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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은 수목(樹木)의 영혼을 파괴하는 악마"

현장르포- 60대 산불감시원의 하루
오현진씨 청주상당산성·최영권씨 부모산서 '매의 눈' 감시
"버려진 담배꽁초 가장 위험…아차하는 순간 잿더미 변해"

  • 웹출고시간2013.03.31 19:05:3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오현진(65) 산불감시원이 순찰중인 다른 대원과 무전을 하고 있다.

ⓒ 임영훈기자
"봉숭아, 봉숭아, 여기는 제1초소. 공구상가 주변 밭에서 하얀 연기가 보인다. 확인 바람."

바짝 마른 대지, 산불은 황사와 함께 봄이 되면 대표적인 '불청객'으로 꼽힌다.

인간의 삶을 여유롭게 만들어 주는 진달래와 개나리 등 봄꽃이 필 무렵 사람들은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산으로 달려간다.

이 때부터 산불감시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산불감시원들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산과 들로 조금만 불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곳곳을 누비고 있다.

주말과 휴일을 앞둔 지난 29일 오전 11시30분께 청주시 상당구 상당산성 산불 감시초소.

경력 5년차의 오현진(65) 산불감시원이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을 주시한다. 그리곤 어디론가 무전을 시도한다.

인근에서 순찰 중인 또 다른 감시대원이다.

5분이 지났을까.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연기라는 무전을 받자 그는 안도의 미소를 보였다.

오씨는 평소보다 순찰횟수를 10회에서 20회로 늘리는 등 산불감시 활동을 대폭 강화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 시간마다 상황을 보고합니다. 근무 반경은 보통 10~20㎞다. 하루종일 바쁘게 움직여야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

아직까지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밝기만 하던 오씨의 얼굴에 갑자기 진지해졌다.

이유를 묻자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농사 준비를 하는 상당수 농민들이 논과 밭두렁을 태우고, 심지어 폐비닐 등까지 소각하는 사례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대답했다.

논·밭두렁을 태우다 바람이 불면, 불은 삽시간에 야산을 거쳐 깊은 산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울창했던 산림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올 들어 청주시 관리구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없었다.

논·밭두렁 소각보다 더 무서운 것은 담배꽁초란다. 논과 밭두렁을 태우다 산불이 나면 대부분 농민들은 119에 신고를 한다.

하지만, 무심코 버려진 담배꽁초에서 산불이 시작되면 신고가 이뤄지지 않고, 심지어 발화지점을 찾지 못해 산불이 어떻게 확산되는지도 파악하기 어렵다.

오씨는 "산에서 취사행위를 하는 등산객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담뱃불로 인한 화재사고는 여전하다"며 "건강을 지키기 위해 산에 오면서 담배를 피우는 습관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몸에도 해로운 담배는 산 건강에도 치명타가 된다"고 말했다.

오씨는 "산불이 발생하면 산림만 파괴되는 것이 아니다"며 "잿더미로 변한 산에서 풀과 벌레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수백 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산불은 수목의 영혼마저 파괴하는 악마와 같다"고도 했다.

청주 흥덕구 부모산 최영권(69) 산불감시원이 감시초소에 올라 산과 인접한 농가와 도로를 살피고 있다.

ⓒ 임영훈기자
같은 날 오후 2시20분께 흥덕구 부모산 산불 감시초소.

최영권(69) 산불감시원이 산과 인접한 농가와 도로를 살폈다. 등산객들의 흡연과 불법취사 행위가 이뤄지고 있는지 '매의 눈'으로 감시했다.

기자를 만난 최씨는 "봄철 건조기인 3월에서 5월 중순까지는 산불이 자주 발생한다"며 "입산시 라이터 등을 소지하지 말고, 폐쇄된 등산로에는 출입하지 않는 등 조금만 노력하면 우리의 아름다운 강산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주현·임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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