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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우

청주 단재초 교사

노예제에 대해 침묵했다면 머스킷 총에 쓰러진 게티즈버그 청년은 없었을 것이다. 토지제와 신분제에 대해 침묵했다면 개틀링 기관총에 쓰러진 우금치 농민은 없었을 것이다. 거대한 역사의 바다에는 차전놀이의 두 동채가 일정한 시기마다 맞붙는다. 경제와 인권의 차전놀이 한판 앞에서 게티즈버그에서는 진보의 동채가 이겼고, 우금치에서는 보수의 동채가 이겼다. 홉스가 옳다면, 루소는 틀리다. 맹자가 옳다면, 순자는 틀리다. 그 사잇길은 없다.

학력에 승부를 건 이명박 정권 시절,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됐다. 최고의 스타 김상곤 교육감은 무상급식, 학생인권, 혁신학교 등으로 진보 교육의 기준을 제시했다. 이명박의 교육부 장관 이주호는 보수진영의 학력 기준을 제시했다. 당시 충북의 교육감과 교총은 정권의 일제고사 정책을 수행하면서 창의력과 도덕성을 방치하고 암기력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충북은 고요했다.

수도권은 고요하지 않았다. 곽노현 교육감이 그 직을 상실하기 1년 전, 오세훈 시장이 곽노현 교육감과 무상급식 문제로 마찰을 일으키고 직에서 물러나자, 한나라당 대표 홍준표는 시장 후보였던 나경원 의원과 함께 보수 교육단체 한국교총 본부를 찾아간다. 교총 회장은 사랑채에서 버선발로 대문까지 마중을 나왔다. 첫 방문지가 보수 교육단체였던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어 곽노현이 쫓겨난 자리를 두고 이수호 위원장과 동채싸움을 하던 문용린 후보는 "정치에는 보수와 진보가 있지만, 교육은 보수와 진보가 없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때만큼 정치와 교육이 하나가 된 적이 없었다.

박근혜 정부 때에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있었다. 당시 교총은 학교 분회장급 위치에 있는 간부들을 중심으로 설문조사 한 후에 정부 여당을 지지하는 선언을 했다. 문재인 정부에 와서는 자사고 폐지 문제로 교총과 전교조가 차전놀이를 했다. 21세기 들어 추돌한 굵직한 동채 사건만 해도 일곱 가지가 넘는다. 그런데도 교육에 진보와 보수가 없다고? 여물 씹던 소의 내장이 터질 소리다.

올해 6월 교육감 선거 승리를 위해 보수진영이 '수도권 교육감 후보단일화 추진협의회(교추협)'를 작년에 결성하더니 단일 후보로 조전혁을 결정했다. 그는 한나라당 국회의원 시절 전교조 명단을 공개해 배상금 퍼포먼스로 유명세를 치르다가 최근에 재기한 오세훈 시장에 의해 혁신공정교육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전교조에 대항한 용기와 소신이 자산이 되어 가장 유력한 보수 후보자가 되었다. 무상급식과 전교조와의 투쟁으로 쓰러진 두 사람이 시장과 교육감으로 다시 만난다면, 10년 전 나경원과 문용린의 꿈이 이루어진다.

교추협에는 유명 인사가 셋이다. 한국열린교육협의회 이사장과 민사고 교장을 했던 이돈희, 다중 지능 이론으로 인기를 누리다가 이돈희와 함께 김대중 정부의 교육부 장관을 지냈던 문용린, 그리고 MB의 교육 수장이었던 이주호 경제학 박사 등이다. 한때 좌파 정부의 교육 수장이었던 두 사람이 보수 정권의 교육 수장과 손을 잡고 좌파 교육에 대항하는 얼굴마담이 됐다. 이돈희 장관이 최근에는 미국 진보주의 교육의 상징인 존 듀이를 연구한 책을 출간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행복 교육의 전도사가 되고자 했던 문용린의 다중지능은 그가 지지한 자사고보다는 그가 지지하지 않은 혁신학교에서 더 연구할 가치가 있었다. 이주호는 교추협의 결정을 무시하고 자신이 후보로 나서더니 이제야 창의력과 인성 교육에 집중한다고 말한다.

보수교육과 진보교육에는 여러 사잇길이 분명히 있어도 정치와 교육의 사잇길은 없다. 상대방을 이념 편향적이라고 비판하면서 그들 자신은 이념 편향적이라는 사실을 숨기려면, 하늘보다 더 넓은 손바닥을 들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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