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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7.15 16:07:3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혁연 대기자

이문건(李文楗·1494∼1567)이 쓴 '묵재일기'에는 양아록 주인공 숙길(淑吉) 외에 맏손녀 숙희(淑禧·1547~?)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등장한다. 이문건은 대를 이을 손자 숙길이가 태어났을 때는 축배를 드는는 등 부산을 떨었다.

맏손녀 숙희가 태어났을 때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점차 숙희의 행동이 맘에 들었는지 여러 행동을 촘촘히 기록하기 시작했다. 숙길이 누나 숙희도 여느 아이와 마찬가지로 병치레를 많았다. 이문건은 1553년 일기의 한 부분을 이렇게 적었다.

"아이는 약질로 태어났으며 성품이 밝고 명랑하나 조급하고 잘 울었다. 계축년(7살) 8월 풍열을 앓는 것이 경기와 같았는데 약을 썼더니 차도가 있었다. 그해 9월에 아랫니를 갈기 시작했다."

이문건은 성주에 두 채의 집을 갖고 있었다. 숙희는 할어버지의 귀여움을 받으며 주로 위채에서 생활했고, 이때 일기를 매일 쓰고 또 편지를 주고받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게 된다.

이 때문인지 숙희는 할아버지 이문건에게 "나도 글을 가르쳐달라"고 자주 졸랐다. 이문건은 묵재일기 한 부분을 이렇게 적었다. "어제부터 천자문을 쓰기 시작하였다. 숙희의 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숙희는 9살 때 육갑, 13살 때 삼강행실도 그리고 15살 때 다소 어렵다는 소학을 배우게 된다.

그는 12살 때 할머니 병세를 알려고 변을 손가락으로 찍어 맛보았다가 되레 독이 올라 자신이 드러눕게 된다. 바로 삼강행실도에서 배운 '상분'(嘗糞)을 그대로 실천했다.

숙희는 15살 때 성인식을 치뤘다. 묵재일기는 이 부분을 "숙희가 비녀를 꼽았다. 의복을 입고서 바늘 두 개를 꼽아서 장식했다. 아랫집에 내려가 지켜보고 술잔을 들어 축하의 말을 하고, 잔을 건네 마시게 했다. 맏손녀이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라고 적었다.

이문건은 성인식이 끝나자 곧바로 손녀 혼처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먼저 사헌부 벼슬아치의 아들인 '정섭'이라는 자가 인물됨이 괜찮다는 말을 듣고 노비 만수를 서울로 보내 "혼인하고 싶다"는 편지와 함께 그의 외모를 살피게 한다.

노비 만수는 돌아와 "저쪽에서 얼굴을 흔쾌히 보여주었는데 인물이 마땅한 것 같습니다"라고 보고를 한다. 문건은 이 말을 듣고 만수를 재차 서울로 보냈다. 그러자 서울 정섭의 노비가 이문건에게 대신 문안 인사를 오면서 혼인이 최종 성사됐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결혼전 신랑·신부 모습은 당사자도 양가 부모도 아닌, 양가 노비만 본 셈이 됐다. 이문건이 74살에 죽자 묵재일기도 기록을 멈췄다. 숙희에 대한 기록도 이때 멈추게 된다. 그녀의 나이 21살 때였다.

일찍 혼자가 된 어머니와 숙희 부부 등은 이문건 장례를 치룬 직후 경제적 기반이 있는 괴산 문광면으로 돌아왔다. 이와 관련 성주이씨 괴산 문중들은 "숙희의 묘도 괴산 어느 곳에 있는 것이 분명한데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숙희 어머니는 오근장 출신이고, 숙희 여동생 '숙녀'의 남편은 청주 수의동 충렬사에 잠들어 있는 천곡 송상현(宋象賢·1551~1592)이다. 문건은 성주에서 종신 유배생활을 했으나 우리고장 괴산, 청주를 늘 의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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