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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회 세계 한센병의 날…편견은 여전했다

열일곱 되던 해 가족들에 의해 소록도 격리수용
사람들로부터 받은 멸시와 외면 낙인처럼 남아
'문둥병' 인식 그대로 …올해도 홀로 명절나기

  • 웹출고시간2014.01.26 19:44:06
  • 최종수정2014.01.28 20:15:36
'지나간 것도 아름답다 / 이제 문둥이 삶도 아름답다 / 또 오히려 문드러짐도 아름답다 / 모두가 꽃같이 아름답고 / 꽃같이 서러워라….'

고(故) 한하운(1920~1975) 시인의 시 '생명의 노래'에는 한센인들의 고통과 한(恨)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한평생 한센병을 앓고 있는 한(76)옹은 육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고통이 크다고 했다.

ⓒ 이주현기자
흔히 나병, 문둥병이라 불리는 한센병은 앓는 순간 가족과 사회로부터 보호가 아닌 철저하게 격리된다. 그 가혹함에 하늘이 내린 벌, 천형(天刑)이라는 표현이 붙었다.

완치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한센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62회 세계 한센병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25일, 청원군 남일면 은행리에 있는 '한센병 환자촌' 청원농장을 찾았다.

입구부터 음산한 냉기가 목 뒤를 스쳤다. 마을엔 인기척이 없었고 집집이 딸린 축사는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낡고 허름했다.

마을 주민에 의하면 이곳은 5년 전만 해도 충북의 몇 안 되는 한센병 환자촌이었다. 한때 부농의 꿈을 안고 닭과 돼지 등을 키우며 100여명이 모여 살았지만 지금은 4가구, 모두 5명만이 살고 있다. 그나마 남아있는 주민들도 고령인 탓에 더 이상 일할 힘이 없어 들녘에 나간지 오래다.

주민 소개로 이 마을의 유일한 '한센인' 한모(76)옹을 만났지만 취재에 응하진 않았다. 그의 눈빛과 표정엔 세상에 대한 원망이 서려 있었다.

3시간의 끈질긴 설득 끝에 한 옹이 입을 뗐다.

"이보시오. 당신은 내가 무섭지 않소? 보다시피 나는 손발이 뒤틀린 한센병 환자요. 전염도 될 수 있어 한동네 사는 사람들도 불편해 하는데 당신은 겁도 없소?"

전염이란 말에 잠시 주춤했지만 '문제없다'는 의사표현을 하자 자신의 집으로 안내했다.

방에 들어서자 한 옹에게 그간 애환에 대해 물었지만 그는 지난 기억을 쉽게 언어화하지 못했다. 흥분한 목소리는 자주 제풀에 지쳤다. 격한 감정을 이기지 못해 눈을 감기도 했다. 지난날 사람들로부터 받은 멸시와 외면은 한 옹의 머릿속에 낙인처럼 찍혀 있는 듯했다.

한 옹은 성치 않은 자신의 손과 발을 보여줬다. 왼쪽 검지와 오른쪽 약지, 그리고 오른쪽 발이 절단돼 뭉툭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지난 1956년 겨울(당시 나이 17살), 고향인 보은에서 나무를 하던 중 발과 손에 동상이 걸렸다.

처음엔 발목에 좁쌀만 하고 딱딱한 것들이 잡히더니 수포처럼 불어나 터졌다. 피가 섞인 진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냥 피부병이겠거니 싶어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다리에서 시작된 수포는 온몸으로 퍼졌고 증세는 더욱 악화됐다.

병원에 가보니 한센병이라고 했다. 리팜피신이란 치료제 4알(600㎎)만 복용했으면 됐는데, 이를 간과한 게 화근이었다. 그해 가족들에 의해 쫓기듯 소록도로 격리수용됐다.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 화제를 돌렸다.

"설날엔 가족들과 함께 하나요?"

질문이 실수였다. 그의 얼굴에 잿빛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사회 인식이 좋아졌다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한센병을 '문둥병'으로 봅니다. 이런 시선이 한센병 환자를 더 힘들게 하죠. 가족이라 해서 남과 다를 거 없어요. 난 이번 설에도 혼잡니다."

현재 충북에는 333명의 한센병 환자들이 있다. 일반인들은 한센병이 전염성이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5만분의 1로 극히 낮다. 약을 한 번이라도 복용하면 전염률은 더욱 낮아진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 번 한센병 환자는 영원한 환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환센병 환자들은 사회의 편견과 무관심 속에 세상과 동떨어진 곳 어딘가에서 외로운 겨울을 나고 있다.

/ 이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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