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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6.22 13:48:32
  • 최종수정2016.06.22 16:08:13

윤진

충북대학교 사학과 교수

20대 국회가 개원하였다. 각자 노선을 달리하는 정당들이 국회에서 이제 여러 가지 안건을 제출하고, 토의하고, 갑론을박할 것이다. 첫 논쟁의 대상은 아마 필자의 전공과 관계가 깊은 국정교과서 문제, 일명 '역사 투쟁'일 될 가능성이 높다. 주지하다시피 역사는 정치와 관계가 깊다. 어제의 정치는 오늘의 역사이고, 내일의 역사는 오늘의 정치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사실 역사(혹은 역사적 이미지)와 현실/정치는 상호작용한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우리의 정치가나 영웅에 대한 문제는 접어 두고, 서양 고대 로마의 예를 들어 보겠다.

고대 로마의 창건자는 로물루스(Romulus)라는 사람이다. 그는 쌍둥이 동생 레무스(Remus)와 함께 새로운 도시를 창건하겠다고 나섰고, 도시의 리더를 정하기 위해 신의 뜻을 묻기로 했다. 숲의 양쪽에 자리 잡은 이들은 각기 징조를 기다렸다. 조금 먼저 로무스는 독수리가 6마리 날아오르는 것을 보았다. 거의 같은 시각에 로물루스는 12마리의 독수리를 목격하였다. 갈등이 시작되었다. 먼저 본 것이 중요한가· 그렇다면 레무스가 도시의 수장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로물루스도 할 말이 있었다. 자신은 레무스보다 두 배나 되는 독수리를 본 것이다. 도시를 발전시키기 위한 신의 뜻은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말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도 종종 이렇게 서로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를 본다.

결국 두 형제는 따르는 사람들을 데리고 각자 도시를 건설하기로 했고, 사이에 경계선을 두기로 하여 얕은 도랑을 팠다. 그런데 말다툼 끝에 동생 레무스는 형이 판 도랑을 뛰어 넘었다. 말 그대로 '선을 넘은' 것이다. 로물루스는 분격하여 동생을 살해했다. 지나치게 보일 수는 있으나, 고대인에게 경계선이란 신이 사는 공간이었다. 로마의 신중에 경계선의 신 야누스가 있다. 야누스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 앞모습은 이를 드러내며 위협하는 표정이고, 뒷모습은 웃는 얼굴이다. 즉, 그는 경계선에 있으며 바깥쪽 사람에게는 위협을 안쪽의 우리 사람에게는 웃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도랑을 뛰어 넘은 행위는 신을 무시하는, 신에 대한 모독 행위가 되는 것이었다. 로물루스는 이제 도시의 단일한 수장이 되어 로마를 창건했다. 그의 이름을 따서 로마(Roma)가 나타났다. 레무스가 승리했다면, '레마(Rema)'가 되었을 것이다.

이 로물루스에 대한 이미지는 로마 역사가 진행되는 동안에 계속 변했다. 처음 로물루스는 건국이라는 대의를 위해 혈육마저도 돌보지 않은 '대의멸친'을 감행한 인물로 그려졌다. 얼마 후에 로마가 발전해 나가면서는 창건 이후에 주변 부족들과의 여러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끈 리더십을 높이 평가받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로마 공화정 말기에 내전이 일어나자 평가는 바뀌었다. 내전은 결국 '피붙이'들끼리 싸우는 것이었고, 로물루스는 권력을 위해 동생까지 죽인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라는 평가도 한편 받게 되었다. 즉 동족상잔의 시기이니만큼, 혈육을 죽였다는 면의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었던 것이다. 아우구스투스(Augustus)가 내전을 끝내고 난 후에는 로물루스의 건국이 다시 부각된다. 아우구스투스가 '제2의 건국'을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나 역사적 사건에 대한 평가는 당대의 사회, 정치적 상황과 뗄 수 없이 밀접하게 바뀌게 된다. 그래서 역사는 계속 새롭게 평가되고, 해석되는 것이다, 영원히 지속되는 역사적 평가란 있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현대 역사가 크로체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도 표현했던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일관되고 하나밖에 없는 역사해석은 있을 수 없다. 역사란 연표가 아니어서 지나간 사건에 대한 날짜순 나열이 아니고, 해석과 평가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것만이 옳은' 역사교과서가 나오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뿐 아니라, 무모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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