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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공예의 구슬을 꿰자 - 중부권

장밋빛 전망으로 기대 모았던 진천공예마을
편의시설 전무… 방문객 반응 "실망스럽다"
증평민속체험박물관 공예체험장 '지지부진'
치적쌓기용 시설 난립… 운영 내실화 시급

  • 웹출고시간2016.07.19 19:06:56
  • 최종수정2016.07.19 19:07:01

진천공예마을 전경.

[충북일보=진천] 진천군 문백면 옥성리 일원에 위치한 12만5천여㎡ 규모의 진천공예마을에는 33명의 예술인들이 살고 있다.

진천공예마을은 작가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예술마을이다. 이들이 다루는 분야는 도자기, 목공예, 전통가구, 한지, 금속, 보석, 유리공예, 천연염색 등으로 다양하다.

나지막한 산 아래 주차장과 공예미술관을 중심으로 저마다 개성을 살려 지어진 각양각색의 집 30여 가구가 둥그렇게 둘러 안착해 있다.

진천공예마을 아트숍에서 판매 중인 작품들.

마을 탐방은 공예미술관에서 시작한다. 미술관에서는 이 마을 작가들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작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아트숍도 있다.

채움공예원 등 11곳은 체험공방으로, 도미원 등 14곳은 전시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작가들의 작업실은 미리 연락하거나 현장에서 작가들의 허가 아래 둘러볼 수 있다.

도예가 김장의씨의 '벽촌도방'에 들렀다. 그의 작업실은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백자를 닮아 있었다.

손님이 올 때마다 직접 내린 커피를 대접한다는 김 작가는 익숙한 손길로 커피를 내렸다. 커피향을 맡으며 작업실을 둘러봤다. 원만한 선의 흐름으로 이뤄진 그의 작품은 우아하면서도 고고한 기품이 넘쳤다.

도예가 김장의씨의 작업실이 작업 중인 작품들로 빼곡하다.

응접실 문을 지나 들어선 그의 작업실은 물레와 각종 재료, 완성된 작품들로 가득했다. 색다른 컬래버레이션 작품도 눈에 띄었다. 김 작가는 작가들의 협업은 진천공예마을의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이라고 했다.

그는 "이 마을의 작가들은 같은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작가들과도 협업해 새로운 작품들을 만들어낸다"며 "도예가가 만든 도자기가 목공예가의 차탁이나 염색공예가의 염색 작품들과 어우러지면 또 다른 작품이 탄생한다"고 설명했다.

진천공예마을 내 연방희 천연염색 공예가의 작업공간 '고래실' 전경.

천연염색 공예가 연방희씨는 진천공예마을의 조합장을 맡고 있다. '고래실'이라고 쓰인 현판이 붙은 그의 작업실은 천연염색 체험이 이뤄지거나 마을의 공예가들이 모여 회의하고 화합하는 장소다.

진천공예마을의 역사는 친분으로 엮인 공예가들이 함께 마을을 만들어 작업하고, 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판로를 개척하자며 손을 잡은 것이 시초였다.

이들은 침체된 공예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난 2000년 공예마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듬해 진천공예사업협동조합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진천공예사업협동조합은 총 98억원을 투입해 지난 2008년 작업실 등 기반시설을 완공했다.

충북도와 진천군은 지역경제활성화 시책으로 진천공예마을에 국비와 도비 등 48억원을 지원해 지난 2010년까지 전시·판매장과 진입도로, 주차장 등을 조성했다.

진천공예마을 안에 설치돼 있는 대형 조형물.

당시 전국 유일의 공예마을로 이름을 알린 진천공예마을은 지난 2011년 '1회 공예마을 축제'를 성황리에 개최했으며, 농림수산식품부가 뽑은 지방관광명소 'Rural-20'에 선정되기도 했다.

진천공예마을의 인프라는 현재 제법 갖춰진 상태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마을의 작가들과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주말에 나들이를 목적으로 찾아 온 내방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식음료 시설이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갖춰지지 않은 점도 매우 큰 불편사항이다. 공중화장실은 공예미술관 내 1곳뿐이다.

