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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6.11 15:54:4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혁연 대기자

진천군 초평면 화산리에는 '죽정내'라는 다소 독특한 지명이 존재하고 있다. 화산 삼거리에서 다소 북쪽으로 올라가면 이 마을을 만날 수 있다. 전해오는 바에 의하면 여말선초 문신인 최유경(崔有慶)이 말년에 이곳에 내려와 대나무로 만든 정자를 짓고 만거한 데서 '죽정내'라는 지명이 유래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죽정내'라는 지명은 한글이 존재하지 않았던 전통시대에는 '竹亭川'(죽정천)으로 표기돼야 논리적으로 맞는다. 지금은 마을 앞에 초평저수지라는 거대한 담수호가 생겨났지만 과거에는 '川'이 흐른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1872년 진천현 지도에 표시된 '竹亭店'.

실제 1872년 진천현지도를 보면 죽정내는 '竹亭川'으로 표기돼 있고, 당시 존재했던 주막이름도 '竹亭店'이다. 고려말의 최유경은 지금 식으로 표현하면 보수파에 속하던 인물이다. 그는 역성혁명이 아닌 왕씨 고려의 존속을 원했다.

1388년(우왕 14) 요동정벌에 나섰던 이성계 일파가 압록강 하구 위화도에 이르러 회군을 했다. 당시는 음력 6월로 정황상 막 우기가 시작됐다. 그런 탓인지 압록강을 건너려는 과정에서 익사자가 속출했다.

"신(臣) 등이 뗏목을 타고 압록강을 건넜으나, 앞에는 큰 냇물이 있는데 비로 인해 물이 넘쳐, 첫번째 여울에 빠진 사람이 수백 명이나 되고, 두번째 여울은 더욱 깊어서 주중(洲中)에 머물어 둔치고 있으니 한갓 군량만 허비할 뿐입니다. 이곳으로부터 요동성(遼東城)에 이르기까지의 중간에는 큰 내가 많이 있으니 잘 건너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태조실록>

인용문은 이성계, 정도전 등 당시 신진세력이 위화도 회군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작문한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이성계는 '우기가 시작된 점' 등 이른바 요동정벌의 4불가론을 내세워 말머리를 우왕이 있는 남쪽으로 돌렸다. 이같은 사실을 우왕에게 직보한 인물이 최유경이다.

'여름에 위주(僞主)가 군사를 일으켜 요동을 공격할 때에 최유경을 서북면 전운사 겸 찰방으로 삼았는데, 태조가 의(義)를 들어 회군하매, 온 조정이 모두 태조에게 붙었으나, 오로지 최유경은 말을 달리어 성주에 이르러 위주를 뵙고 변란을 고하고 수종하여 서울로 돌아왔다.'-<태조실록>

인용문의 '위주'는 위왕을 일컫고 있다. 고려말에 이성계의 반대편에 섰던 인물은 한결같이 목숨을 보전받지 못했다. 우왕과 창왕이 귀양을 가 살해당했고, 최영과 정몽주도 공료죄(攻遼罪) 등으로 처형됐다. 공료죄는 '요동을 공격하려 한 죄'라는 뜻으로, 지금 시각으로 보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유경은 위화도 회군 후에 종이품의 밀직부사에 역임되는 등 요직을 두루 거치게 된다. 그 승승장구는 조선 초기에도 계속 됐다. 유교 '忠'의 개념으로 볼 때 최유경이 우왕에게 직보하는 것이 맞다.

이성계는 최유경의 이런 충정신을 높이 샀다. 이성계는 원종공신을 정할 때 일부 반대가 있자 오히려 최유경을 두둔했다.

'임신년에 우리 태조가 즉위하여 원종공신으로 삼으니, 좌우에서 무진년의 일을 가지고 반대하는 자가 있었으나, 태조가 그 충의(忠義)를 칭찬하였다. 시호를 평도(平度)라고 하였으니 (…) 용감히 말하고 남에게 굽히거나 아첨함이 없는 것을 이름이다.'-<태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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