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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문화의 문턱' 높다

*43회 장애인의 날
시각장애인 1년간 미술 전시회 참여율 2.4%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이용 편의 제공 부족
서울·제주서 촉각 인쇄물·음성 안내 등 도입

  • 웹출고시간2023.04.19 20:47:56
  • 최종수정2023.04.19 20:47:56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전시실 입구 앞에 설치돼 있는 위치안내도에 '점자'가 표기돼 있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시각장애인의 문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편의시설 확충이 요구되고 있다.

ⓒ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장애인들을 위한 문화 접근성이 여전히 부족하다.

집에서 넷플릭스나 TV를 청취하는 것 말고는 시각장애인들이 문화를 누릴 방법은 거의 전무하다.

청주 상당구 석교동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 이모(30)씨는 쉬는 날이면 주로 넷플릭스 영상물을 청취한다.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음성해설 기능을 사용하면 일부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

이씨는 "집밖에 나가고 싶어도 복지관 같은 데서 행사를 여는 게 아니면 어디 갈 데가 없다"며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주말을 보냈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고연령층·후천적 시각장애인은 쉬는 날 주로 TV를 켜둔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이 지난 일주일간 참여한 문화 활동으로는 'TV 시청'이 85.2%로 가장 높았고, '문화예술 관람'은 2.1%에 그쳤다.

특히 지난 1년간 미술 전시회에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2.4%에 머물렀다.

시각장애인이 선뜻 발을 들여놓기 힘든 곳이 유독 시각에 특화된 미술관이기 때문이다.

충북도내 미술관 중 가장 규모가 큰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도 시각장애인이 온전하게 관람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미술관 앞까지 길게 줄지어 연결된 점자블록이 실내로 들어서자마자 끊기고, 점자로 된 별도의 작품해설도 찾아볼 수 없다.

미술관 5층 기획 전시관에서 음성해설을 서비스하고 있지만 시각장애인용으로 보기엔 어렵다.

해당 음성해설은 작품을 묘사하거나 물성을 설명하기보다 작품 제작 배경이나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그친다.

최수앙 작가의 '날개'를 해설하면서도 여러 사람의 손 모양 조각을 엮어 날개로 형상화했다는 외형적 특징을 설명하지 않는 식이다.

두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똑바로 이해하기 어렵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8월 청주관을 제외한 서울관, 덕수궁관, 과천관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작품 감상 보조 시스템(점자·큰 활자·촉각 인쇄물·음성해설)을 도입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관계자는 "청주관에서도 기획 전시를 할 때 전자도록 등을 비치한 적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청주관은 기획 전시보다 수장고 작품을 민간에 개방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어 수많은 작품에 일일이 점자 해설이나 음성해설을 도입하기엔 예산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전국 각지에선 시각장애인의 문화 접근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올해 인공지능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 안내와 점자 키패드로 시각장애인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촉각 전시물도 마련돼 있어 3D 유물 모형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

제주 포도뮤지엄에선 시각장애인용 음성 안내를 시행하고 있다. 누구나 어려움 없이 작품을 향유할 수 있도록 쉬운 단어와 표현이 쓰인 게 특징이다.

박상재 충북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장은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시각장애인의 활동 범위를 축소하는 경향이 사회 전반적으로 짙은 것 같다"며 "비시각장애인들도 온라인을 통해 미술작품을 접할 수 있는데 굳이 미술관을 방문하듯, 현장 분위기를 느끼면서 작품과 교감하고 싶은 건 시각장애인도 똑같다"고 강조했다.

/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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