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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11.05 16:38:29
  • 최종수정2013.11.05 16:38:29

조혁연 대기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과연 세종대왕이 청주목 초수리(초정약 지칭)에까지 와서 훈민정음 창제 문제에 대한 고민을 했을까라고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미리 말하면 그런 의구심은 시간 낭비가 된다.

세종대왕은 1444년 초정약수에까지 와서도 훈민정음 문제를 매우 골똘하게 생각했다. 그 증거는 아이러리컬하게도 훈민정음 창제의 열렬한 반대자였던, 당시 집현전 부제학(정3품) 최만리(崔萬理·?-1445)의 상소문 안에 들어 있다.

최만리의 상소문은 양이 매우 많아 단독이 아닌, 집현전 학자들의 집단상소로 보는 견해도 있다. 아무튼 최만리는 자신이름의 상소문에서 △훈민정음 창제 사실이 중국에 알려지면 어떻게 하겠느냐 △상말(훈민정음 지칭)만 알면 한자로 써있는 공문서는 어떻게 읽을 것이냐 등 세세한 내용까지 상소했다.

그리고 그런 최만리는 이 상소문에는 "어찌 이것만은 행재에서 급급(汲汲)하게 하시어…"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언문같은 것은 국가의 급하고 부득이하게 기한에 마쳐야 할 일도 아니온데, 어찌 이것만은 행재(行在)에서 급급하게 하시어 성궁(聖躬)을 조섭하시는 때에, 번거롭게 하시나이까."-<세종실록 재위 26년 2월 20일자>

인용문 중 '이것'은 훈민정음 창제작업, '행재'는 초정약수 행궁, '성궁'은 임금의 몸, '조섭'은 발병후 몸조리하는 것을 일컫는다. 워낙 중요한 부분인 만큼 원문을 그대로 옮기면 '若夫諺文, 非國家緩急不得已及期之事, 何獨於行在而汲汲爲之, 以煩聖躬調燮之時乎'라고 기록돼 있다.

최만리가 상소문을 올린 '2월 20일'이라는 날짜도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세종대왕이 청주목 초수리로 거둥하기 위해 한양도성을 출발한 것은 1444년 2월 28일이다.

초정약수 조형물은 '약수'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만리의 상소문은 이보다 8일 앞선 것이 된다. 이는 세종대왕이 초정약수를 방문하기 전에 훈민정음 창제와 관련된 여러가지 것들을 세심하게 챙겼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초수리에 와서 그렇게 준비한 것들을 골똘하게 생각했음은 분명하다. 이날 세종대왕이 최만리의 상소에 대해 보인 반응은 격노 그 자체였다.

"너희들이 설총은 옳다 하면서 군상이 하는 일은 그르다하는 것은 무엇이냐. "또 네가 운서(韻書)를 아느냐. 사성칠음(四聲七音)에 자모(字母)가 몇이나 있느냐."-<〃>

실록에서 세종대왕이 이처럼 격노한 모습을 찾기보기 힘들다. 세종대왕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최만리 등 한글창제를 반대한 학자들을 의금부 시설, 즉 지금의 경찰서 유치장에 하룻밤 동안 가두도록 명령한다.

"내가 너희들을 부른 것은 처음부터 죄주려 한 것이 아니고 다만 소(疏) 안에 한두 가지 말을 물으려 하였던 것인데 너희들이 사리를 돌아보지 않고 말을 변하여 대답하니 너희들의 죄는 벗기 어렵다."-<〃>

이중 정창손(鄭昌孫·1402-1487)만큼은 유독 파직을 당하게 된다. 그는 처음에는 "훈민정음이 삼강행실도 보급에 매우 유용할 것이다"라고 말했으나 최만리와 함께 상소를 할 때는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표변했다. 아마 세종은 이런 정창손에 대해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최만리는 석방과 함께 바로 복직됐으나 사직하고 고향 해주로 돌아가 1년 후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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