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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직장동아리 탐방 - 하이트진로 청주공장 '참이슬 산사랑'

술이 아닌 산에 취하다
40명 회원 매월 셋째 주 토요일 테마산행
음주산행은 금지… 하산 후엔 술 홍보 '직업병'

  • 웹출고시간2014.12.11 18:58:48
  • 최종수정2014.12.11 18:58:48

하이트진로는 술을 만드는 회사다. 그 유명한 '참이슬'을 생산한다. 대개 술 공장에서 일한다면 '주당(酒黨)'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뭐 그리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술과 가까이 지내다보니 남들보단 퇴근길 갈 지(之)자 걸음을 자주 걷게 된다. '술은 내 운명'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하는 직원들도 꽤나 많다.

하지만 제 아무리 건강한 사내라도 간(肝)이 술을 이길 수는 없는 법. 스스로 몸을 챙기지 않으면 탈이 나고 만다. 하이트진로 청주공장에 유난히 사내 동아리가 많은 이유다.

지난 2007년 결성된 산악회도 그런 취지에서 출발했다.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술이 아닌 팔도강산에 취해보자는데 뜻을 모았다. 그러면서 누가 술장수(?) 아니랄까 동아리 이름은 '참이슬 산사랑'이라 정했다.

◇가을엔 단풍, 겨울엔 눈꽃 '테마산행'


현재 회원은 40명가량 된다. 지게차를 운전하는 협력업체 직원이나 환경미화원, 경비원 등 청주공장 식구라면 누구든지 가입할 수 있게 문턱을 낮췄다. 술 공장에서 여성 회원을 10명이나 확보했다는 것도 이 동아리만의 자랑거리다.

가족처럼 끈끈하게 뭉쳐진 회원들은 매월 셋째 주 토요일마다 등산화 끈을 조여 맨다. 봄에는 꽃길을, 여름에는 바닷길을, 가을엔 단풍이 예쁜 계곡을, 겨울엔 눈꽃이 하얗게 핀 산을 찾는다.

이달 20일에는 청주 미동산으로 송년 산행을 떠날 예정인데, 때가 때인 만큼 겨울눈이 소복소복 쌓였으면 한다. 여신동(44, 공무팀 반장) 총무는 "걸을 때마다 뽀득뽀득 소리가 나는 겨울 눈꽃 산행을 좋아하는 회원들이 많다"며 "그래도 몇 년 전 영동 민주지산에서 길을 잃고 고생했던 기억이 있는지라 '폭설'만큼은 사양하고 싶다"고 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신선놀음

누구나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면 자연과 하나 되고, 어느새 정상에 도착해 신선놀음을 한다는 게 산행의 묘미라지만 걔 중엔 분명 실력자와 초보자가 있다. 숨 쉬는 것과 발 걸음새만 봐도 확실히 태가 난다.

이 모임 중에선 산악대장인 강성진 조장과 회장을 맡고 있는 구순효 수석연구원, 부회장의 정상옥 반장이 산을 잘 탄다. 여자 회원 중에선 박현수 조장이 뛰어난 실력을 보인다.

반면, 40대 후반의 박광양 사원은 회원들 사이에서 '노친네' 혹은 '저질체력'으로 불린다. 술 공장 우수 사원답게 술을 너무 사랑해서 얻어진 별명이다. 비록 체력은 바닥이지만 느릿느릿 양반걸음을 걸으며 이 경치 저 경치 다 감상하고, 즐길 거 혼자 다 즐기는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산신령이 떠오른다고.

◇"술 홍보도 빠질 수 없지요"


음주산행은 철저히 금하고 있으나 하산 후 음주는 당연지사 허용된다. 다만 소주는 '참이슬', 맥주는 '하이트'만 마실 수 있다. 폭탄주를 말아도 이 두 제품으로 제조해야 한다.

하산 후 식당을 찾았을 땐 냉장고부터 살핀다. 자사 제품이 잘 구비돼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밥이 넘어간다고 하니 직업병도 이런 직업병이 없다.

참이슬 보다 경쟁사 술이 많으면 주인을 상대로 '로비'를 한다고 하는데, 뭐 딱히 방법이 있겠는가. 많이 팔아주고 많이 취하는 수밖에.

여 총무는 "내년 산행 목표 역시 늘 그래왔듯 세 가지"라며 손가락을 펴 보인 뒤 "첫째는 '안전', 둘째는 '건강', 그리고 마지막이 '참이슬 홍보'"라고 웃었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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