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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7.18 15:42:3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승환

충북대교수

천하의 시인 이백(李白)이 시흥이 도도하여 일필휘지하려는 순간, 이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누각에 걸린 작품은 칠언율시 <황학루>였다. 최호(崔顥)의 이 시를 보고 이백은 탄식하고 또 탄복했다. 몇 번 시를 읽은 이백은 이 누각에 더 이상 시는 필요 없다면서 붓을 던졌다. 물론 이백의 시가 최호의 시에 못 미치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이백이 보기에 최호의 <황학루>는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였던 것이다. 그 이후에도 황학루에 올라서 시문을 지은 시인묵객이 허다하지만 모두 최호의 <황학루>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가 있다. 그 시는 이렇다.

그 옛날 신선은 황학타고 날아갔고(昔人已乘黃鶴去), 지금 여기에는 황학루만 남아 있다(此地空餘黃鶴樓). 황학은 한 번 간 후 다시 오지 않고(黃鶴一去不復返), 흰 구름만 천년 동안 떠 있다(白雲千載空悠悠). 맑은 강 건너 한양에는 나무들 서 있고(晴川歷歷漢陽樹), 앵무주에는 무성한 풀만 가득하다(芳草··鸚鵡洲). 해는 지는데 고향은 어디쯤인가(日暮鄕關何處是)·, 강 위의 저녁 안개는 시름을 낳는데(煙波江上使人愁). 과연 담백하면서도 운율도 뛰어나고, 상상력과 심상도 걸출하며, 정경이 교융하는 절세의 명작이다.

이 시에 묘사된 황학루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한다. 옛날, 도사(道士) 한 사람이 매번 주점에 와서 술을 마시고는 돈을 내지 않고 사라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도사는 귤껍질로 학 한 마리를 그려 놓았다. 그리고 언젠가 그 학이 춤을 출 것이라고 예언했다. 과연 얼마 후 도사의 말 그대로 학이 춤을 추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로 인하여 황학루는 유명해졌고 주점 주인은 큰 돈을 벌었다. 그래서 그는 도사의 은혜를 갚고자 그곳에 누각을 세운 후 이름을 황학루라고 했다는 것이다.

황학루는 중국 호북성 무한(武漢)의 장강 기슭에 있는 누각이다. 바로 이 황학루가 있는 무한시(武漢市)는 경제와 산업이 발달한 현대적 대도시이면서 교통과 문화의 중심지다. 또한 무한시는 호북성(湖北城)의 수도이며 찬란한 중국 중원문화(中原文化)의 중심지다. 얼마전 충북문화예술포럼은 문화사절단으로 호북성을 공식방문하고 호북성의 예술가들과 교류의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국제교류는 초기 의향서를 주고받은 후 대략 5년만의 일인데 양 국가의 내륙지방이라는 문화적 특성을 공유하면서 상호협력과 우애를 강화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아울러 이재희 대표가 설정한 충북문화예술의 나침반이면서 국제화시대의 문화외교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중국 호북성 공식방문단이 충북도청을 방문한 직후의 국제교류 행사였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으며, 향후 양 지역의 관계가 우호적으로 발전할 기틀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호복성은 공식인구가 육천만인 하나의 국가체제이고 수도 무한시는 천만이나 되는 거대 규모이기 때문에 경제산업적으로 양 지역을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런 점에서 규모의 논리가 아닌 열린 감성이 즉각 작동하는 문화예술 교류가 비교적 유익하고 또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7월 8일, 호북성 정부가 베풀어준 공식행사와 만찬에서 한 마리 학이 등장했다. '그 옛날 신선은 황학타고 날아갔고, 지금 여기에는 황학루만 남아 있다'로 시작하는 <황학루>를 평측(平仄)의 운율에 따라 낭송한 다음, 소리꾼 조애란씨가 한국의 소리 <심청가> 한 대목을 청아하게 들려주자, 삼천년의 우애가 순간에 되살아났다. 이처럼 문화예술교류는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효과를 낸다. 충북이 독자적인 소국가체제(Statelet Chungbuk)를 갖추면서 자기정체성과 주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설계하고자 할 때 정신사와 사상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그 바탕은 역사, 문화, 예술, 철학이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충북문화예술포럼의 중국 호북성 교류는 충북 소지역국가를 전망하는 중요한 방향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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