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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공예의 구슬을 꿰자 - 청주권

발길 '뚝' 끊긴 수암골 예술촌 유명무실
벌랏한지마을·형동예술촌 사실상 개점휴업
특화 콘텐츠 부재… 지속적 운영·관리 역부족

  • 웹출고시간2016.06.28 18:47:17
  • 최종수정2016.06.28 18:47:17
[충북일보=청주] 짙은 회색빛 슬래브 지붕에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담벼락.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1970년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청주시 청원구 우암산 자락에 자리 잡은 수암골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살던 곳이다.

주택가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면 담벼락 그림들이 정감있게 반긴다. 빨래터 풍경과 아이스크림 가게, 숨바꼭질, 연탄 리어카 등 지금은 사라진 풍경을 묘사한 벽화들은 추억을 회상하게 한다.

지난 2008년 시작된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벽화마을 수암골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널리 알려지며 각광받았다.

지난 2011년 수암골 주민들의 마을 소득 증대를 위해 출범한 생활마을공동체 '마실'.

ⓒ 유소라기자
수암골이 청주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떠오르면서 주민들은 마을 소득 증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2011년 4월 수암골 밥상 등 먹거리 개발과 관광기념품을 제작·판매하는 생활마을공동체 '마실'을 출범시켰다.

지식경제부 후원 커뮤니티비즈니스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생활문화공동체 마실은 수암골이 가진 특화된 관광자원을 기반으로 주민이 스스로 문화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면서 수암골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했다. 마실은 현재 간단한 먹거리와 공예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매년 추진되는 벽화 보수작업을 주관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수암골은 본격적으로 문화의 옷을 입고 예술창작마을로의 변모를 꾀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암골 예술촌'이다. 지난 2012년 2월 수암골과 수동 일대에서 활동하던 작가들이 주민과 함께 상생하는 문화공간 조성을 목표로 이 모임체를 결성했다.

수암골 예술촌의 초대 촌장은 무형문화재 18호 민화 전수자인 일오 박효영 화백이 맡았다. 참여한 작가는 고용주(수채화), 김용욱(대금), 박소연(섬유공예), 박준덕(사진), 김종칠(서예), 안의종(조각), 정태옥(전통다례), 오일록(바리스타), 김만수(토우), 정미자(금속공예), 박외수(서각), 박소영(시인), 서주현(색채힐링), 박정수(조각), 윤여정(짚공예), 조명숙(각설이), 양경인(제빵) 등이다.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벌랏한지마을의 한지체험관 전경.

ⓒ 유소라기자
예술촌 작가들은 수암골 공가를 활용해 관광객들에게 민화, 수채화, 도예, 유리공예 등 문화예술 체험기회를 제공하고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실제로 '예술촌'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성과를 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화된 콘텐츠 부족과 정립되지 않은 체험 프로그램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수암골에서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는 한 작가는 "현재 예술촌은 관광객과 시민들의 발길이 뚝 끊긴 상태에 이르렀다"며 "초기 공동발전을 목적으로 함께 손잡았던 작가들도 하나둘씩 빠져나가면서 유명무실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일회성으로 그치는 등 한계가 있다"며 "예술촌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선 시민들을 위한 분야별 체험 프로그램 정립이 급선무"라고 피력했다.



수암골 작업실을 잠시 비우고 고향에 머물고 있다는 또 다른 작가도 "예술촌 운영이 초기에 비해 시들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특화된 콘텐츠가 부족해 시민들의 관심이 하락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효영 수암골 예술촌장은 "처음부터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을 지원받고 결성된 모임체가 아니기 때문에 지원에 있어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예술촌 작가들 대부분은 수암골을 기반으로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고 유명무실 논란을 일축했다.

청주시가 수암골 관광 활성화를 위해 설치한 거리아트마켓 부스.

ⓒ 유소라기자
청주시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도시관광 활성화 공모'를 통해 국비 1억5천여만원을 확보해 골목투어 리플릿 제작, 관광안내소·거리아트마켓 부스 설치 등 수암골에 관광 인프라를 확충했지만 예술촌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전무했다.

현재 수암골에 즐비하게 들어선 카페촌은 평일에도 방문객들로 북적이는 반면 골목을 따라 자리잡은 예술촌은 한적한 모습으로 대조를 이루며 '어색한 동거'를 이어가는 형국이다.

청주 외곽의 문화예술 체험시설은 어떨까. 간단히 말하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벌랏한지마을의 한지체험관 전경.

ⓒ 유소라기자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의 농촌전통테마마을인 벌랏한지마을은 청남대를 지나 숲 속 외길을 굽이굽이 돌고 또 돌면 더 가려야 갈 수 없는 막바지에서 만날 수 있다.

육지 속의 섬이나 다름없는 벌랏한지마을은 문의면 소재지에서도 50리나 더 들어가야 하는 두메다. '동막골'이라는 별칭이 실감날 정도다.

벌랏한지마을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예약을 통해 닥나무를 원료로 한 전통한지 체험과 함께 별보기, 목공예, 천연염색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고 소개돼 있다.

지난 2005년 당시 마을에 살던 화가 이종국씨가 전통을 살려 한지를 만들자고 제안한 이후 다 쓰러져가는 종이공장 대신 한지체험관이 들어섰다. 정부 지원 체험·테마마을로 선정돼 국비와 지방비 1억원씩 모두 2억원이 투입돼 이뤄진 사업이다.

벌랏한지마을은 초창기 연간 6천여명의 방문객이 찾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지난 2010년에는 농촌진흥청이 주관한 '살고 싶고 가보고 싶은 농촌마을 100선'에도 뽑혔다.

벌랏한지마을의 한지제작 체험시설에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다.

ⓒ 유소라기자
하지만 최근 방문한 벌랏한지마을은 홈페이지 속의 모습과 상이했다. 마을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만난 사람은 주민 3명이 고작이었다. 마을 분위기는 고즈넉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했다.

벌랏한지마을 한지체험관에 관리인의 자리가 텅 비어 있다.

ⓒ 유소라기자
한지 만들기 체험이 이뤄지는 작업장은 문이 열려 있었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관리자는 보이지 않았다. 내부 시설 또한 오랫동안 가동되지 않아 켜켜이 먼지가 쌓인 모습이었다.

자신을 마을 토박이라고 소개한 김모 옹(89)은 "한지체험 같은 프로그램 관리는 마을이장이 도맡아 하고 있다"며 "작년까지는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더러 보였는데 요즘은 가끔 학교에서 단체로 오는 경우 외에는 방문객을 통 보기 힘들다"고 했다.

벌랏한지마을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형동예술마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45억원이 투입된 이 마을은 조성한 지 1년이 넘도록 방치돼 예산만 축내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옛 청원군은 지난 2014년까지 형동마을과 내수읍, 초정리 3곳을 대상으로 행정자치부의 소도읍가꾸기 육성지원사업을 추진했다. 형동예술마을에는 갤러리 조성과 함께 예술인 유치 등 후속 사업들이 계획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통합청주시가 출범하면서 형동예술마을은 유야무야 꼴이 됐다. 청원군과 청주시가 통합되면서 관리부서가 변경되고 업무분장이 모호해져서다.

지자체가 사업 추진과정에서 허점을 드러내면서 당초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자 주민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유소라·석미정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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