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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10.24 19:19:26
  • 최종수정2019.10.24 19:19:44
[충북일보]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비중 확대 발언 이후 교육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입시제도 개편을 예고하자 대입을 앞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정시 비중 확대를 언급한 이유는 비교적 분명하다. '공정성'과 '공교육정상화'라는 두 가지 과제 중 '공정성'에 더 무게를 실었기 때문이다. 현장의 수용성을 고려한 일종의 속도조절이다. 조국 전 장관 딸의 대입특혜 논란으로 많은 작용과 반작용이 일어났다. 그 중 입시제도의 공정성 요구가 가장 많았다. 지도층·특권층에게 유리한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불만도 극에 달했다. 이때부터 상당수 국민들의 정서가 바뀌었다. 정시가 학종의 불공정 보다는 더 공정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은 '정시·수시 비율 논쟁'에 불을 붙인 꼴이 됐다. 물론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반영하는 11월이나 돼야 나온다. 교육부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이 발표돼야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정시 비중 확대는 기정사실이 될 것 같다. 대통령의 공언을 없던 일로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현장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정시비율이 확대되면 학생들은 고교학점제의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어, 영어, 수학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

정시확대가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근본적 해결책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연맹은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며 반발했다. 정시 확대가 사교육 열풍, 강제 자율학습, 문제풀이 교육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시든 정시든 지나치게 한쪽에 쏠리는 문제를 해소하고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수 국민의 의견 반영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많다. 하지만 정시확대가 현재의 교육정책과는 배치되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정시 확대를 언급했다. 국민의 열망으로 읽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시제도 변화로 인한 반발과 혼란은 무시할 일이 결코 아니다. 대통령의 말이라고 무조건 다 옳은 건 아니다. 개편된 대입제도를 적용받게 될 학부모와 학생들을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한다. 복잡한 머릿속을 헤아려 봐야 한다. 우리사회는 그동안 정책의 졸속 개편이 얼마나 큰 희생을 강요했는지 잘 알고 있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종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통령의 연설로 하루아침에 바뀌어선 안 된다. 아직 시간은 있다. 대통령의 발언이 또 다른 분란을 야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교육은 백년대계다. 교육 정책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엎치락뒤치락 해선 안 된다. 절대 바꿀 수 없다는 게 아니다. 오락가락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입시제도의 변경은 학생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당연히 사회적 숙고를 거쳐야 한다. 대통령으로서 '공정함'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수용하려는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정책의 변화를 통해 민심을 달래고 싶었던 마음도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대입 제도 개편은 좀 더 신중해야 한다. 그동안 강조돼온 교육 정책과 한번에 바뀌어서도 안 된다.

정시확대는 기존의 대입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쉽게 흔들리는 상황이 돼선 안 된다. 교육부는 불과 1년 전 사회 각 분야의 목소리를 듣고 교육정책을 마련했다. 2022년까지 정시 30% 단계적 확대 방안도 포함된다. 물론 아직 시행되지 않은 상태다. 교육부는 지금 상황을 대통령과 엇박자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 체감은 다르다. 앞서 밝힌 것처럼 정시 확대 방침은 수능·내신 절대평가, 고교학점제와 배치된다. 가뜩이나 지방에선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신입생 모집조차 힘든 상황이다. 교육 불평등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하지만 정시확대가 공정의 최선은 아니다. 고교 서열화 문제 해소와 대입 공정성 강화에 대한 기본 방향부터 마련·시행해야 한다. 정시확대가 학교 교육과정을 파행으로 이끌면 안 된다. 지방 학생들의 진학을 방해하는 요소가 돼선 안 된다. 정시확대 문제는 보다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하는 게 맞다. 교육이 백년대계인 까닭을 한 번 더 생각하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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