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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공예의 구슬을 꿰자 - 국내사례 下.전주시

'전통 · 문화' 투트랙 전략 …아시아 10대 명소로 우뚝

  • 웹출고시간2016.09.01 18:22:29
  • 최종수정2016.09.06 17:57:01

전주한옥마을 전경.

전주한옥마을은 10여년 만에 연간 관광객 1천만 시대를 열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떠올랐다. 제주도가 관광객 500만명을 넘어서는 데 20년이 훨씬 넘게 걸린 점을 감안하면 전주한옥마을의 발전 속도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폭발적이다.

전주한옥마을이 단기간에 급성장한 것은 빌딩 숲에 갇혀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의 삶의 여유에 대한 갈망을 풀어줬다는 데 있다. 전통한옥이 주는 삶의 여유가 느림의 미학과 연결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오고 있는 셈이다.

변화하는 관광트렌드를 정확히 짚어내고 치밀히 준비한 지자체의 노력도 큰 몫을 했다는 평이다.

◇80여년 여정, 명소가 되다

뺨을 스치는 바람에 가을향기가 슬며시 묻어난다. 골목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흙과 돌을 섞어 만든 흑담과 곡선으로 뻗은 추녀, 깊은 생감의 기와, 나무의 물성이 제대로 살아있는 솟을대문이 감탄을 자아낸다.

색상을 맞춰 한복을 빌려입은 젊은 관광객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형형색색 화려한 한복을 입고 거니는 관광객들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젊은이들로 넘쳐나는 전주한옥마을은 과거와 현재가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도시색을 연출한다. 이곳에 한복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이색체험으로 시작된 한복대여가 이젠 관광객들의 필수코스가 됐다.

전주한옥마을은 600여 채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29만6천330㎡ 규모의 전국 최대 한옥밀집지역이다. 주말이면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선조들의 숨결이 밴 한옥을 체험하며 옛 정취에 흠뻑 빠진다.

전주시는 지난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간 5억원을 들여 행정자치부, 전북도와 공동으로 공공분야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전주한옥마을을 찾은 방문객은 연간 965만3천35명에 달했다. 월별로는 한옥마을 축제가 열리는 10월과 5월, 연령별로는 20·30·40대, 요일별로는 토요일과 금요일·일요일 순으로 방문객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옥마을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이 올린 신용카드 매출액은 1천15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주한옥마을이 있는 풍남동, 전동, 교동 일대에 한옥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였다.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던 1900년대 초 당시 전주에도 많은 일본인들이 이주해 살았다.

일본 민간인들은 전주성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고 서문 밖이나 상인과 천민이 살던 전주천변에 거류지를 조성했다. 그러다 일본이 도로 개설을 이유로 서문 일대의 성곽을 강제 철거하고 도로를 격자로 정비하면서 일본인들이 성 안 상권까지 차지했고, 성곽도 차례로 철거돼 전주부성의 자취는 사라지게 됐다.

늘어나는 일본인 주택에 대한 대립의식과 민족적 자긍심으로 뭉친 전주시민들은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촌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1930년대 기본 가옥을 포함해 1천여 채의 한옥이 이 일대에 들어섰고, 현재는 600여 채의 한옥이 오랜 풍상 속에서 살아남아 대표적인 한옥마을이 됐다.

◇일관된 '전통' 콘셉트로 킬러콘텐츠 생산

전주한옥마을은 인위적으로 조성한 한옥마을과는 격이 다르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살아 있는 맛'이 있어서다.

삐걱거리는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당 한쪽에선 빨래가 말라가고, 울타리 없는 꽃밭에선 철따라 수선화, 봉선화, 국화가 피어나는 고즈넉한 마을이다. 낮은 기와집 사이로 구불구불 나 있는 골목길을 걷다 보면 옛이야기들이 흘러나오는 듯하다.

밋밋한 생활가옥 사이에는 한옥생활체험관, 전통술박물관, 전통문화관, 공예품전시관, 한방문화센터 같은 관람·체험 시설이 서운치 않게 들어서 있다.

공예품전시관은 크게 전시관, 체험관, 쇼핑몰로 나뉜다. 가장 안쪽에 자리한 체험관에서는 한지, 도자, 천연염색 등 다양한 공예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공예품전시관의 체험관에서 학생들이 한지공예 체험을 하고 있다.

이날 열린 한지공예 체험프로그램에는 2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강사의 설명에 따라 한지로 부채와 연필꽂이를 만들거나 손바느질로 주머니를 만드느라 분주했다.

이서연(천안시 오성초·5년) 학생은 "바느질을 할 기회가 없어서 처음엔 서툴렀지만 집중해서 하다 보니 점점 실력이 느는 것 같다"며 "엄마께 선물할 생각에 벌써부터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공예품전시관의 공예관과 기획관에서는 전시를 통해 다양한 작가들의 공예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명품특산관과 생활공예점에서는 특산품과 생활공예품을 판매한다.

