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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2.18 19:07:41
  • 최종수정2014.02.18 19:07:41

조혁연 대기자

'요즈음 안부 어떠시냐고 물으신다면(近來安否問如何) / 달이 비친 사창에서 저의 恨도 많답니다.(月到紗窓妾恨多) / 만약 꿈속에 다닌 길 자취가 있다면(若使夢魂行有跡) / 문 앞의 돌길이 반쯤은 모래가 되었을 겁니다.(門前石路半成沙)'-<가림세고 부록>

이옥봉의 대표적 한시 작품인 '꿈속의 넋' 정도로 해석되는 '몽혼'(夢魂)이 있다. 전회에 여러번 소개한 적이 있다. 그러나 국어학자 이종문 계명대 교수는 '몽혼'이 다른 사람의 작품을 모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한국한문학연구 제 47집에서 제기했다.

논문의 제목은 '이옥봉의 작품으로 알려진 한시의 작자에 대한 재검토'다. 그는 이 논문에서 조선 중기의 문신은 윤현(尹鉉·1514-1578)의 '국간집(菊磵集)에도 비슷한 내용이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한시의 제목이 우리 고장 지명의 '題贈淸州人'이다.

'人間離合固無齊 / 忍淚當時愴解携 / 若使夢魂行有跡 / 西原城北摠成蹊.'-<윤현·국간집 하권'

해석하면 '인생살이 헤어지고 만남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 / 눈물을 참으며 헤어질 때 그 때 손놓아 준 것이 슬프구나. / 만약 꿈속에 다닌 길 자취가 있었다면 / 청주성 북쪽이 모두 길이 되고 말았을 걸세' 정도가 된다.

전반부는 내용이 같지 않으나 후반부는 같거나 매우 유사하다. 윤현이 충청도 방백이 되었던 것은 1571년이었음으로 윤형의 '제증청주인'이 창작된 연도는 1571-1578년 사이로 판단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교수는 "국간의 만년이었던 이 시절이 이옥봉의 어린 날과 겹쳐지긴 하지만 두 작품 가운데 선행(先行) 작품은 국간의 것임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이옥봉의 작품은 이옥봉의 만년에 남편인 조원으로부터 소박을 당한 후에 조원에게 보낸 것"이라며 "따라서 몽혼을 지은 때는 옥봉이 성년이 된 뒤이기 때문에 윤현의 시를 앞설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렇게 볼 때 위 두 작품 가운데 윤현의 작품이 창작품이고, 이옥봉의 것은 윤현의 시를 변개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옥봉의 시가 윤현의 시를 모방했을 가능성은 이교수가 국어학계에서는 처음으로 제기했다. 따라서 국문학계의 추가 논의가 뒤따를 것으로 가능성이 높다.

다만 청주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윤현의 시는 청주읍성을 대표하는 시로 대대적인 홍보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조선시대 여러 문인들이 청주읍성을 노래했지만 이 시만큼 서정성을 갖춘 시가 드물다.

이 시의 압권은 후반부 '청주성 북쪽이 모두 길이 되고 말았을 걸세'에 있다. 그러나 두번째 구(승구)인 '눈물을 참으며 헤어질 때 그 때 손놓아 준 것이 슬프구나'도 절절함이 배여나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충청도관찰사를 역임한 윤현은 특히 재정관리에 능했다.

'전 호조 판서 윤현(尹鉉)이 졸(卒)하였다. 윤현은 장원으로 급제한 자이다. 그는 처음에 문명(文名)으로 진용되었으나 재물을 관리하는 데에 재능이 있어서 집에 있을 때에는 섬세한 것까지도 아껴서 넉넉하게 하였고 조금도 함부로 낭비하지 않았다.'-<선조수정실록>

사진설명: 국간집에 한시 '題贈淸州人'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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