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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가장 춥던 날…수암골은 안녕하지 못했다

현장르포 - 쪽방촌의 시린 하루
체감기온 영하 10도… 전기장판 하나에 의존
열악한 주거환경… 생활고로 힘든 겨울나기

  • 웹출고시간2013.12.23 19:56:15
  • 최종수정2013.12.23 19:56:15

청주시 상당구 수동의 한 쪽방에 사는 김상길(59)씨가 난방이 안되는 방에서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추운겨울을 나고 있다.

ⓒ 이주현기자
체감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23일 오전 5시 청주시 상당구 수동 수암골.

오르막길을 따라 서너평쯤 돼 보이는 남루한 집들이 늘어서 있다. 지붕엔 지난 여름 장맛비에 대비할 요량으로 덮어 놓은 비닐이 단단한 끈과 묵직한 돌들로 고정돼 있다.

골목은 미로처럼 얽혀 있고 그 미로를 따라 고만고만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쪽문을 열면 한눈에 보이는 부엌과 방이 이들의 빈곤한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도심에선 여간 볼 수 없는 슬레이트 지붕과 긁으면 부스러지는 오래된 담벼락, 그리고 다 타고 버려진 연탄재…. 청주의 마지막 남은 달동네란 사실을 한눈에 짐작케 했다.

3.3㎡ 남짓한 단칸방에서 만난 김상길(59)씨는 안녕하지 못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총각, 어여 들어와. 추워."

삐걱대는 쪽대문을 밀고 들어간 김씨의 집은 말 그대로 처참했다. 환풍이 되지 않는 방은 매캐한 냄새로 가득했고, 차가운 냉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입에선 하얀 입김이 났다.

방에는 보일러가 설치돼 있었지만, 웬만한 추위가 아니면 난방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온기(溫氣)라고는 8년 전 구입한 전기장판과 곰팡이가 슬어 파래진 하얀 이불, 그리고 김씨의 체온이 전부였다. 하루를 간신히 버티고 있는 수준이었다.

김씨의 한 달 수입은 0원. 지난달까지만해도 기초생활수급권자로 매달 42만 원 정도 지원받았었다. 12월이 되자 이마저도 끊겼다. 불미스러운 일에 연류되면서 기초생활수급권자 자격을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설상가상으로 2천만원의 빚도 안고 있다. '창업을 하는데 돈을 보태면 2배로 불려주겠다'는 지인의 말에 속아 반 평생 모은 2천만원을 홀라당 줬다 배신을 당했다.

재기는 쉽지 않았다. 오랜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신경이 손상돼 왼쪽 다리와 오른쪽 발가락이 괴사됐기 때문이다. 몸이 불편한 김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을 사람들의 근황에 대해 묻자 "나랑 별반 다를 바 없다"고 했다.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 화제를 돌렸다.

"이제 크리스마스인데 뭐 하실 꺼에요?"

질문이 실수였다. 집안에 더 차가운 공기가 흘렀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도 벅찬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여. 그냥 춥지나 않았으면 좋겠어."

창 밖에 걸린 바람막이용 천막의 요란한 춤 소리가 김씨의 한숨을 꿀꺽 삼켰다.

이 같은 사정은 김씨 뿐만이 아니다.

청주시에 따르면 수암골(15통)에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 노인 58명 중 기초생활보장수급자 혜택을 받는 자는 7명이다.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대부분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어렵고도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오전 6시. 해가 뜨지 않을 것만 같던 이곳에도 동이 텄다. 누군가 애써 숨겨 놓기라도 한 듯한 이곳은 청주 고층 빌딩의 그림자 속에 교묘히 가려져 있었다. 수암골, 그러니까 달동네의 겨울은 알아주는 이 없이 그렇게 무관심 속에 흘러가고 있었다.

/ 이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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