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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얼마 전 평생교육 차원의 생활문화 관련 세미나에 다녀왔다. 평소 드로잉, 조소 강사로 일하며 문화예술 교육에 관심이 많던 터라 현장에서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생활문화 분야는 공연이나 음악 분야가 많았고 무용, 문학, 미술, 서예 등 다양하게 공존했다. 수강생들의 연령대는 평균적으로 50대부터 90대 까지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었는데 65세 이후의 노년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일반적으로 퇴직 이후의 노인들의 삶은 공허하고 외롭다. 실제 생활문화 강좌를 수강하는 노인 가운데 본인이 거주하는 집에서 무척 멀지만 버스를 갈아타고 오기까지 하며 아침부터 와서 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관련 수업을 열심히 듣는 것도 아니고 휴식을 하며 수강생들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다 가는 것이었다. 배움에 열중하는 모습은 아니지만 갈 곳 없는 노인들에게 이 마저도 삶의 희망과 에너지를 부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같은 취미를 가진 노인들이 모이는 장소가 흔치 않으며 오랜 기간 지속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생활문화 강좌를 수강한 결과물로 공연이나 전시 등을 하는 편이다. 공연 같은 경우 노인들에게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봉사활동을 통해 악기 연주나 무용 등을 선보이곤 했다. 지하철이나 공원, 길거리 등 장소를 마다하지 않고 공연을 하는 노인들에게 공경심이 들었다. 큰 무대가 아닌 길거리 버스킹 공연에서 스스로에게 선물하기 위한 꽃다발을 구입하는 노인들도 있었다. 비록 작은 무대라 하더라도 노인들은 배우고 행하는 소소한 곳에 의미를 부여하고 행복해했다. 또한 본인의 재능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이로서 사회적으로 환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문학의 경우 치유와 카타르시스의 효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분야였다. 어느 한 노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가족에게서 몹시 고통을 받던 한 노인은 본인이 암에 걸리면서 비로소 가족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이를 본인 인생의 축복이라 표현하며 암 보다 더 극한 고통을 경험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눈물이 났다. 오랜 시간 살아오며 많은 경험이 축적 되어있겠지만 인생이란 긴 시간들이 아름다운 기억과 경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말할 곳 없고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며 문학치료와 같은 효과를 가진다고 했다.

필자가 가르치고 있는 드로잉과 조소 분야에서도 수강생들이 잡념을 잊고 집중할 수 있어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결과물이 나오면 너무 뿌듯해하며 사진을 찍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배워서 손주들에게 가르쳐 주겠다며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때면 힘들기보다 오히려 에너지를 얻어가는 느낌이다.

평생교육으로서의 생활문화 교육은 개인의 삶에서도 위와 같이 긍정적 효과를 주지만 지역사회의 일환으로서 다가오는 고령화 사회(65세 이상의 인구가 7% 이상)에 대비하는 역할로서 공공성과 공익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해결해야 할 점은 많다. 수강생의 대부분이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다 퇴직한 경우가 많았고 연금으로 부족함 없이 생활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우리사회는 독거노인들 비롯한 열악한 상황들에 놓인 노인들이 많다. 실제 이러한 상황에 처한 노인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나 교육은 실행하기 쉽지 않다. 이들에게도 자생능력과 삶에 희망이 부여될 수 있도록 교육의 손길이 뻗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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