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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경제용어인 '립스틱 효과'는 불경기일수록 비교적 저렴한 기호품인 립스틱이 판매량이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실제 1930년 미국의 경제 대공황 시기에 립스틱의 매출은 오히려 늘어난 현상이 나타났다. 립스틱 뿐만 아니라 경제가 어려울수록 금액이 부담스럽지 않고 심리적 만족도는 큰 상품을 구입한다는 의미이다.

나는 화장을 자주 하지 않지만 다채로운 립스틱을 모으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여러 색상의 립스틱을 가지고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 비슷한 색이라도 묘하게 다른 립스틱의 색상을 관찰하기를 즐겼다. 그렇게 여러 립스틱을 모으며 바라보기 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웠다. 지금은 다 쓰지도 않은 립스틱을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많이 버리게 되었는데 애착이 있었던 만큼 마음이 허했다. 그러나 지금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 때문에 립스틱을 잘 구입하지 않는다.

마스크에 묻어나지 않는 가벼운 화장이나 눈화장으로 관심사가 옮겨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 톤업크림을 구입하여 마스크에 묻어나지 않는 편리함과 간단한 화장법에 매료되었다. 혹여 외출할 일이 생기면 잘 바르게 된다. 눈화장 제품도 다수 구입했다. 특히 아이섀도를 여러 색 모으고 있는데 이는 다양한 립스틱을 모았을 때의 희열과 같다.

오래전, 대학에 입학하며 자유롭게 화장하고 꾸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용돈으로 처음 립스틱을 샀다. 애지중지하며 거의 사용하지 못하다가 이후 다른 화장품을 조금씩 구입하기 시작했는데 부모님의 만류로 화장을 거의 하지 못했다. 외모에 신경 쓰지 말고 내면을 더욱 가꾸며 학업에 열중하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자녀를 위한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어린 마음에 속이 상했다. 어느 날, 보통의 여대생과 같이 화장을 하고 학교를 다녀왔다가 꾸중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 이후 화장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다시 맨 얼굴로 다니게 되었다. 부모님은 결혼하고 나서 얼마든지 화장을 하라고 속상한 나를 달랬다.

결혼 후, 아이를 키우느라 자연스럽게 화장을 하지 않고 있다. 육아에 지치다 보니 대학 시절 때처럼 간절하게 화장을 하고 싶은 마음도 점차 사라졌다. 맨 얼굴에 머리를 질끈 묶고 편한 옷차림이 가장 좋다. 그렇다 보니 결과적으로 한평생 화장을 많이 하지 않게 된 셈이다. 반면 하지 못한 그 아쉬움 때문인지 화장품에 늘 관심을 가지고 많이 사게 된다. 화장품을 살 때면 대학 시절 화장을 하고 싶었던 그때의 간절함과 현재의 설렘이 교차한다. 그 느낌은 싱그러운 젊은 날을 회상하는 행복감을 주기도 한다.

오늘날, 청소년들도 화장한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기성세대의 시각으로는 좋지 않겠지만 화장을 간절히 하고 싶었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마냥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화장을 통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자신감 및 만족감을 얻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 외모보다 내면을 가꾸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서도 좋지 못한 인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부모님의 말씀을 따랐기에 나는 참을성과 절제하는 마음을 배웠으며 원하는 학업을 끝까지 하게 된 밑바탕이 되었음이 진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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