은 아주 치사한 사람이다. 다음 사람은 어떡하라고 그런 얌체 짓을 하는지 말이다. 그렇게 해서 부자 됐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못 봤다. G20 정상회의가 내일로 다가왔다. 88서울올림픽, 2002한일월드컵에 이어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나라답게 글로벌 에티켓을 지키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이는 국민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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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