전통혼례, 공연, 전통음식체험을 할 수 있는 전주전통문화관은 한벽극장, 한벽루, 다향, 화명원, 조리체험실, 경업당 등으로 이뤄져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각각의 테마에 맞춰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알리는 역할을 하는 3대문화관은 소리문화관, 부채문화관, 완판본문화관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완판본문화관은 고대소설 춘향전, 심청전, 동의보감 등 조선후기 전주에서 간행한 책 450여권을 보관하고 있으며 일부는 전시를 통해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전주한지 브랜드화

전주한지는 역사 서적에 꽤 자주 등장한다. 세종실록지리지 전라도편에는 전라도에서 생산된 한지의 지조를 부본단자지, 갑의지, 은지, 세화지, 화약지, 유둔지, 표전지, 계문지 등 매우 다양하게 언급했다. 학계에서는 조선조 초기에 전라도에 많은 저피가 생산되면서 제조기술도 함께 발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지도서(輿地圖書)와 대동지지(大東地志)에는 조선조 후기의 한지 생산지로 함경도 북청, 강원도 평강, 충청도 연산·청주·공주, 전라도 전주 등으로 기록돼 있다. 특히 전주의 한지는 품질이 상품(上品)이라고 했다.

전주한옥마을이 위치한 풍남동 일대는 유독 한지와 관련된 공간들이 많다. '한지길'로 불리는 골목은 특히 그렇다.

한옥마을 내에 위치한 전주전통한지원에서 한지뜨기 작업을 하고 있다.

한옥마을 내 전주전통한지원은 조상들의 장인정신이 밴 전통 한지제조기법을 오롯이 재현한다. 순수 우리 한지만을 생산하는 이곳 한지의 80%는 일본에 수출되고, 나머지는 국내에서 판매된다. 방문을 통해 한지 뜨기와 무늬 넣기, 말리기 등 다양한 한지제작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한지 구매도 가능하다.

부채·한지·목공예 분야의 명인들이 기거하며 방문객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명인들의 집'은 한옥마을 골목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슬쩍 들어가 구경을 청해도 야박하게 거절하는 사람은 없다.

전통한지공방 이지원(以紙園)에 들렀다. 전통한지공예가 김혜미자 선생의 자택이자 작업실로 거의 모든 가재도구가 한지작품으로 꾸며져 있었다.

젊은 여성이 한지를 여러 겹 덧발라 만든 머릿장의 문틀을 다듬고 있다. 김혜미자 선생의 외손녀 허석희(20)씨다. 외할머니를 따라 한지공예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지난해 안동한지대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허씨는 "한지공예가인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한지로 소꿉놀이를 하며 자랐다"며 "전통기법을 잘 계승해서 한지공예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전주시는 전주한지의 정체성 회복과 차별화·세계화를 위해 20년 전통의 '전주한지축제'를 통해 그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 5월 '전주한지,세계속으로'를 주제로 한국전통문화전당 일원에서 '20회 전주한지문화축제'가 열렸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22회 전국한지공예대전과 한지패션쇼, 개막식 및 폐막식, 이벤트, 전시, 체험, 부대행사 등이 마련됐다. 경진대회를 통해 우수공예인을 발굴하는 전국한지공예대전은 참여범위를 해외까지 확대, 국제경진대회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참여자들의 네트워크 활성화를 통해 공예대전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전통·문화 투트랙… 창조경제 성공사례 선정

전주명품관.

관광분야에 세계적으로 파급력을 인정받는 '론리 플래닛'이 전주한옥마을을 '1년 안에 가봐야 할 아시아 10대 명소' 3위에 선정한 사실을 CNN이 보도하면서 전주는 국제적인 관광 관심지역으로 부상했다. 앞서 2012년 프랑스 미슐랭가이드는 전주한옥마을에 대해 최고 평점을 줬고, 2013년 한국관광공사는 일본인을 상대로 한 설문에서 한국에서 가장 가고 싶은 지방도시로 전주한옥마을이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지난 여름 휴가기간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들이 집계한 최고 인기 검색어에서도 '전주한옥마을'이 상위 랭크됐다.

'천년전주 관광'의 세계화에 많은 지자체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전주한옥마을은 정부 창조경제 성공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전주시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활성화를 위한 '전주관광 브랜드 마켓 3.0플랜'을 발표했다. 외국인 관광객 여행목적에 맞춘 상품개발에서부터 주요 역과 터미널에 무빙관광안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전주역과 한옥마을, 오목대 등에 외국인 전용 관광안내, 해설투어를 전담할 관광안내소 확대개편과 무선관광안내시스템 도입도 서두를 방침이다. 천년전주 세계화를 위한 기반 시설 확충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한옥마을 야간상설공연 등 한옥과 한복, 한지 등 전주만의 차별화된 전통문화자원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를 발굴·육성한다.

또 한옥마을이 지속가능한 명품 관광지가 될 수 있도록 한옥마을 야간 상설공연과 조선왕조 의례문화 재현, 경기전 콘텐츠 강화, 전라감영 재창조 복원 등 유무형 전통문화콘텐츠를 확충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전통'과 '문화'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선진사례로 회자되는 전주시 행정에도 한계점은 있다.

전주시가 전통문화도시로 각광 받는 관광지로 급부상했지만, 화려함과 기대 역시 한 순간에 사그라질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 배경에는 부동산시장과 심화된 상업화 등의 문제가 있다. 공예와 같은 차별화된 문화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최락기 전주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은 "대한민국 문화특별시 전주의 전통과 역사, 공예 등 문화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의 추가 개발을 통해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누구나 찾고 싶어 하는 전주 한옥마을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유소라·석미정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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