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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4.17 15:14:2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혁연 대기자

조선시대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애주가로 단연 송강 정철(鄭澈·1536∼1593)이 있다. 그의 애주가적인 진면목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시조로 일컬어지는 '장진주사'(將進酒辭)에서 잘 드러난다.

'한 잔(盞) 먹세그려 또 한잔 먹새그려 / 꽃꺽어 산(算)놓고 무진무진(無盡無盡) 먹세그려 /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덮어 줄이어 매여가나 / 유소보장(流蘇寶帳)의 만인(萬人)이 울며 예나 / 억새풀 속새풀 떡갈나무 버드나무 우거진 숲에 가기 곧 가면 / 누런 해, 흰 달, 굵은 눈, 소소리 바람 불 제 뉘 한잔 먹자할꼬 / 하물며 무덤 위에 잔나비 휘파람 불 때 뉘우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청구영언>

편의상 고한글체를 현대문으로 고쳐 실었다. 인용문중 '산(算)놓고'는 술잔을 하나하나 세어가며, '유소보장(流蘇寶帳)'는 화려한 상여를 일컫고 있다. 애주가 정철의 진면목은 유물로도 어느정도 입증되고 있다.

선조 임금은 정철이 술을 너무 좋아하자 '하루 석잔만 마시라'는 권고의 의미로 은배(銀盃)를 하사했다. 그 은배가 지금도 진천군 문백면 봉죽리의 송강정사에 전시돼 있다. 손잡이가 달린 이 은배는 복숭아 모양으로 잔받침도 갖추고 있다.

선조 때는 사림이 동인과 서인으로 분당하는 시기로, 당쟁의 서막이 오른 시기였다. 노론과 소론, 남인과 북인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지만 훈구파를 이긴 사림은 얼마안가 서인과 동인으로 분당됐다.

초기의 서인은 기호사림의 영수인 정철이 이끌었다. 이때 반대 당(黨)인 동인은 술버릇을 꼬투리잡아 정철을 집중 공격을 했다.

실록에 관련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정황상 정철은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필림이 끓길 정도로' 폭음을 자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헌부가 아뢰기를, "예조 판서 정철은 술을 좋아하고 실성(失性)하여 지난날 승진 발탁했던 일에 대하여도 아직까지 물의가 많은데 반년도 채 못되어서 또 갑자기 종백(宗伯)으로까지 초수(超授)하니 물정(物情)이 온편치 못하게 여깁니다. 개정하소서" 하였으나, 윤허하지 않았다.'-<선조실록>

본문중 '종백'은 지금의 장관격인 예조판서를 말한다. 실록의 또 다른 문장에는 '도승지 정철은 술주정이 심하고 광망(狂妄)하니 체직시키소서'라는 표현도 보인다.

결국 정철도 '실성하고 광망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무척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술을 경계한다는 뜻인 '계주문'을 지어 어떡하든 폭음 습관을 바꾸려 했다.

그는 술을 즐겨 마시는 이유를 '하나는 마음이 편치 아니하여 마시는 것이고, 둘째는 흥취가 나서 마시는 것이고, 셋째는 손님을 대접하느라고 마시는 것이며, 넷째는 남이 권하는 것을 거절하기 어려워서 마시는 것이다'라고 계주문에서 변명했다.

그럼에도 절주가 잘 안 됐는지 계주문 말미를 '뭇 옳지 못함과 망령됨이 모두 이 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바야흐로 술에 취했을 때는 마음 내키는 대로 속 시원히 언행을 마구 하다가, 술이 깬 뒤에는 취중에 한 일을 다 잊어버린다'라고 썼다.

이밖에 '오늘도 그런 실수를 저지르고 내일 또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여 허물과 후회가 산더미처럼 쌓인다'라고 술깬 후의 탄식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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