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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학창시절부터 그림을 무척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림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강했지만 재능이 다소 부족했고 여러 가지 이유로 미술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전공에 이르지는 못했다. 평범하게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지역의 중소기업에 취직하게 되었다. 비록 작은 회사였으나 외국어 실력과 컴퓨터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사내에서 인정받고 비교적 빠른 승진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했다. 회사를 다니며 모아둔 종잣돈으로 예쁜 갤러리 카페를 차리게 된 것이다. 유명하지는 않으나 유니크하고 독창적인 젊은 작가들의 그림을 전시하는 공간이자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예쁜 카페였다. 작품의 이미지로 엽서와 책갈피 등을 만드는 등 섬세한 감각이 돋보이는 곳이기도 했다. 사업수완 역시 뛰어나고 에너지가 많았던 그녀는 일련의 준비과정을 통해 카페를 오픈했고 점차 고정적인 손님도 많아져 사업도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 역시 존재하는 법. 신분을 속인 남성이 접근해 그녀와 만남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내 잘못된 만남이란 것을 알고 헤어지게 되었지만 그 남성과 좋지 않은 일에 휘말려 결국 잘 되던 카페를 정리하고야 말았다.

손해를 보고 마음의 상처를 입었지만 그녀는 절망하지 않았다. 중소기업에서 일을 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유명 디스플레이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회사를 다니고 있는 그녀에게 안부를 물어보았다. 회사도 다녔고 사업도 해 보았지만 역시 그림 그리는 작업이 제일 좋다고 말하는 그녀였다. 회사를 잘 다니고 있으며 주말마다 혹은 틈 날 때마다 조금씩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갤러리 카페를 운영하던 시절 알게 된 작가들을 통해서 그림에 관련된 스킬을 질문하며 조금씩 모르던 부분들을 터득하고 자신감을 얻게 되어 본인도 그림을 그려보았다고 한다.

그녀의 작품들은 약간 어설픈 부분들이 있었지만 그러한 단점만 극복된다면 순수하고 특색 있는 좋은 작품이라 사료되었다. 전공을 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그림이 나올 수 있었던 같다. 삶에 있어 그녀가 겪어온 희망, 아픔 등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시련을 극복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모두 그림으로 투영하고 있었다. 미술에 있어 창의성은 상상력보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이라 평가된다. 그러한 점에서 그녀의 그림은 개인의 개성과 심상이 잘 우러난 그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나에게 질문했다. 본인이 미술을 전공을 하지 않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하며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며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지에 관련된 질문이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자유롭고 독창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었으며 공모전이나 전시기획 등 전공여부를 심사하지 않는 곳이 많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는 공모요강에 맞춰 가능여부를 보고 지원할 수 있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것에 동감하는 바이다. 작품을 위한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나 그녀가 가진 미술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는 시간적 문제를 뛰어넘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오히려 직장생활을 하며 작업을 이어나가는 것이 경제적인 안정감을 부여하고 작가들의 불안요소를 줄여주는 방편이기도 하다. 미술활동에 관련된 조언과 극복방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응원도 해 주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학창시절 그림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흐릿한 기억 속에 긴 시간이 흐른 듯 하지만 그녀의 그림에 대한 에너지와 열정은 변치 않은 채 옛 모습 그대로 또렷히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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