연방희 진천공예마을협동조합장이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방희 조합장은 "진천공예마을은 초반에 매스컴의 관심을 받으면서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왔으나 제대로 갖춰진 편의시설이 없어 점차 발길이 줄어들었다"며 "먹거리뿐만 아니라 잠시 앉아 쉬면서 차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조차 갖춰지지 않아 내방객들이 실망하고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진천공예마을은 관련 법상 현재 식음료시설 등 간단한 편의시설조차 들어설 수 없다. 애초 지구단위계획에서 공업단지로 승인돼 사업이 추진됐기 때문이라는 게 연 조합장의 설명이다.

공업단지로 분류되는 진천공예마을 작가들의 수익사업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 때문에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찾아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길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연 조합장은 "군에서도 TF팀을 구성하는 등 노력은 기울였으나 정기인사로 인해 5번이나 TF팀 담당자가 변경되면서 인수인계에서 한계점이 있었다"며 "근본적으로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우선돼야 하는데 이 또한 시간이 꽤 오래 소요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공예마을을 허가 받는 데만 10년이 걸렸는데 20년이 되도록 활성화가 되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며 "관광유발효과와 부가가치 가능성이 충분한 공예마을에 예산을 투자했으면 꽃을 피워야 하는데 오히려 시들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진천공예마을에서 20여㎞ 떨어진 증평군 증평읍에는 지난 2010년 86억원을 들여 1만2천여㎡에 건립된 증평민속체험박물관이 있다.

이곳에는 두레관, 문화체험관, 향토자료전시관, 야외체험장 등 주요시설이 밀집해 있다. 올해 초부터 7월15일 현재까지 집계된 관람인원은 모두 1만8천여명.

현재 증평민속체험박물관에서 운영 중인 체험 프로그램은 문화유산활용사업인 백제 막새찍기와 도자기체험교실 등이 있다. 참여인원은 7개월간 300여명에 불과했다. 연 관람객에 비하면 체험 이용객의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군은 증평민속체험박물관 조성 당시 도예, 목공예 등 체험 위주의 공간 운영으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었지만 예술인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화된 콘텐츠와 홍보의 부족이 지지부진한 운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증평지역의 한 예술인은 "민속체험박물관에 공예체험장을 조성한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입주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활성화되지 않아 중도에 포기하게 됐다"면서 "관람객이 있어야 운영이 지속되는데 민속체험박물관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꼬집었다.

괴산 연풍면 원풍리 옛 신풍분교 자리에 위치한 괴산한지체험박물관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9천380㎡의 부지에 지상 1층 연건축면적 1천326㎡ 규모로 지어진 한지체험박물관은 충북도무형문화재 17호 안치용 한지장이 관장으로 몸담으며 전통 한지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안 관장은 전국에서 가장 넓은 괴산 연풍의 6만6천여㎡ 닥나무 밭에서 30만여 그루의 닥나무를 직접 재배해 한지를 만든다.

한지박물관에서는 한지의 기원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역사와 괴산 한지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관람객들에게 한지의 종류와 제조과정을 알려주고 직접 한지를 뜨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안 관장은 "매년 신풍한지축제를 열고 괴산 한지 특화작품을 전시할 뿐 아니라 닥나무차 시음회, 닥밭걷기, 한지에 삼겹살 구워먹기 등 한지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신풍 한지'라는 이름의 가치가 관람객들의 발길을 이어오는 데 주효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모(39·청주시 청원구)씨는 "순식간에 들어섰다 소리 없이 사라지는 문화시설이나 체험시설이 즐비한 것으로 안다"며 "선거 때만 되면 되풀이되는 시설유치 공약이나 자치단체장들의 치적용 사업 추진이 혈세만 축내는 것 같아 달갑지만은 않다"고 꼬집었다.

/ 유소라·성홍규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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