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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6.11 15:27:5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무소불위(無所不爲)'와 유소불위(有所不爲). 글자 한 자 바뀌었을 뿐이다. 그런데 내포 의미는 전혀 다르다. 둘 다 세도가의 생각과 행동에 연관돼 있다. 무소불위는 '하지 못하는 일이 없다'는 의미다. 유소불위는 '하지 않는 일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두 사자성어는 최근 충북도의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잘 웅변한다. 하지 못하는 일도 없고 하지 않는 일이 있지도 않음이 그렇다.

***도의회 존재근거 부정말자

충북도의회가 도정질문 횟수를 제한하는 훈령을 만들었다. 도정질문의 내실화·정상화를 위해서란다. 정치적 목적도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의회 안팎에선 '의회가 스스로 재갈을 물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급기야 도의원 1명이 1인 시위에 나섰다. 김양희 의원(새누리·비례)이 그 주인공이다. 김 의원은 의원별 도정질문 횟수를 제한하는 훈령에 반발하고 있다. 속칭 '재갈훈령' 철회를 외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충북도의회 훈령 60호는 도의원의 도정질문 횟수를 의원별로 연3회 내로 제한하고 있다. 질문요지서도 구체적으로 작성토록 규정하고 있다. 질문요지서가 구체적이지 않을 경우 의장은 의회운영위원회와 협의 후 해당 의원에게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보완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도정질문 신청을 반려할 수 있다.

도의회가 굳이 도정질문 횟수를 제한한 까닭은 많다. 질문 운영횟수를 제한하는 지방의회도 있다. 서울시의회의 경우 3회로 막고 있다. 의원 1인당 연간 질의횟수도 0.5~0.9회 수준에 불과하다. 8대 충북도의회 역시 4년 동안 이뤄진 의원 1인당 평균 도정질의건수는 1회밖에 안 된다. 도정질문 횟수를 제한해도 별 탈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비판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서울시의회 정원은 100명을 넘는다. 질문 횟수제한은 의원수가 많아 선택한 불가피함일 수 있다. 충북도의회는 다르다. 정원 35명(교육의원 4명 포함)으로 서울시의회의 3분의 1 수준이다. 설득력이 떨어진다.

의원 1인당 질문건수가 1회밖에 안 된다는 해명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라면 무제한으로 해도 질의건수는 적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횟수 무제한이 설득력을 얻는다. 상황 논리로 따지면 그렇다.

다른 지방의회와 마찬가지로 충북도의회도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운영된다. 그리고 도의원은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도민을 대변하고 집행부를 견제하는 위치에 있다. 그리고 도정질문은 도민 대변과 집행부 견제의 도구다. 그 어떤 이유로도 질문 횟수에 제한을 받아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지침이든 훈령이든 도정질문 횟수 제한 규정은 옳지 않다.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기 때문이다. 질문횟수 제한은 근본적으로 민주주의를 거스르는 일이다. 집행부에 대한 의회 견제력 역시 스스로 약화시키는 행위다. 도의회의 존재근거를 부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다만 도정질문서에 대한 구체적 기술 요구는 타당해 보인다. 질문이란 답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사전에 명확하고 상세한 질문 요지가 있다면 답 역시 명확하고 상세할 수 있다. 질문자나 답변자 모두 상생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구체적인 질문요지 제출은 집행부의 답변 준비와 의회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충북도민을 위한 충북도의회의 궁극적 지향점엔 변함이 없다. 소속 정당이 다른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추구방법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거기서 생긴 갈등은 자칫 자신의 존재근거까지 부인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충북도의회의 존재근거는 도민이다.

***특정권한은 유소불위 대가

충북도의회 사태는 도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좁은 범위에서 제 뿔끼리 서로 싸우는 와각지쟁(蝸角之爭)의 형국이기 때문이다. 점차 와각지쟁의 차원을 넘어 이전투구(泥田鬪狗)로 비춰지고 있다.

충북도의회는 일련의 사태가 왜 벌어졌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갈등 당사자들의 속뜻이 무엇인지 헤아리는 일이 중요하다. 특정의 권한은 아무 일에나 마구 휘둘러도 되는 무소불위의 힘이 아니다. 보통사람이면 넘어갈 수 없는 일도 참고 절제해야 하는 유소불위의 대가로 부여된 힘이다.

세상을 보는 자세는 자신의 올바른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 갈등의 당사자들은 서로 진심으로 고백하고 화해해야 한다. 그래야 풀린다. 그게 슬기롭고 현명하다. 달도 차면 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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