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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이 더 쓸쓸한 독거노인들

청주의료원 '보호자 없는 병동' 김 할머니
"집에 가면 아무도 없고…" 말만 되풀이
간호사들 "기초생활수급자는 그나마 나은편
보조금 못 받고 막노동하는 노인 안타까워"

  • 웹출고시간2014.05.01 19:05:52
  • 최종수정2014.05.01 19:05:52

한미애(25) 청주의료원 간호사가 김점순 할머니와 단란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

ⓒ 이주현기자
김점순(85·청주시 상당구 수곡동) 할머니는 이맘때만 되면 괜스레 마음이 아리다.

영원히 함께할 것만 같던 남편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아들 얼굴 본지도 오래됐다.

아들로부터 간간히 전화는 온다. 그런데 이상하다. 막상 전화를 걸면 없는 번호란다. 아들이 전화번호를 자주 바꾸기 때문이다.

김 할머니는 아들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번호가 왜 자주 바뀌는지 모른다. 몸이 성치 않다는 것 외엔 아는 게 없다. 피붙이가 아프다는 건 큰 죄악이다.

김 할머니는 '장밋빛 인생'과 거리가 멀었다. 설상가상 몸(쇄골뼈)까지 다쳐 지난달 15일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무거운 물건을 짊어진 게 화근이었다.

1일 오후 1시 청주의료원 본관 4층 '보호자 없는 병동'에서 만난 김 할머니의 표정은 생각보다 밝았다. 유일한 피붙이인 아들을 대신해 간호사들의 간호를 받고 있어서다.

"나는 여기(병원)가 좋아. 집에 가면 아무도 없고, 여기는 손녀 같은 간호사들이 말동무도 해주고…."

김 할머니는 기자에게 병원생활의 좋은 점을 늘어놓았다.

할머니는 치매가 있는 듯했다.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약간의 치매가 있다고 했다. 김 할머니는 똑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나는 여기가 좋아. 집에 가면 아무도 없고…."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할머니에게 아들이 원망스럽지 않느냐고 물었다. 김 할머니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들도 형편이 어려워 그러는 걸 원망할 수도 없고…."

이제 며칠 있으면 다시 아무도 없는 집으로 가야한다. 몸이 나아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퇴원 후 손녀 같았던 간호사들이 그리워질까 그게 더 걱정이다.

할머니를 떠나 보내야 하는 간호사들의 마음도 편하진 않다.

김미란(여·29) 간호사는 "기초생활 수급자로 선정된 노인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부양할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생활이 어려운데도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해 막노동하는 노인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했다.

김 할머니가 평소처럼 싱거운 '병원 밥'을 먹고, 평소처럼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양치질을 했다. 진통제와 혈압약 등이 들어 있는 약봉지를 입에 털어놓고는 TV 리모컨을 잡는다. 10번, 11번, 12번…. 몇 번 채널을 돌리다가 종료 버튼을 누른다. 외로움, 무료함, 그리고 그보다 더 무서운 익숙함.

외로움이 일상이 돼 그 외로움마저 느끼지 못하는 백발의 노인들이 병원 문을 바라본다. 혹여나 자식과 손주들이 찾아오진 않을까 하고. 그들의 축쳐진 어깨 뒤로 가정의 달, 5월 달력이 1일을 가리킨다.

/ 이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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