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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7.02 15:56:1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혁연 대기자

"그는 그림을 통해 문인정신을 구현하려 했다. 때문에 그는 평생 속기(俗氣)없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미술 평론가들이 영·정조 시대의 문인화가인 표암 강세황(姜世晃·1713~1791)을 평한 글이다.

그는 39살 때 실학자 성호 이익(李瀷·1681∼1763)의 부탁을 받고 그린 '도산도'(陶山圖)의 제발(題跋)을 이렇게 적었다. '제발'은 서화 두루마리나 첩책 말미에 기록한 그 감상록을 말한다.

'그림은 산수보다 어려운 것이 없다. 그것은 크기 때문이다. (…) 또 직접 보지 못한 지역을 그리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없다. 그것은 억측으로 닮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미술 평론가들은 강세황의 이같은 창작 태도를 '와유'(臥遊)와 '사의'(寫意)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고 밝히고 있다. '와유' 누워서 유람한다는 뜻으로, 집에서 명승이나 고적을 그린 그림을 보며 즐김을 이르는 말이다.

강세황 초상화

반면 '사의'는 사물에 의탁하여 도(道)와 진(眞)에 이르고자 하는 뜻을 의미한다. 강세황 작품에 대한 '한국적 남종문인화' 혹은 '남종문인화의 토착화'라는 표현은 그렇게 해서 태어났다.

강세황의 조부는 예조판서를 지낸 강백년(姜柏年)이고, 아버지는 대제학을 지낸 강현(姜玄+見)이다. 이처럼 강세황은 명문가의 자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림에 몰두하느라 예순살이 넘도록 벼슬길에 나아가지 못했다. 이런 그를 관직으로 불러낸 사람이 영조다. 실록에 그의 관직진출 과정이 이례적으로 기록돼 있다.

'임금이 융무당에 나아가 문무 기구과를 설행하였는데, 왕세손이 시좌하였다. 강세황·김상무 두 사람을 뽑아 모두 가자하였다. 임금이 집경당에 나아가 그날로 방방(放榜)하니, 왕세손이 백관을 거느리고서 진하하였다.'-<영조실록>

인용문에 등장한 '방방'은 과거 급제자에게 합격증서를 주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문장은 '임금이 친히 치사 전문을 지었는데 "수성이 이제 비추니 황발(黃髮)이 등용되었다"라고 하였다'로 적혀 있다. '황발'은 누런 빛깔의 머리털이라는 뜻으로, 70~80세의 노인을 의미하고 있다.

정조도 강세황을 무척 아꼈다. 두 사람의 대화가 무척 정감스럽다. 먼저 정조가 "내가 선조의 고사를 따라서 바야흐로 어용(御容)을 모사하여 그리고 있다. 듣건대, 경은 평소 화격(畵格)을 익혔다고 하니 (…) 1본을 모출하라"라고 말한다.

그러자 강세황은 "나이가 노쇠한 데 가까워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흐릿하니, 천일(天日)을 그려냄에 있어 잘못되는 점이 있을까 걱정스럽습니다"라고 답한다. 강세황을 가리켜 흔히 '시·서·화의 삼절(三絶)'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림뿐만 아니라 시와 글씨에도 능했다는 뜻이다. 당시 좌의정 채제공의 말이다.

"청나라 황제의 시에 이르기를 '조회하러 오는 사람 응당 시를 잘 지어야 한다'라 하였으니, 이는 이번에 가는 성절사를 가리켜 말한 것입니다. (…) 비록 정경이라도 강세황의 전례에 의하여 특별히 차임하여 보내는 것이 좋겠습니다."-<정조실록>

많은 사람들이 강세황을 경기도 안산 사람으로 알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 안산은 그의 처향으로 말년에 기고한 곳이고, 그가 태어나고 묻힌 곳은 우리고장 진천군 문백면 도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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